몇일째 밤 늦게까지 육묘장으로 사용할 하우스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맘 먹고 3일만 하면 다 할 수 있을것 같은데 반쪽짜리 농부 신세라 퐁당퐁당 일을 하다보니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제 겨우 모기장 치고, 치마돌리기까지 완성했지만 오후에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비닐 덮는 일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했다.
비닐하우스 짓는것을 단 한번도 구경도 못해보고 무대뽀로 혼자 지으려 하니 처음엔 좀 난감했지만 다른 비닐 하우스는 어떻게 졌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덤벼드니 그까짓 비닐하우스 짓는거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걸 혼자하려니 별로 진척이 없었다.
더군다나 하우스의 양쪽 사이드는 벽돌로 쌓아 벽돌 중간에 하우스 파이프를 세워 놓아 일이 더 더뎠다.
아버지 딴에는 벽돌로 치마를 돌리신것 같은데 그대로 했다가는 벽돌과 파이프 사이의 틈이 5cm가 넘어 틈새바람이 장난이 아닐것 같아 벽돌 위에 치마를 돌려야 하는데 정상적인 비닐하우스라면 치마 돌릴 쫄대를 하나만 설치하면 되지만 이놈의 우사는 치마 쫄대를 위 아래로 두개를 돌려야 하니 힘이 곱은 든다.
진도를 더욱 더디게 하는 것은 충전드릴 밧데리가 하나는 맛이 가서 한개의 밧데리로만 작업을 하려니 조금 쓰다보면 방전이 되서 더더욱 작업을 더디게 만들었다.
쫄대를 세개씩 양쪽으로 여섯줄 돌리고, 파이프 끝쪽 마감처리를 하는 일에만 몇일이 소비됐다.
쫄대 돌리기를 마감하고 우사 내부에 있는 아시바 파이프를 그라인더로 잘라 제거해 냈다.
자르고 두드리고 깨부수고......
아내와 나리할머니는 그냥 비닐을 뒤집어 씌우면 비닐하우스가 되는줄 알았나보다.
마무리 준비도 돼지 않았는데 뼉다구만 보고 마을 어르신들께 비닐 덮는 일을 거들어 달라고 모셔와 공연한 헛걸음만 하게 해 괜히 내가 양치기 소년이 된것 같았었다.
자~ 이제 어느정도 마무리가 돼어간다.
먼저 모기장을 돌리고, 이어 치마를 돌린다.
땡볕에 달콩이의 얼굴이 시뻘겋게 익었다. ㅎㅎ
야간까지 스마트폰 후레쉬를 켜고 치마 아래쪽에 흙을 덮어줬다.
봄에는 아침에만 잠시 바람이 잠잠해 아침 일찍부터 비닐을 덮었다.
아래쪽 헛간으로 쓸 하우스는 출입구쪽이 마무리가 안돼서 몇일 더 있다 비닐을 치려 했는데 비닐이 바뀌어 헛간으로 쓸 아래쪽 하우스 비닐로 우사를 덮고 보니 폭이 좁아 나는 비닐을 다시 접어 보관하려 했는데 마을 어르신들은 그냥 끌고 가서 막무가내로 헛간에 뒤집어 씌우셨다. 헐........
이어 우사도 비닐을 씌웠다.
비닐을 씌웠으니 더이상 우사는 없고, 이제는 육묘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 났다.
아래쪽 하우스는 나무로 엉성하게 문짝을 만들어 모두 뜯어내고 새로 기둥을 세우려 했는데 기둥도 세우기 전에 비닐이 먼저 씌워졌다. 쩝........
ㅋㅋㅋㅋ 이제 모양이 좀 나온다.
이제 문짝만 만들어 달면 된다.
사각 쇠파이프를 잘라 새들로 연결해 문짝틀을 만들었다.
그라인더로 자르고, 망치로 두드리고, 드릴로 나사 조이고.....
뚝딱뚝딱.... 잠깐 사이에 문짝 4개를 만들었다.
이제 문짝만 달고 문짝에 비닐만 씌우면 육묘장이 완성된다. ㅎㅎㅎㅎ
그런데..... 문짝 4개 만드느라 힘이 들었는지 드릴 밧데리가 또 비실비실 댄다.
천상 문짝 달고 최종 마무리는 내일이나 되어야 되겠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해서 서둘러 문짝까지 완성하려 했는데 아쉽다.....
아직은 마무리 잔손질이 좀 필요하지만 내일이면 문짝까지 달고, 임시 육묘장에 있던 모종들도 새 집으로 이사를 할것 같다.
육묘장 하나를 만드느라 쓰지 않은 근육이 없다.
전동 드릴로 나사를 박으니 뭐가 힘들겠냐고 생각했는데 쇠파이프에 나사를 박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고, 쫄대에 강선을 넣는 일을 했더니 엄지손가락은 퉁퉁 부었다.
겨우 비닐하우스 하나 개조했는데 아내는 새 집이 생긴것 처럼 좋아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농사짖느라 힘들었을 아내에게 이 육묘장을 선물하고, 육묘장이 완성되면 집들이라도 한번 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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