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 감자 수확과 혼자 감자 상차를 마치고 나니 몸은 지칠대로 지치고 정신도 오락가락....
말로만 듯던 멘붕이 바로 이런것인가 싶다.
하지만 화요일부터 집중 호우를 동반한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지친 몸을 쇼파에 기대고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다.
2011년 여름..... 콩 파종을 채 마치지도 못한채 장마가 시작돼 발만 동동 구르던 악몽같았던 시간들의 가슴저린 기억이 아직 또렷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밭이 질어 중간에 비가 그쳐도 트렉터는 밭엔 얼씬도 할 수 없게 된다.
작물은 심는 시기가 있으니 때를 놓치면 하늘만 쳐다보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발만 동동 구르며 속을 끓여야 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경험했었다.
몸이 지칠대로 지친 것은 둘째로 하고, 하루 종일 일을 해도 겨우 할까말까한 일인데 해가 떨어질 시간이 다 된 저녁 6시가 되었으니 난감하기 이를데 없다.
그렇다고 주저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또다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밭 가는 일은 트렉터가 하는 것이니 밤을 세워서라도 하는데 까지는 해보자!!
불을 끄고 덕을 썰은 한석봉 어머니도 있는데, 라이트 켜고 눈에 불을 붙여 하면 불 끄고 떡 써는 것보다야 쉽겠지....
중간밭 로타리를 치고나니 해가 저물어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한다.
겨우 두둑 4개를 만들었는데 그새 칠흑같은 어둠이 깔렸다.
트렉터에 달린 라이트란 라이트는 다 켜고 계속 작업을 이어 간다.
가지런히 잘린 한석봉 어머니의 떡 처럼 내일 아침에 볼때 두둑이 반듯이 만들어져 있을지 모르겠다.
눈 감고 하다시피 거의 감으로 두둑을 만들려니 작업 속도가 엄청 느리다...
먼지는 왜 그리 많이도 나는지.....
입 속에서 흙가루가 질겅질겅 씹힐 정도다.
침을 뱉으면 빨간 황토 흙탕물이 나온다.
트렉터 앞 유리창은 흙먼지로 뿌옇게 덮여 있고, 뒷 유리창은 거의 황토벽에 가까울 정도니 뒷 유리창을 닫고 작업할 수가 없다.
그러니 흙먼지를 고스란히 다 들여 마실 수 밖에.....
마스크를 썼지만 무용지물....
흙먼지를 마시는 것 까지도 참을 수 있는데 뿌연 먼지가 날려 라이트 빛에 먼지만 보일뿐 앞이 보이질 않는다.
작업을 하는 내내 머릿속엔 '내일 일찍 일어나서 할까?? / 아냐! 시간이 없어! 할때까지 해보자!'라는 갈등이 서로 씨름질을 한다.
10시까지 작업을 하다가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는게 효과적이다!'라는 생각이 승리를 했다.
알람을 새벽 4시 30분으로 맞춰 놓고 씻기가 무섭게 골아 떨어졌다.
잠결에 '후두두둑..' 하는 빗 소리가 들린다.
비몽사몽 게슴츠레 눈을 떠 보니 밖은 아직 깜깜하다.
잠결에도 '비가 오후부터 온다더니 왜 꼭두새벽부터 오고 그래....'라는 푸념을 하며 다시 천근 같은 눈꺼풀을 닫았다.
얼마나 더 잤을까???
잠결에 빗소리가 그친것이 느껴진다.
밤새 요란스러웠던 빗소리에도 불구하고 땅이 많이 젖어있지 않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시계를 보니.... 아뿔싸!!!!
시계 바늘이 7시를 가르킨다.
망했당..... 30분 후에는 출근을 해야 하는디..... @@
겨우 30분 더 밭을 갈고 사무실로 옮기는 발길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오후부턴 비가 온다는데.....
이러다 올해 콩 농사 망하겠네..... 쩝
하지만 다행히 화요일에는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당직 근무를 마치고 수요일 아침에 집으로 와 오전 9시 30분 부터 다시 트렉터에 앉았다.
비가 적당히 내려 먼지도 없고 오히려 작업 조건이 훨씬 좋아졌다.
낮에 하니 작업 속도도 한결 빠르다.
우람콩을 심을 중간 밭을 다 만들고 마을 입구 밭으로 향했다.
남은 연풍콩과 우람콩을 심도록 두둑을 만들었다.
메주콩밭 만들기가 완성 되고 바로 종자용 메주콩들을 꺼냈다.
지난번에 옥수수밭 옆에 심은 것을 빼고 나니 남은 우람콩 종자는 23kg 이었다.
종자소독을 위해 우람콩을 바구니에 담고......
점심을 먹는 시간도 아까워 밥을 흡입하고 바로 콩 파종기를 조립했다.
지난번에 블로그에 "황금파종기 100% 활용하기"라는 글을 올린 것을 황금파종기 사장님이 보시고, 당신들이 하실 것을 대신 해줘서 고맙다며 무료로 황금파종기 2셋트를 선물 받았다. ^^*
메주콩은 한 두둑에 2열 파종을 할 예정이다.
파종 시기도 좀 늦어져 좀 더 밀식을 하려는 것이며, 또한 단위 면적당 수확량 증대를 목표로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더 밀식을 해 볼 생각이다.
파종기 2개가 추가로 더 생겼으니 이번에는 두개를 연결해 동시에 두줄 파종을 시도할 생각이다.
파종기 두개를 하나로 연결해 장착하고 마을입구 밭으로 고고싱~~~~!!
열 간격을 35cm로 하고 파종을 시작한다.
두개를 하나로 만들어 밀고 다니려니 확실히 힘이 많이 든다.
더욱이 두둑을 만든지가 얼마 안돼 땅이 푹신거려 더욱 힘든것 같다.
하지만 속도는 두배로 빠르니 힘들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비오듯 땀을 흘리며 순식간에 마을 입구밭 메주콩 파종을 마쳤다.
다시 중간 밭으로 향해 남은 우람콩을 파종하려니 좀 지친다.
잠시 쉴 겸 해서 한심했던 감자밭을 먼저 두들기기로 했다.
비가 오기 전에 먼저 밭부터 만들어 콩 심을 준비를 마치는게 더 급하다.
한심한 감자밭에는 서리태를 심을 생각이다.
서리태 두둑은 메주콩 두둑과는 다르게 만들었다.
메주콩은 한 두둑에 두줄 파종을 했지만 서리태는 한 두둑에 한줄 파종을 한다.
대신 작년과는 달리 서리태도 조금 더 밀식을 할 생각이다.
작년에는 배토기 날을 세개 달아 트렉터가 한번 지나갈 때 두둑을 두개 만들었는데 올해는 한번에 두둑을 3개를 만들 생각이다.
배토기 날을 4개를 설치해 트렉터가 한번 지나갈 때 두둑이 3개가 만들어진다.
당연히 두둑의 폭도 좁아지고 열간 간격도 좁아지게 된다.
서리태 두둑을 작년과 달리 만드는 이유도 똑 같다.
파종 시기가 늦어짐과 단위 면적당 수확량 증대를 위해서다.
두둑을 반쯤이나 만들었을까????
이번엔 나의 애마가 너무 힘들어 한다.
녀석도 더운지 후끈한 열기를 푹푹 뿜어 낸다.
잠시 애마를 쉬게 할 동안 다시 중간밭 메주콩 파종을 시작했다.
콩 파종을 마친 곳은 중간중간 발자국이 남아 있다. ^^
한참을 메주콩 파종을 하니 이번에는 또다시 내가 지친다.
내가 지치면 트렉터에 올라 타고, 트렉터가 지치면 나는 다시 파종기를 밀고....
몇차례 이렇게 작을 하다보니 어느새 메주콩 종자가 바닥났다.
작년보다 밀식을 해서인지 확실히 종자 소모량이 많다.
남은 종자를 찾아보니 선유콩 종자만 조금 남아 있다.
교잡 방지를 위해 중간 부분은 수수를 심고, 충분히 거리 띄워 선유콩을 파종하고 메주콩 파종을 모두 마쳤다.
서리태도 작년보다 밀식을 하니 남은 종자가 궁금해져 서리태 종자를 꺼내 봤다.
큰일났다... 아무래도 종자가 많이 모자랄것 같다.
일품서리태 남은 종자를 모두 심고, 석림 1호까지 다 심어도 아무래도 종자가 모자랄것만 같다.
특히 옥수수밭에 이모작으로 들어 갈 종자는 확실히 모자란다.
작년에 정선을 하며 남은 콩깍지까지 모두 털어 종자를 더 확보해야 할것 같다.
잠자고 먹는 시간까지 포함해 정확히 26시간만에 메주콩 밭을 만들어 연풍콩, 우람콩, 선유콩 파종을 마치고, 서리태 밭 두둑까지 만들어 놨다.
서리태 파종까지 마쳤으면 마음이 한결 홀가분 했을텐데 출근을 하느라 서리태 파종은 하지 못해 좀 아쉽다.
내일 오전까지만 더이상 비만 안 내리면 남은 서리태 파종까지 모두 마칠 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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