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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맥 빠진 하루.....

by 달콩이네 농장 2013. 4. 11.

4월 10일에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당직을 서는 9일 저녁 혹시나 하는 맘에 가족들 목소리라도 한번 더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인천으로 이사가신 어머니께도 전화 드리고, 강화 사는 남동생에게도 전화하고, 여동생에게도....  그리고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두 딸에게도 전화를 해 목소리를 한번 더 들어봤다.

 

매 정시마다 채널을 바꿔가며 뉴스를 시청하다 잠이들어 새벽 세찬 바람소리에 잠이 깼다.

8일날 하루 종일 삽질하며 감자 비닐 벗겨진 것을 덮었는데 9일날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10일날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걱정이 된다.

 

아침 교대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을 입구 감자밭 비닐이 태극기 휘날리듯 펄럭인다.

인근 다른 농가의 밭들에서도 세찬 바람에 펄럭이는 비닐의 소리가 요란스럽다. 

바로 삽을 들고 나와 단도리를 했다.

그래도 비닐이 벗겨진 두둑이 그리 많지는 않아 어렵지 않게 단도리를 해서 다행이다.

마을입구 밭이라 창피 당하기 싫어 잽싸게 비닐을 보강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쪽 밭들은 강풍이 불기 전날인 8일날 대충 손을 봤으니 괜찮으려니 했는데, 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니 그래도 바람에 펄럭이는 비닐이 보인당......쩝

 

멀리 밭을 먼저 보고 밥을 먹자니 밥알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 

먹는둥 마는둥 몇 숟가락 뜨고 바로 감자밭으로 나가 봤다.

 

휴~~~~~~~~~~~~~ !! 

한숨만 나온다.

마을 입구 감자밭은 태극기 휘날리듯 했는데, 집 앞 감자밭은 미친년 널뛰듯 비닐이 펄럭인다. 

감자밭 만들때부터 흙의 감이 좋지 않더니......

집 근처 감자밭은 두고두고 속을 썩인다.

엎친데 겹친겪으로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속에는 감자보다 먼저 수많은 잡초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 있다.

 

머리에 쥐가 나려 한다.

괜시리 두줄 파종을 했나 싶기도 하고, 투명비닐을 사용한 것이 후회되기도 하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흙에 있었다.

 

흙의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두둑도 높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감자도 깊이 심어지지 못했고, 비닐 멀칭도 수월치 않았다.

8일날 하루 죙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삽질을 했더니 엄두가 나지 않고 삽을 내 팽개치고만 싶다.

 

적게나 심었어야  걱정이 덜하지.....

 

아내가 나와 비닐을 다시 덮고 있다. 

멍~하니 아내만 쳐다보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것이 전부라면 나도 주저하지 않고 삽을 들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사진에 보이는 방향은 밭의 중간에서 찍은 사진이고, 반대쪽 방향으로도 상황은 똑같고, 가운데 밭도 여기저기 비닐이 펄럭인다. 

더 이상은 사진을 찍을 맛도 안난다.

 

또한 이 상태로 비닐을 덮자니 아무래도 수분이 부족한듯 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한숨만 나와 애꿎은 담배만 피워 물었다.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다 아내를 불렀다.

오늘은 비닐을 덮을 힘이 도저히 나지 않으니 그만 들어가자고....

인천에 있는 아우들과 친구들에게 S.O.S.를 보내봐야겠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귀농 첫해에 모판 작업했던 일이 떠 오른다.

 

귀농 첫해 봄... 한해에 모판 작업을 무려 3번이나 했었다.

처음에는 마른 논에 볍씨를 파종한 모판을 놓고 물을 줘가며 육묘를 하다가 묘를 전부 태워 죽였었다.

그래서 다시 모판 작업을 해서 물논에 육묘했던것도 실패.

그래서 또 다시 육묘를 해 겨우겨우 성공했던 기억이 났다.

 

한해에 연거푸 두번이나 실패를 하고 세번째 겨우겨우 성공하다보니 이듬해에는 실패의 기억이 뚜렷이 떠올라 한방에 성공했었다.

귀농 둘째해에는 오히려 다른 많은 농가들은 황금누리 종자 육묘를 실패해 면사무소와 이웃농가를 찾아다니며 남은 묘를 구하느라 정신없었는데, 나는 한해 3번의 실패 경험을 밑천으로 경험 많은 다른 농가보다 육묘를 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의 상황이 마치 귀농 첫해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성공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이 배우고, 그리고 더 머릿속 깊이 기억 되어진다.

나는 그동안 작물에 대해서만 열심히 공부를 했지 실상 제일 중요한 흙에 대해서는 감각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번에 비닐이 많이 날렸던데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흙에 있었던 것이다.

 

태산 같은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저 많은 비닐을 삽질해가며 정비하는 일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처음으로 일이 두려워진다.

 

올해 감자 농사는 정말 엉망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 뒤에는 또 다시 오기가 발동한다.

이렇게 힘들고 재미보지 못할 것이 뻔하면 내년에는 감자 재배 도전을 포기할만도 하련만 나는 벌써부터 내년 감자 재배가 기다려진다.

올해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들은 분명 내년 감자 재배에 더 없이 좋은 밑거름이 될것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그러다 문득, 비닐 멀칭을 해 놓은 옥수수 밭이 또 걱정되 발길을 옥수수 밭으로 돌렸다.

다행히 옥수수밭은 단 한군데도 문제없이 비닐이 말장하다.

역시나....  흙의 상태가 좋아 감이 좋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일 할 맛이 뚝 떨어져 집에서 멍하니 TV를 보며 미사일은 쐈는지, 아니면 정말 쏘려는지 뉴스를 보며 또다시 애꿎은 담배만 연신 피워댔다.

오늘 맘 같아서는 감자밭은 물론이고 다른 밭들도 쳐다보기도 싫어 몸은 TV 앞에 앉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은 나 자신도 모르게 밭에 가 있었다.

 

그래!!!  감자밭은 일단 좀 더 맘을 추스리고 수습하기로 하고, 일단 계획대로 옥수수밭 밑거름부터 넣고 옥수수 심을 수 있는 준비라도 마쳐야 겠다는 생각에 다시 옥수수밭으로 나갔다.

 

옥수수 밭에 농협 퇴비와 참달콤, 복합비료를 골고루 뿌리고 로터리를 쳐서 금요일에 옥수수 심을 준비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

 

점심때쯤 이상기온으로 매화의 개화 상태를 궁금해 하시던 과수박사님의 전화를 받고나니 이제 매실의 개화 상태가 궁금해져 다시 발길을 매실나무쪽으로 돌렸다.

 

아직 만개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엇그제보다는 개화가 조금 더 진행 되었다.

날씨가 추워 예상보다 개화가 늦어지고 있는것 같다.

어찌보면 만개하지 않은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날씨가 추울때 만개했다면 벌들의 활동에 지장이 많아 수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익산에서는 이상기온으로 매화와 벗꽃이 같은 시기에 개화를 해 꽃이 더 화려한 벗꽃으로 벌들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걱정이라는 과수박사님의 말씀에 근처에 있는 벗나무도 살펴보았으나 다행히 아직 벗꽃은 개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태풍같은 강풍이 불지를 않나, 4월에도 눈이 내리는 기현상이 발행하지를 않나.....

봄날씨가 미친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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