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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한시간만에 김장하기...

by 달콩이네 농장 2012. 11. 25.

콩탈곡기 임대예약이 밀려 서리태와 쥐눈이콩 탈곡이 늦어지면서 몇일의 공백이 생겨 막간을 이용해 김장을 했다.

올해는 배추도 고추도 심지 않고 모두 마을에서 공수해 김장을 했다.

마을 어르신들의 넉넉한 인심 때문에 대파와 쪽파 그리고 갓까지 공짜로 얻었고, 우리가 재배한 것은 딸랑 마늘과 조미료 대용으로 넣은 매실원액이 전부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장을 하려면 사나흘 전부터 마늘까고 다지고, 쪽파 다듬고, 무우 채 썰고 어수선 했는데 올해는 마늘 한톨 만져보지도 않고 김장을 마쳤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장날이면 먹던 석화는 물론이고 늘상 빠지지 않던 보쌈도 맛보지 못하고 김장을 마치다보니 김장이 김장 같지가 않다.

 

내 손에는 고추가루 하나 뭏이지도 않고 마늘 한톨 만져보지도 않고 김장을 마치기는 했으나 그 뒤에는 아내의 숨겨진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11월 초순부터 이웃 어르신들 댁으로 김장 품앗이를 다니며 마을분들의 김장을 거들었기에 우리집 김장을 할때는 마을분들이 김장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도와주셔서 싱겁게 느껴질만큼 쉽게 김장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웃집 김장은 거들지 못했어도 우리집 김장을 하는데는 쥔장인 내가 빠질 수 없어 김장을 거들기 위해 서둘러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배추를 뽑아와 절여서 행구고 씻는 일까지 모두 이미 마을 남자 어르신들이 모두 마쳐 놓아 있었다.  

마늘은 내가 당직 서는 날 아내 혼자 전부 까 놓았다가 웅이네 마늘 다질때 가져가 기계로 다져 놓았고, 무우채도 어제밤 나리 할머니와 다 썰어 놓았고, 갓이며 쪽파까지 모두 다 다듬어 놓아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채리 할아버지는 칼까지 전부 갈아 놓으시고 절인 배추 꼬리 부분을 다듬고 계셨고, 나리할아버지, 영수네 할아버지, 웅이네 할아버지는 절인 배추의 남은 물기를 빼고 계셨다..

내가 한 일은 어르신들이 손질해 바구니에 담아 놓은 배추를 집 안으로 옮겨 나르는 일이 전부.....ㅋㅋㅋ

   

집 안에서는 김장속을 버무리느라 바쁘다.

썰어 놓은 무우채에 고추가루를 골고루 섞이게 버무리고....

생새우도 넣고.....

 

올해 수확한 매실로 담은 매실액기스도 설탕과 조미료 대용으로 넣고....

쪽파, 대파, 갓 등등등등....... 을 넣고 수차례 뒤집는다.

 

내가 들어 옮기는 동안 아주머니들은 양념을 노란 배추속에 넣고 비비고......

청일점 유석이 할아버지도 김치 버무리는 일을 하신다. ^^*

 

그래도 내가 제일 중요한 일을 했다.

간! 보! 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해 처음으로 김장에 동참한 처남과 해마다 김장날이면 보쌈먹는 행복을 만끽하던 나는 보쌈 구경을 못한 것이 서운해 몇차례나 보쌈 타령을 했지만 아내와 마을분들 모두 내 말이 연신 짖어대는 우리집 개짖는 소리보다도 더 우습게 들리는지

"저 개새끼 목 쉬겠다~~~. 정말 징그럽게 짖어대네....."라며 개 짖는 소리만 신경쓰며

'때려라!, 딴데 묶어라!, 제 밥값 잘 하는거다!' 라는 등등 개소리만 하시며 나와 처남의 말은 개소리만도 못하게 들으신당 헐~~~~~~!!!

 

하는 수 없이 아내 옆구리를 찌르며 "보쌈은 언제 먹어???"라고 넌즈시 물으니

아내 말인 즉.......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이제 보쌈에 질려서 보쌈은 쳐다도 안보셔~~~!! 

그동안 여러집 김장 품앗이 돌며 입에서 돼지똥 냄새 날만큼 드셨어~~! 나두 그렇고~~!!"           헐~~~~~~~~~!!

천상 일주일 뒤에 옆집 나리네 김장 할때나 꼽싸리 껴 보쌈 맛을 봐야할것 같다.  쩝......

 

어머니께 드릴 것과 처남네 줄 것까지 김장을 했는데도 걸린 시간은 불과 한시간 정도나 될까???? 

정말 이번 김장 정말 싱겁게 끝났다.

그래도 커다란 월동 준비 하나를 마쳤으니 마음은 홀가분하다.

고추가루 한조각 뭏이지 않고 쉽게 김장을 끝낸 대신 오늘 밤은 열심히 아내 다리와 허리를 주물러 줘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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