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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콩 재배

마음은 콩밭에 가 있고, 좌불안석 심란한 하루....

by 달콩이네 농장 2012. 11. 10.

오늘은 당직근무날....

마음은 온통 콩밭에 가 있는데,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 있어야 하는 반쪽농부다보니 마음이 어수선하고 하루 종일 좌불안석이다.

오늘 밤부터 내린다는 비 소식에 더더욱 심란하다.

 

지난 11월 1일부터 서리태를 베기 시작해 오늘 아침 마지막 예초기를 돌려 서리태 베기를 마쳤다.

베어 놓은 콩대들을 모아 갑바로 나르고 비 올것에 대비해 갑바를 덮어 놓는 일까지 모두 연약한 두 여인네(아내와 노모)에게만 맡기고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마음이 무겁다.

 

풀관리를 조금만 더 잘했으면 콩 베기가 좀 더 수월했을텐데 이번에도 역시나 풀 때문에 작업이 더뎠다.

   

나는 풀관리에는 정말 잼뱅이다.

그래도 그나마 올해는 작년보다는 바랭이는 많이 잡아 일부에만 바랭이가 속을 썩였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대신 올해는 여느해보다 광엽잡초인 도깨비 풀이 극성을 피워 애를 먹었다.

그래도 도깨비풀은 작업할때는 불편해도 콩에 지장을 주는것은 바랭이보다는 덜하다.

 

바랭이가 있는 곳은 콩의 생육에도 지장이 많아 콩의 생육이 저조하지만 도깨비풀이 있는 곳은 다행히 콩의 생육에는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도깨비풀이 얼마나 많던지 바지와 장갑이 마치 철갑옷 같다.

도깨비풀 때문에 콩을 벨때는 늘 올코팅 장갑을 끼고 콩을 베었는데, 하루는 다른 일을 하다가 그대로 반코팅장갑을 낀 채로 콩을 베었더니 한줄도 안벴는데 장갑에 도깨비풀이 가득하다.

 

서리태가 15cm쯤 자랐을 무렵 도깨비풀은 2~3c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콩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로 도깨비풀의 생육은 저조하겠지라고 안심했었는데 어느 순간 서리태 밭에 가보니 녀석들이 서리태와 키가 비슷했다가 생육 후반들어서는 서리태보다 두배 이상 크게 자라 있어 서리태 밭인지 도깨비 풀밭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 였다.

 

이제부터는 초여름에 아무리 일이 바빠도 꼭 풀부터 잡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작심을 한다.

초기에 풀만 잘 잡아도 여름내 예초기를 메고 살지 않아도 되고, 가을걷이를 할 때의 일의 속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농부는 늘상 날씨 때문에 걱정을 하는것 같다.

햇볕이 좋으면 콩이 튈까 걱정......

비가 온다하면 콩이 젖을까 걱정.....

 

처음 서리태를 베기 시작한 11월 1일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다음날인 11월 2일에는 콩을 베는 동안 한쪽에서는 아직 베지도 않은 서리태에서 콩깍지가 비틀어지며 콩알이 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얼마나 급하던지....  서둘러 2일~3일 이틀 연속으로 정신없이 예초기를 휘둘러 댔다. 

 

왜 하필 생일들은 이맘때 몰려들 있는지..... 이긍~

11월 1일날은 어머니 생신이라 최소한의 자식된 도리는 해야겠기에 모시고 점심식사를 하느라 금쪽같은 시간 4시간을 할애 해야 했었다.

11월 4일은 또다시 아내 생일....  5일날은 옆집 아저씨 생일....

가만히 서 있는 콩대에서 콩알 튀는 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남아 몸과 머리가 따로 놀고 있었다.

 

다행히 중간에 비가 내려 잠시 콩알이 튀는 것을 지체 시켜 다행이기는 했으나 비가 그치고 햇볕이 좋아지면 콩은 더욱 심하게 튀기 때문에 반쪽중 쉬는 날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예초기를 들어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예초기를 내려 놓았다.

콩을 벤 날을 합해보니 4일간 이다.

 

두개의 예초기에 모두 원형 톱날을 달아 콩을 벴다.

처음에는 콩수확기를 간단형으로 바꿔 달고 벴는데, 지난 태풍에 대부분의 서리태가 비스듬히 누워 있어 굳이 거치대가 필요치 않을것 같아  

예초기 하나에는 그냥 원형톱날만 달아 베었는데 거치대가 없는 것이 비스듬히 누운 콩대를 베기에는 더 편리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콩베기는 원형톱날만을 단 예초기로 작업을 했다. 

 

콩을 베면서 보니 올해 우리 농장의 서리태 작황도 좋지는 않았다.

내가 만족할 수준으로 꼬투리가 생성된 콩대는 몇개 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수준의 일품서리태다.

한개의 콩대에서 발생한 꼬투리 협수가 엄청나다.

하지만 실제 이정도 만큼 꼬투리가 달린 콩대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서리태는 이정도 꼬투리가 달렸다.

 

 

위의 사진들 모두 각각 한개의 콩대들이다.

이정도의 작황이 50~60% 정도이고 나머지 40% 정도는 이만 못한것들도 많이 있다.

특히 바랭이가 많은 곳에서 자란 서리태는 부진했고, 발아기 관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은 결주가 된곳도 군데군데 있었다.

 

올해는 특히 자연과콩에서 뿌리혹 박테리아가 많이 생성된다며 판매하는 종자처리제를 1/3가량 사용했고, 1/3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나머지 1/3은 희석량을 반정도로 하여 처리해 각각 파종을 구분해서 실험재배해 보았었다.

 

실험 결과는 확연히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는데 종자처리제를 사용한 포장의 경우 전반적으로 콩대가 좀 더 굵은듯한 느낌은 든다.

다만 확실히 그렇다고 확언하지 못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재배 포장의 토양 조건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밑거름의 사용은 동일한 조건이었으나 콩을 수확하면서 보니 토양의 배수 조건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은 실험결과 확인은 콩베기를 마친 후 포장별 뿌리의 발달 정도를 관찰해 볼 생각인데 뿌리에 발생한 뿌리혹박테리아의 생성 차이를 확인해 볼 것이다.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어느정도의 효과는 인정을 해야할것 같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함에 내년에는 연중 수시로 둘러보는 매실밭에 간작으로 좀 더 확실한 실험을 시도해보려 한다.

또한 내년에는 종자처리제 뿐만 아니라 다수확처리제의 사용 여부에 따른 차이까지 좀더 디테일하고 세심하게 발아, 생육 과정, 개화, 꼬투리 생성, 콩알의 비대 정도까지 실험 관찰해 볼 생각이다.

 

작황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재배 면적이 조금 늘었으니 어느정도의 수확은 가능할것 같다.

올해 서리태 농사 작황이 좋지 못하다는 말에 한개의 콩대도 빠뜨리지 않고 모으느라 아내와 어머니의 노고가 많다.

어지간해서는 힘들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어머니도 '몇일간 콩대를 모으느라 허리를 숙여 일을 하셨더니 허리가 좀 아프다'고 하신다.

   

베어 놓은 콩대를 이렇게 중간중간 모아 놓는다.

 

모아 놓은 콩대는 트렉터에 추레라를 달아 이동하며 실어 갑바로 옮긴다.  

트렉터 로더에도 싣고....

 

트레일러에도 꾹국 눌러 실는다.

트레일러가 엄청 커서 경운기 3대 이상의 적재가 가능하다.

 

갑바도 많이 필요하다.

바닥에 깔것과 비올때를 대비해 덮을것 까지 구비하려니 많은 갑바가 필요해 추가로 갑바를 몇개 더 샀다.

덮는것은 하우스용 비닐을 살까 했었는데 비닐가격이 갑바 가격보다 더 비싸다... 헐~

갑바를 들어 나르기도 힘들다며 아내는 밭 한가운데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ㅋㅋ 

4륜구동 차를 하나 사주던가 해야지.... ㅋㅋ

 

그동안 모아 놓은 콩대가 수북히 쌓여간다. 

 

 

 

 

밭 중간중간 쌓아 놓은 갑바가 전부 몇개더라????

 

갑바로 옮기지까지한 콩대가 반이 조금 더되니 아직도 옮겨야 할것이 엄청 많은데 오늘은 내가 없으니 그 많은걸 아내와 어머니가 전부 옮겨야 한다.

트렉터에 트레일러를 달아 아내도 트렉터 운전에 자신이 없다고 하니 그 많은걸 전부 들어 옮겨야 한다.

 

그러니 사무실에서 편히 앉아 이렇게 글이나 올리는 내 맘이 편할리가 있나!!!

이제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지금쯤 얼마나 해 놓았으려나....??

내일 내가 트렉터로 옮기면 쉬울텐데 오늘밤에 비가 오기 시작한다고 하니 힘이 들어도 오늘안에 무조건 옮겨야만 하니 두 여인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콩 수확을 마치면 어머니와 아내에게 보약을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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