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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시골 체육대회날......

by 달콩이네 농장 2012. 9. 22.

시골로 이사와 처음으로 부락 체육대회에 참가했다.

정식 명칭은 '고북 면민 화합 체육대회'다.

 

시골에서는 면, 동 단위로 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체육대회를 한다고 한다.

2년전에는 태풍 곤파스 피해로 행사가 취소되어 내겐 이번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체육대회다.

예전에는 학교 운동회가 부락 체육대회였는데 지금은 학교 운동회보다는 면 단위의 체육대회가 커다란 지역 행사라고 한다.

 

대회 하루 전부터 각 부락마다 음식을 만드느라 마을 아주머니들은 애를 쓰셨다.

대게는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각 마을 이장님 댁에서 준비를 하는데 우리 마을은 우리집에서 음식 준비를 했다.

아내가 제일 젊은 아낙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음식을 마련할 동안 남자들은 돼지 한마리를 잡았다.

그야말로 동네 잔치다..

 

드디어 체육대회 당일....

해가 뜨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마련한 음식을 나르느라 온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내 차에도 음식이며 크고 작은 함지박, 음식 용기들을 한가득 싣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각 마을마다 정해진 천막에 자리를 잡고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차리느라 바쁘다 바빠~~!! 

제일 먼저 어제 잡은 돼지로 수육을 만드느라 까스통 불판에 불을 집혀 수육을 삶는다.

부녀회장님이 어제부터 수고를 많이 하신다.

 

전도 넉넉히 준비하고.....

 

오징어 무침도 만들었다...

 

아주머니들이 음식을 용기에 담으면 막내인 내가 부지런히 써빙을 한다..

 

일단 간단히 떡, 오징어무침, 포도, 마른안주, 전, 음료, 술을 날라 상을 차리고....

 

술과 음료는 커다란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만들고.....

 

어느새 수육이 먹음직 스럽게 삶아졌다..

 

육개장도 한 양동이 가득 끓인다..

 

육개장은 오롯이 자기 작품이라며 아내가 육재장 앞에서 짝다리를 하고 폼을 잡고 있다..

 

우리 마을은 다들 연로한 어르신들인데 대회는 무슨 대회 그냥 먹자판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팀 단위를 옆마을과 함께 구성해 신상1리, 2리, 3리가 '신상리'로 통합하여 한 팀이 되어 대회에 참가를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마을은 신상3리.... 우리 마을은 내가 제일 막내지만 옆마을인 신상2리에는 젊은 친구들도 제법 보였다.

이장님은 내게 줄다리기와 릴레이에 참가를 해야 한다고 하신다.

 

줄다리기는 대충 하면 되지만 릴레이는 좀........

에고... 큰일이다. 도대체 몇년만에 뜀박질을 해보는건지 계산도 안되는디 이 나이에 어찌 뛰란 말인가.....!!!

체육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릴레이 때문에 마음이 영 편칠 않다..

 

대회 시작을 알리는 사물놀이패의 흥 돋우기가 시작되며 본격적인 대회가 시작됨을 알린다.. 

 

본부석에는 상품이 가득 쌓여 있고....

 

경품으로 나갈 자전거도 가지런히 줄을 잘 맞춰 서 있다.

 

자전거가 꽤 많은데 나한테도 행운이 좀 오려나????  로또보다는 확률이 높으니 은근히 기대가 좀 된다.. ㅋㅋ

 

드뎌 각 마을의 선수단이 입장하고.....

 

대회 시작을 알리는 푹죽이 터진다...

 

첫 경기는 족구대회.

나도 군대있을 때는 족구 좀 했는디....  우리 마을은 족구는 참가를 하지 않았다.

 

이어 한 마을도 예외가 없는 줄다리기 시합이 시작된다.

 

아따..... 빨강모자 아저씨는 줄다리기를 하는겨 아님 매달리기를 하는겨~~!!

 

남들은 줄다리기를 하거나 말거나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일단 배부터 채우기 바쁘시다..ㅋㅋ

각 부락마다 공평하게 자전거 한대씩 경품 추첨할 자전거를 세워 놓았다..

ㅋㅋㅋㅋ 왠지 내꺼가 될것 같은 느낌이 팍팍 풍긴다..

 

드디어 경품 추첨!!

 

당첨자는 구 이장님이셨던 정순택 아저씨다..

에구... 자전거는 물 건너갔당... 

아저씨는 신이나 입이 귀 잡으러 간다.

당첨 기념으로 운동장을 누비며 시승식부터 하신당....  좋겠당....

아저씨 추카추카!!!!

 

드디어 우리마을 줄다리기 시합 차례다. 

첫 상대는 신송리다. 

다행히 옆마을인 신상리 2구에는 젊은 사람들이 좀 있어 해볼만하다.

순수히 우리마을에서는 기운 좀 쓰시는 채리할아버지와 나! 딱 두명만 참가를 했다.

영차! 영차!! 

젖먹던 힘까지 총동원이다. 

 

우리 마을이 이겼다. 아싸~~~~~~!!

"웅이 할매!! 저 어때유~? 쎄쥬~~!!" ㅋㅋㅋㅋ  

웅이 할머니가 신이나서 내 엉덩이를 두드려 준다. ㅎㅎ

 

배를 두둑히 채우신 어르신들도 흡족해 하신다..

 

수고했다며 고기와 음식들을 마구 갔다 주신다..ㅋㅋ

조금만 있으면 릴레이를 할텐데 배가 불러 뛸수나 있으려나.....!

 

배불리 먹고 씩씩대고 있는데 릴레이 선수들은 곧 시합이 있으니 대기를 하란다.

큰일났다. 개망신 당하게 생겼다..... 

운동화끈을 질끈 동여 매고 출정 준비를 한다...

 

에고.... 그런데 운동화를 다시 벗어야겠다.

바톤 대신 몸빼바지를 갈아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릴레이 주자 순서는 1번 주자가 이장님, 2번 주자는 새마을지도자, 3번 주자는 부녀회장, 4번 주자는 반장 순서로 정해져 있고,

바통 대신 앞 주자의 몸빼바지를 벗겨 갈아 입고 뛰어야 하는 것이다.

 

바지를 뒤집어 입거나 한쪽 다리만 넣고 뛰면 실격이다.

릴레이의 관건은 바통 터치!!

이번 릴레이의 관건은 몸빼 빨리 갈아입기다.

신발을 신으면 바지 갈아입기가 어려워 신발을 벗고 맨발로 뛰어야 한다.

 

 

바지를 갈아입는 과정에서 순위가 뒤바뀐다.. 

 

이제 우리마을이 출전할 시간이다..

카메라를 아내에게 넘기고 나는 선수 입장.......

 

1번 주자인 이장님이 거리 차이 없이 2등으로 들어와 새마을지도자에게 몸빼를 넘기고.....

2번 주자인 새마을지도자님 잘 뛰신다!!!!

아싸!! 역전~~~!!

1등으로 들어와 신상리2구 부녀회장님께 몸빼바지를 넘긴다..

부녀회장님 1등으로 스타트!!!!!

에공..... 그런데 1구 부녀회장님 너무 느리당.....  역전된다!! 

2등으로 밀리더니 다시 3등으로 밀린다.... 

1등과의 거리차는 근 20미터 이상되게 3등으로 들어 오셨다.

 

죽을뚱 살뚱 뛰어 들어오시는 부녀회장님께 소리질렀다.

"회장님!!! 다리 쭉 펴고 누워요~~~!!!"   

한방에 바지를 벗겼다. 

벗기는거야 자신있지!!!!

잽싸게 갈아 입고 드디어 뛴다.

선두와의 차이가 엄청나다.

거의 운동장 반바퀴의 차이다.....

 

몸빼를 입고 우사인볼트 처럼 달렸다!!!

10미터쯤 앞선 2등 주자를 추월하고 1등을 잡기 위해 죽을똥살똥 뛰었다..

선두로 달리던 아저씨가 결승점 30미터를 앞에두고 다리가 꼬인다...ㅋㅋㅋㅋ

챤스다!!

 

결승점 앞에서 역전!!!!!!

ㅋㅋㅋㅋㅋㅋㅋ 1등이다!!

 

개망신 당할까봐 걱정했는데 엉성한 아저씨들 덕분에 졸지에 영웅이 됐다.

마을 어르신들 신났다.....  ㅎㅎㅎㅎㅎ 

초등학교때도 한번도 해보지 못한 1등을 했다. ㅋㅋㅋ

 

어르신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ㅎㅎ

 

달콩이 신났다 신났어~~~~ ^^*

 

이어 줄다리기 2차전..... 

한번 더 승리의 쾌감을 기대하며 비장하게 줄을 움켜 잡는다....

 

하지만 상대는 고북면에서 제일 힘이 좋다는 사기리!!  

옛날에 천수만 간척지를 만들기 전에는 조개를 캐던 사람들이라 남자구 여자구 기운들이 엄청 좋다며 인근 마을 아주머니가 말씀하신다...

 

저저저~~~~~ 배 봐라!!

에고에고.....  기운 쓸 겨를도 없이 그냥 질질 끌려간다.. 헐~~ 

결국 우리를 쉽게 걱은 사기리가 결승에서도 우승을 했다.

그래도 우승팀한테 졌으니 위로가 된다..ㅎㅎ

사기리 사람들 신났다.. ^^*

 

예선에서 멋지게 1등을 했던 릴레이는 결선에서 아쉽게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새마을지도자님까지는 1등으로 들어와서 우승을 기대했었는데

새마을지도자님이 입었던 몸빼를 부녀회장님께 벗어 넘겨 주는 과정에서 새마을지도자님과 부녀회장님이 벗고 벗기기를 못해

마지막 주자인 내가 부녀회장님의 옷을 벗길 때 이미 상대 선수는 결승점을 통과했다.

2등과의 거리차도 너무나 떨어져 추격은 불가능.......

아쉽게 3위를 했지만 내 체면치례는 다 했으니 만족이다~~ ^^*

 

이어 초대가수의 노래를 시작으로 노래자랑이 시작된다.

 

무대 위 오른쪽에 머리 살짝 벗겨진 아저씨는 막걸리에 걸쭉하게 취하셨는지 노래자랑 시작때부터 끝날때까지 쉬지도 않고 흔들어 대신다..ㅋ

 

흥이 많으신 웅이 할머니도 노래자랑 시작과 함께 앞으로 나가 신나게 흔드신다~  ♪♬ 

 

"웅이 할머니 멋쟁이~~~!!" ♬♪♪

 

신상리 2구 부녀회장이신 홍현숙 집사님도 열창을 하신다~ !!

이분도 나와 같은 인천에서 내려오신 분이다.

어머니와 같은 교회를 다녀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분이다.

 

우리 마을 대표 가수도 나가서 노래를 부르시고~~~ ♪♪♬

 

요즘 세계적인 열풍인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춤도 신나게 추고....

 

아저씨들도 신이나 강남스타일을 따라 해 보지만.....

아저씨들은 역시나.... 충남 스타일!!!!!

 

하루 종일 서 있었더니 다리가 아파 죽겄는디 마을 어르신들은 가실 생각도 안하고 끝까지 함께 하신다..

 

홍현숙 집사님... 노래 수준이 보통이 넘는다 싶더니 역시나..... 우수상을 수상하신다.

 

노래자랑을 하는 동안 나는 짐을 정리하고 차에 싣고 대기중.....

행사가 끝나고 안녕히 가시라는 맨트가 나와서야 어르신들이 차로 오신다.

 

시골의 대표 행사인 체육대회는 이렇게 끝이 났지만 어르신들은 집으로 향하질 않는다.

남은 음식을 모두 마을회관에 내리고 뒤풀이로 저녁 식사까지 마치고서야 처음으로 맞이하는 가을 체육대회가 끝이 났다.

어제부터 음식을 준비했던 아내도 지쳤고 나도 하루 종일 서 있어 다리가 뻑적찌끈하지만 모처럼 함박 웃음을 웃은 신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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