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작은 상처가 남았다.
사과, 배는 낙과되어 바닥에 뒹굴고....
아내가 테잎으로 붙여 태풍 대비를 해놓은 비닐하우스는 비닐이 모두 찢어지고....
축사 지붕 천막도 찢어지고...
안방과 창고를 연결한 지붕 철판도 날라갔다.
아직 밭은 세세히 둘러보질 못해 구체적인 피해 정도는 좀 더 찾아봐야 하겠지만 대충 보기에는 다행히 밭에는 큰 피해는 없어 보인다.
매실 묘목은 두개만 기우뚱해져 있었고, 2년생 매실 유목중 하나는 날라간 지붕 철판에 눌려 깔려 있었고,
감나무는 잎이 거의 대부분 떨어져 앙상히 몇개의 감들만 남아 있다.
흑임자인 아름깨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누워 있는데, 다행히 남은 수지깨는 대가 목질화가 되어 있어선지 본대는 대부분 멀쩡해 보인다.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서리태밭은 아직 둘러보질 못했으나 집 근처에 있는 우람콩은 바람이 덜타는 위치라 그랬는지 도복된것 없이 무사하다.
볼라벤이 남긴 상처에 아파할 겨를도 없이 태풍 '덴빈'이 많은 비구름을 머금고 또다시 북상중이라는 소식이 있어 당장 비 피해 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참깨를 널어 말리고 있는 하우스에 비가 새지 않도록 하는게 급선무라 비닐을 새로 사 덮기 위해 아침 일찍 농자재 마트로 갔다.
워메~~~~~ 농자재 마트에 사람들이 벅적벅적한다.
비닐을 사려 했는데 전표를 들고 비닐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져 있다.
비닐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만도 한시간 정도는 되야 겨우 살 수 있을것 같다....
정말 많은 농가들이 피해를 본 모양이다.
저 줄에 나도 낄까 말까를 한참 망설이다 그냥 집으로 향했다.
아내가 스카치 테잎으로 정성스레 붙여 놓았던 비닐하우스가 이 모양이 됐다.
태풍 초중반에는 괜찮았는데 후폭풍에 의해 비닐이 찢어져 다행히 참깨는 비에 젖지 않았다.
원래부터 좀 어설픈 하우스라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른 농가들의 피해에 비하면 이건 피해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수준...ㅋㅋ
다시 새 비닐을 씌울때는 문짝도 손 좀 봐서 제대로 고치려는 마음이 있는데 그러려먄 시간이 좀 걸릴것 같아 당장은 갑바로 임시 비가림을 하고, 태풍 덴버까지 지나가고 나서 비닐을 새로 덮을 생각이다.
급한대로 갑바로 비닐하우스를 덮어 비가림을 하고, 그물망을 그 위로 씌워 강풍 대비를 임시로 해 놓았다.
참깨는 통풍을 위해 송풍기를 틀어 인위적으로 바람이 불도록 해 주었다.
할 일이 많아 경황이 없다보니 갑바로 덮은 하우스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이어 낙과한 사과와 배를 주웠다.
이제 비대기에 접어들어 몇일만 더 있으면 크게 자라 수확할 배들이 많이도 떨어졌다.
바구니와 마대자루를 가져와 담았다..
떨어진 배 하나를 맛을 보니 단맛이 제법 들었다.
아쉽고 아깝다....
배를 주워 자루와 바구니에 담았다....
이어 사과도 줍는다....
바닥에 깔아준 은박 천막도 날아가 어수선하고....
많은 사과가 떨어져 뒹군다....
그래도 나무에도 몇개 매달린게 있긴 하다..ㅎㅎ
떨어진 사과를 주워 바구니에도 담고.....
외발 수레도 담고.....
에고..... 먹을것은 실컷 나왔다.
몹쓸 볼라벤 녀석 때문에 때 아니게 사과와 배를 실컷 먹게 생겼다.
어머니께 배 한자루와 사과 한바구니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차에 싣고 어머니 댁으로 향했다.
그사이 아내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가져 와 이웃에 나눠 줄 사과와 배를 나눠 담는다.
그나마 복숭아는 참깨 수확하기 몇일 전에 따서 최상품으로 골라 이웃분들께 나눠 드렸었다.
기왕 주는 것 제대로 된것을 주자는게 내 생각이다.
떨거지를 주면 주고도 욕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주려면 제[대로 주고, 못주면 마는 것이 내 평소 생각이다.
그래서 복숭아는 제대로 된 놈들을 골라 최상품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하고 드시라고 말씀 드리고 이웃분들께 나눠 드렸더니 그것도 감지덕지 하신다.
사실 사과가 아직은 좀 작아서 그렇지 당도는 아주 좋다.
당장 급한 비닐하우스 비가림과 낙과한 과일을 줍고 나니 한숨 돌릴 짬이 난다..
점심을 먹고 서서히 주변을 돌아 보았다.
전에 축사로 사용했던 곳인데 지붕이 찢어져 있다.
올 겨울에 천막을 모두 벗겨내고 비닐을 덮어 비닐하우스 창고로 이용할 생각이다.
당장 급한 곳이 아니니 이곳은 이 상태로 패스~~~~!
우람콩 밭은 이상무!!!
매실 묘목은 두그루가 기우뚱해져 있다.
일부 구간만 풀을 깍았는데 풀을 각은 곳에 있는 묘목 두개만 살짝 기울어져 있고 나머지는 모두 이상없다.
2m짜리 고추말뚝을 이용해 비스듬히 박아 유인을 해 준 묘목들은 모두 아무 이상이 없고, 말뚝 하나만 박아 얇은 끈으로 유인을 해 준 묘목중 두그루는 줄이 끊어지며 나무가 기울어진 것이다.
매실 묘목도 상태 양호!!
에고..... 대추는 거의 전멸이다.
밭둑에 깔아 놓은 차광망은 모두 날려 엉망이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중간중간 박아 놓은 말뚝 때문에 밭까지 날아가 작물을 덮지는 않아 쉽게 복구가 가능할것 같다.
이제 난장판이 된 집 앞을 정리한다.
집 앞을 정리하고 어느정도 뒷정리가 됐나 싶어 서리태밭을 둘러보기 전에 집 뒤쪽을 둘러 보는데 지붕 철판이 하나 보인다.
왠 지붕 철판일까????
지붕이 날아갔나???
집 뒤쪽 매실 유목이 있는 곳을 둘러보는데 매실 유목이 있던 자리에 유목은 형체도 없이 지붕 철판 5장이 날아와 덮여 있다.
어디서 날아 온 지붕 철판일까???
에고.... 우리집 안방 지붕과 창고 사이의 철판이 날아간 모양이다.
사다리를 놓고 지붕 위를 올라가 보니 역시나.......!!
당장 덴빈이라는 태풍이 온다는데 큰일이다.
철판을 주워 지붕 위에 올리고 수선을 하려는데 창고 석가래가 빈약해 내가 올라가면 무거운 내 체중때문에 지붕이 몽창 주저 앉을것 같다.
어쩐다.....???
용감한 아내가 자신이 하겠다며 작업을 자청한다.
아줌마가 겁도 없다..... ㅋㅋ
날라간 철판을 다시 덮고 전동드릴을 이용해 철판 피스를 박아 주는 일이다.
용감한 울 마누라 겁도 없다~~ ㅋ
피스가 길어 피스를 박기가 쉽지 않은데 잘도 한다...
나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 입으로만 코치를 한다. ㅋㅋ
접히는 부분은 망치로 두들겨 피고, 접고.....
내가 할 일을 아내가 하니 정말 좋다~~~~!ㅋㅋㅋ
지붕에 올라오니 사방이 뻥 뚤려 전망이 좋다~~!!
빨리 돈 벌어 2층 집 하나 지어야 겠다..ㅋㅋ
우리 비닐하우스 날라간 것은 어디다 명함도 못 내민다... 인근 하우스 농가는 엉망이다.
에고.... 저 많은 비닐을 언제 다 친담.....
저렇게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보니 걱정이 앞서고 우리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주변 구경을 하는 사이 아내가 지붕 덮기를 거의 마무리해 간다.
정말 볼수록 희안한 아줌마다....
몸이 약해 힘쓰는 일은 전혀 못했는데 어느새 시골 생활에 적응해 저런 일까지 척척 해낼까??
올해 콩 수확하면 보약 한번 더 해줘야겠다.
태풍 피해를 걱정해 주는 지인들의 전화가 엄청 많이 온다.
TV에서 본건 있어서 면사무소에 피해 신고를 하라고들 한다...ㅋㅋ
나도 물론 전혀 피해를 안보진 않았으나 그래도 우리는 전문 과수농가도 아니고, 호남지방 과수농가들의 피해에 비하면 비교도 안되고, 비닐하우스도 작고 허술했던 것이라 피해 신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
나보다 더 많은 피해를 본 농가들이 좀 더 많은 혜택이 있었으면 한다..
그나마 이번 태풍은 많은 비를 동반하지 않아 벼농사를 하는 농가들의 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지금 북상하는 태풍 덴빈은 소형 태풍이기는 하지만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이라고 하는데 모쪽록 더이상의 피해 농가가 없도록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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