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을 잠시 뒤로하고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바지락을 캐러 갔다.
진작부터 마을 어르신들은 바닷가로 바지락을 캐러 가고 싶어하셨으나 차 없이 40km 이상 떨어진 바닷가까지 가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계셨었다.
농촌에 뿌리를 내릴 신입 귀농인에게 있어 마을 주민들과의 유대관계는 농사 이상으로 중요한 항목이다.
나야 밭농사를 하다보니 찾아보면 모두가 일이라 일이 끝이 없지만 마을 어르신들 대부분은 주작목이 벼농사 이다보니 요즘은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때다.
마을에 차가 있는 집이 몇집 있기는 하나 그 집들은 농사를 짖지 않는 집들이라 농사를 짖는 마을 어르신들과는 얼굴만 알고 지내는 정도이고, 어느 정도 유대관계가 있으면서 농사를 짖는 사람중 차가 있는 집은 마을에서는 우리집 뿐이다.
바지락을 캐러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반쪽짜리 농부라 시간이 없어 집에오면 매일 밭에 나가 일하기도 바쁘다는 것을 봐왔던지라
바지락을 캐러 가자는 말씀을 쉽게 꺼내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
밭에서 해야 할 일이 끝없이 많기는 하지만 이런 속사정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는 없어 몇일전 날을 잡았 바지락을 캐러 가기로 했었다.
옆집 나리할머니와 웅이 할머니는 어제 아내 차를 타고 읍내에 나가 장까지 봐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부터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
바지락을 캐러 갈 인원은 우리 부부까지 모두 10명이다.
6인승 더블캡인 내 차에 10명이 타고 가겠다고 하신다. 전에 아버지가 계셨을 때도 그렇게 10명이 한차를 타고 갔었다고 한다. 헐~~~~
그렇게 가다가는 오며가며 차 안에서 지쳐 파김치가 될것 같아 아내 차까지 동원해 우리 차 두대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채리 할아버지가 조수석에 타 가이드를 하시며 멀리 대산으로 바지락을 캐기 위해 출발~~~~~~!!
소풍가는 어린아이 처럼 모두들 신이나 차 안에서 옥수수며 누룽지며 주전부리를 연신 내게 건내 주시어 바닷가로 가는 내내 입이 쉴 틈이 없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대산 대죽리 앞 목섬이다.
앞에 보이는 작으마한 섬이 목섬이고 그 뒤로 멀리 먹어섬이 보인다.
목섬까지는 물이 빠지면 차도 들어갈 수 있다.
목섬에 도착했을 때는 한참 날물 시간이라 물이 빠지고 있었다.
바닷가에는 이미 바지락을 캐러 온 사람들에 제법 많이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모두 장화로 갈아 신고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바닷가로 향한다.
지금은 사실 바지락이 작은 시기라고 한다. 지금보다는 조금 빨리 왔거나 조금 늦게 왔어야 큰 바지락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은 큰걸 많이 잡아 오는것을 웅이 할머니가 보셨다고 하며 사리 물때에 맞춰 오늘로 날짜를 잡은 것이다.
저마다 쪼그리고 앉아 바지락을 캐느라 바쁘다 바뻐~~~!!
바지락을 캔다고 해서 아내의 트레이드 마크인 엉덩이 쿠션이 빠질리가 있나....!! 아내와 옆집 나리할머니는 오늘도 엉덩이 쿠션까지 챙겨와 자세를 제대로 잡고 바지락을 캔다. ㅋㅋ
7~8년 전쯤인가?? 귀농하기 한참 전에 딷 한번 바지락을 캐본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오랫만에 와서 아내와 나는 아직 바지락을 캐는 것도 서툴다.
아내가 목청 높여 소리쳐 사람들에게 묻는다.
"얼만큼이나 파야 나오는 거에요?<<<<<<<"
아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행이 아닌 누군가가 쉽게 답을 해준다.
"바지락 나올때 까지만 파는 되는 거에유<<<<< !!!"
ㅋㅋㅋㅋ 우문현답인가? 아니면 현문우답인가? 우문우답인가 보다~~~. ㅋㅋ
바지락은 자갈과 갯벌흙이 적당히 섞여 있어야 많이 나오는것 같다.
한참을 정신없이 캐다가 마을 어르신들은 얼마나 캐셨나 중간 점검을 해 봤다.
나이 지긋하신 오씨 아저씨가 두시간 정도만에 제법 많이 캐셨다.
아내에게 바지락 잘 캐는 요령을 귀뜸해 주시더니 역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가 확실해 보인다. ^^*
옆집 나리할아버지도 자세 나오신다.. 유일하게 가방을 메고 와 한가득 담아 가실 작정이라고 하신다. ㅋㅋ
아내도 열심히 캔다고 캐고는 있는데 바구니가 제일 가벼워 보인다. ㅋㅋㅋ
나리 할머니도 제댜로 자세가 나오고~~~~
힘 좋은 채리 할아버지도 제법 많이 캐셨다.
영수네 할머니는 베테랑 수준이시다..
웅이 할머니는 제일 먼곳까지 가서 나홀로 바지락 캐기를 하고 계신다.
바지락 캐기보다는 쓰잘데 없이 왔다갔다를 더 많이 한 나는 버라이어티상 후보다. 낙지도 잡고, 꽃게도 잡고, 소라도 주었다.
당연히 바지락 캐기는 꼴등~~~~!! ㅋㅋ
적당히 먹을 만큼만 캐면 된다는 마음에 바지락 캐는 것을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낚시 꽤나 좋아하는디.....
조과가 어떤가를 살펴 보기 위해 조사님들 근처로 가 봤다.
낚시는 날물보다는 들물에서 더 잘되는디.... 지금은 한창 날물이니 조과는 별볼일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놈들이 나오나 얼굴 한번 구경을 해 보기 위해 살펴봤다.
헉~~~ 꽤나 큰 자연산 광어다.
루어대로 잡았다. 바다가 참 웃기는것이 한쪽은 갯벌이고 일부분은 고운 모래가 깔린 백사장이다.
모래가 깔린 쪽으로 루어대를 던져 큼지막한 광어를 한수 한것 같다.
젊은 조사님 손맛 꽤나 짭짤했을것 같다.
이제 막 시작했다는 다른 조사님은 우럭 새끼와 놀래미 새끼 몇마리를 낚았다.
오후들어 들물이 될때는 손맛 좀 볼수 있을것 같다.
많이 잡으라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바지락 캐기에 동참.....
핸펀을 차에 두고 가 몇시나 됐는지는 모르지만 배꼽 시계가 울린지는 한참 됐다.
서서히 들물이 시작되는 것을 보니 얼추 12시 30분쯤은 된것 같다.
밀려 들어오는 물에 밀려 조금씩 뒷거름을 하며 바지락을 캐고들 있다.
아내가 배가 꽤나 고팠나보다.
갑자기 "밥먹고 합시다<<<<<<<<~~~~~~!!!" 라고 고함을 친다.
"애들이 배 고프다면 빨리 가서 밥 먹어야지~~~!!"라며 채리 할머니가 빨리 가서 밥먹자며 부추긴다.
불판 두개를 펴고 삼겹살을 굽는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삼겹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정신없이 배를 채웠는데 참외며 복숭아며 옥수수며 커피며 끝없이 후식까지 이어진다.
이궁 그만 먹어야지...... 야외에 나오면 화장실 가기가 난감헌디 적당히 먹어야징~~~
각자가 캐 온 바지락을 보니 다들 솔찬히 캐 오셨다.
우리가 캔 바지락은 어르신들이 캔 바지락의 반도막을 겨우 넘을 정도...ㅋㅋㅋ
노인네들이 기운들도 좋으셔~~~~ ^^
집으로 돌아 와 바구니에 담고 깨끗이 씻은 후 해감을 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 놓았다.
이정도면 몇일동안 된장찌개는 실컷 끓여 먹을것 같다. 바지락 칼국수도 한두번 해 먹어야지~~ ^^
마을 어르신들은 다시 웅이네로 모두 모여 바지락젓을 담기 위해 일일이 바지락을 까신다고 한다.
에공...... 논네들이 대단들 하셔.... 우린 귀찮아서 그냥 소금물에 해감만 하고 나중에 냉동실에 보관할 생각이다.
깨끗이 목욕을 한 녀석들의 무늬가 모두 각양각색이다.
두 바가지 정도를 덜어 어머님께도 조금 갔다 드렸다.
하룻밤 맑은 소금물속에 담아 논 녀석들이 신이나 하얀 속살을 내 보이며 연신 물을 뿜어댄다...
모처럼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바깥 바람을 좀 쐬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다.
여름이 지나고 찬바람 불기 전에 한번쯤 더 다녀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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