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처럼 오전부터 예초기를 메고 콩밭 풀을 깍고 있는데 멀리서 아내가 그만하라고 소리치며 달려 온다.
"왜? 무슨 일 있어?"
그새 밥 때가 되었나???라고 생각하며 물었는데 엉뚱하게도 아내는 느닷없이 참깨를 벤다는 것이다.
엇그제 나리 할아버지께서는 태풍이 지나가고 난 이후에 베는게 좋을것 같다고 하셔서 다음주 수~목요일경에나 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마을어르신들이 태풍이 오기 전에 베어야 한다며 오셔서 도와줄테니까 지금 당장 참깨를 베자는 것이다.
작년에 채리네가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 태풍이 지나고 베려 했는데 태풍이 지나고 난 후에 보니까 참깨가 모두 녹아버려 하나도 수확을 하지 못했다며 우리도 그짝이 나 잘 키워놓은 참깨를 아깝게 다 버릴까 싶어 걱정이 된다며 아저씨들은 낫 한자루씩을 손에 들고, 아주머니들은 참깨 묶을 짚을 한다발씩 들고 찾아오신 것이다.
갑작스런 참깨 수확에 어수선해지며 분주해져 혼이 쏙 빠진것 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다..ㅋ
예초기를 내려 놓고 우선 참깨를 세워 말리기 위해 하우스를 정리했다.
바닥에 갑바를 깔고 참깨를 세워 걸쳐 놓을 지지대를 얼렁뚱땅 만들었다.
베기가 아까울 만큼 탐스럽게 달려 베지 않고 그냥 놓고 보기만 해도 좋을것 같은데 자식도 크면 출가를 시키듯 때가 되었으니 아까워도 베어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기를 기약하며 베어낸다.
아저씨들은 참깨를 베고, 아주머니들은 짚으로 베어 놓은 참깨를 묶어 단을 만드신다.
아내는 그새 복숭아와 사과도 따 오고, 시원한 냉수와 박카스, 몽쉘통통을 새참으로 준비해 왔다.
나는 연신 묶어 놓은 깻단을 날라 하우스에 세워 놓는다.
외발수레에 한가득 깻단을 실어 나른다..
처음에는 깻단 묶기를 기다렸다가 실어 날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는 갰단이 늘어나면서 부터 적재량도 늘어난다.
에고..... 적재에 욕심을 부리다가 수레가 옆으로 쓰러졌당...
한번 쓰러지면 일이 훨씬 더뎌진다. 그 다음부턴 적당히만 실어서 나른다. ^^*
한쪽 끝부터 차곡차곡 엇갈리게 깻단을 세워 나간다.
처음에는 힘든줄도 모르고 했는데 세워 놓는 깻단이 늘어나면서 지쳐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햇빛에 그을린 얼굴은 빨갛게 익어 얼굴이 불덩이 처럼 붉게 그을렀다.
칠순 노인분들이 오셔서 도와 주시는데 제일 젊고 쥔장인 나로써는 힘들다는 내색도 못하고 죽겄다....헉헉~~
그래도 어느새 하우스 가득 참깨가 쌓여 간다..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더이상 하우스에 세워 놓을 공간이 없어 참깨 베기를 마무리 했다.
지주대를 세워 놓은 곳은 물론이고 참깨를 세울 수 있는 곳은 모두 세워 놓았지만 더이상 세울 공간이 없다.
총 9개의 이랑중 7개 이랑의 참깨를 베어 하우스에 세워 놓고, 2개의 이랑은 태풍이 지난 후에 베어낼 생각이다.
과연 태풍이 지나가고 난 이후에는 아직 베지 않은 참깨의 상태가 어떨런지가 궁금해진다.
하우스 양쪽 옆 비닐을 걷어 올리기는 했지만 통풍이 시원치 않다.
내일은 송풍기를 가져다 놓고 인위적으로 송풍을 시켜 건조가 잘 되도록 할 생각이다.
이제부터는 아내의 일이 많아졌다.
참깨를 터는 일은 거의 아내의 몫이기 때문이다..ㅋㅋ
나는 작년에도 참깨는 단 한톨도 털어보질 않았다.. ㅎㅎ
오른쪽 끝으로 두개 이랑만 남아 있다.
풀관리를 더 잘했더라면 수확량이 조금 더 나올 수 있었을 것을.....
풀관리가 제대로 안되 풀이 무성한 곳은 곁가지가 풀에 뭍혀 흐물텅하게 녹아버린것이 제법 있다.
다행히 본대는 대가 워낙 두꺼워 대부분 별 손실이 없지만 곁가지들은 바닥에 닿아 손실이 좀 있다.
어떤것은 곁가지에도 많은 깨방이 달려 있다. 곁가지에 달리는 참깨도 적지않은 양이 될것 같다.
올해 수지깨를 재배하며 느낀바가 몇가지 있다.
첫째는 반드시 한개씩만 심어야 한다는 것.
둘째는 적기에 성장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셋째는 가급적 어릴때 유인줄을 띄워 참깨가 직립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넷째는 모든 농사에서 공통적인 사항.... 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다섯째는 병충해 적기방제를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올해 참깨재배를 하며 느낀 세부사항은 참깨를 모두 턴 후에 별도로 정리를 해 글을 올리려 한다.
참깨는 털어 독에 넣어야 안다는 말이 있을만큼 끝까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자칫 잘못했으면 애써 키운 참깨를 모두 녹여 없앨뻔 했다.
자기 일처럼 신경쓰며 도와 주신 마을 어르신들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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