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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오늘 한 농사일

나흘 연속 예초기를 돌렸더니....

by 달콩이네 농장 2012. 8. 20.

목, 금, 토, 일..... 나흘 연속 예초기를 등에 메고 살았다.

밭둑의 풀이 얼마나 크던지 잘려져 쓰러지는 풀들 때문에 진도가 더뎠다.

밭둑의 풀이 너무나 길다보니 밭을 둘러보기가 너무나 불편해 자주 밭엘 가보지 않게 된다.

 

신도시를 조성할 때 기반 사업으로 잘 뚤린 도로를 먼저 만들어 놔야 소통이 원활하듯 농사에 있어서도 밭둑을 잘 정리해놔야 밭엘 자주 가 볼 수 있고, 자주 들여다 봐야 작물을 잘 키울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곳에 있는 밭들은 진입이 워낙 불편하다보니 자주 가보질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밭에 풀도 엄청나고 웃자람이 심하고 막말로 개판이다.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로 큰다는데 무성한 풀들 때문에 작물에게 쥔장의 발자국 소리를 자주 들려주지 못하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nk비료를 추비할 때도 밭둑에 풀이 많으면 작업이 불편하고, 무엇보다 작물이 광합성을 하는데 많은 지장을 받고, 병충해 관찰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작정을 하고 밭둑의 풀부터 정리하고 보자고 단단히 맘먹고 풀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마침 날씨도 다른 작업을 하기에는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고 바람도 세게 불어 쉽게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애꿎은 예초기만 달달 볶았다.

 

선유콩밭이다.

저렇게 풀이 무성하니 밭엘 자주 가 볼수가 있나.....!!

몇일전 노린재 트랩을 설치하러 가면서 몇번을 자빠질뻔 했는지......

예초기 날까지 그라인더로 갈아 날을 세우고 거침없이 잘라 나갔다.

 

풀을 다 잘라내고 그 위에 주워 온 차광망을 덮어 또 다시 그렇게 까지는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단도리도 했다.

 

이제는 슬리퍼를 신고도 밭엘 갈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다.

오른쪽에 보이는 선유콩에는 섬서구 메뚜기가 잎을 갉아 먹어 군데군데 많은 구멍을 내 놓았다.

이제 수시로 나와 메뚜기도 잡아 닭 모이로 주어야겠다.

 

풀이 무성하던 선유콩밭 밭둑이 주단을 깔아 놓은 비단길 같이 말끔하게 변했다. ^^*

 

이어 서리태 밭둑의 풀도 깍아 나간다. 

가장자리에 풀에 치인 서리태는 가운데쪽 서리태에 비해 잎도 연약해 보인다.

 

새벽에 나와 한참 일하고 아침 먹으러 한번, 점심 먹으러 한번, 저녁 먹으러 한번 들어갈 때마다 옷은 모두 땀으로 흥건히 젖어 하루에 보통 서너벌은 기본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세탁기가 촌으로 이사 와 고생이 참 많다... 

 

서리태 사이 밭둑 풀을 모두 깍고, 메주콩밭과 서리태밭 사이 둑도 깍아낸 후 마찬가지 모든 밭둑은 차광망을 씌웠다.

더위를 먹어 힘들어 하는 아내도 차광망 덮는 일을 거들기 위해 나왔다. 

앉을 일도 없는데 여전히 엉덩이 쿠션은 달고 다닌다. ㅋㅋ 

중간중간 말뚝을 박아 차광망이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고정을 해주고.....

 

우람콩밭과 선유콩밭 사이에 관수 배관을 설치한 곳은 풀을 벨때도 배관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여 좀 더 철저히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틈틈히 모아 놓은 폐 현수막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차광망을 덮었다. 

먼저 현수막을 배관 아래쪽으로 끼워 넣어 깔고....

 

현수막 위로 차광망을 한번 더 덮어 풀이 절대로 삐집고 나오지 못하도록 원천차단을 하려 한다.

 

이곳은 이제 슬리퍼를 신고 와도 까딱없다..ㅋㅋ

 

밭둑의 풀을 깍고 나니 이제 매실밭의 풀이 눈에 거슬린다.

모든 콩밭의 헛골에 난 풀들도 모두 베어내야 하는데 나흘의 시간이 턱없이 짧기만 하다.

 

 

비가 오기 전까지는 자달막한 쥐눈이콩과 매실 묘목만 있었는데 비를 흠뻑 맞은 바랭이들이 제 세상을 만난듯 부쩍 커 매실밭이 난장판이다.

 

땅콩 옆의 풀들부터 잘라나가고....

 

쥐눈이콩 옆의 풀들도 정신없이 잘라냈다.

간간히 불가피하게 쥐눈이콩들이 잘려 나가며 희생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어쩌랴... 

흠미.......  검정비닐멀칭을 내 놓은 위로도 풀들이 수북하다.

바랭이..... 정말 무섭다!! 질린다!!

 

이건 무슨 밭일까????

풀밭?

헐~~~ 우람콩 밭이다.

 

정말 사진을 올리기가 민망할 정도다.

이렇게 농사져서 어찌 다수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우람콩밭은 선유콩밭보다는 한결 상태가 좋은편이다.

그러니 선유콩밭은 어느정도일지 안봐도 뻔하다.

도저히 창피해서 선유콩밭은 사진을 올리기 조차 민망하다. 

매실밭 풀을 베다보면 메주콩밭이 걱정되고, 메주콩밭 헛골을 베다보면 서리태 밭이 걱정이고, 서리태 밭을 베다보면 또다시 매실밭이 걱정이다.

에고...... 풀들 정말 지겹다 지겨워!!!!

 

한번에 너무 많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나씩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 베겠지 머......

한참 우람콩밭 헛골을 베고 있는데 태안에 매실나무를 심은 이종진님이 농장을 방문하셔 잠시 예초기를 내려 놓았다.

예초기도 주인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ㅋㅋ

예초기를 내려 놓았는데도 팔에는 휴대폰 진동이 오듯 연신 진동이 느껴진다.

 

이럴때마다 제일 먼저 느껴지는 것이 반쪽짜리 농부의 아쉬움이다.

조금만 더 시간 여유가 있었더라면 이렇게까지 풀이 난장판이 되도록 만들지 않았을텐데.....

 

이번주는 일주일 내내 비 소식이 있다.

비도 풀 때문에 열받은 농부의 가슴을 식혀 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주 내내 아무리 비가 온다해도 나의 제초 행군은 강행이다!!

8월말까지 말쑥한 콩밭을 만들고야 말리라!!!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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