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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콩 재배

전정기를 이용한 선유콩 순자르기

by 달콩이네 농장 2012. 7. 18.

점심을 먹고나니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졌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아무리 거센 태풍이 온다해도 오늘은 기필코 선유콩 순자를기를 할 작정을 하고 전정기를 들고 선유콩 밭으로 향했다.

 

비를 맞으면서라도 굳세게 할 마음으로 연료통까지 들고 선유콩밭 앞에 섰다.

 

 

이놈들 기다려라!!!  내가 간다!!!!

 

먼저 풀이 좀 적은쪽부터 순자르기를 먼저 해 나간다.

엔진이 터져라 엑셀을 올리고 굉음을 울리며 선유콩 순을 잘라 나갔다.

바리깡으로 이발을 하듯 거침없이 잘라 나간다... 

 

한참 전지을 하다 뒤를 돌아보니 순자를기를 한곳과 하지 않은 곳이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벌써 꽃몽우리가 생기기 시작하는 녀석들도 있어 순자르기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웃자람이 너무 심한것 같아 순자르기를 멈출수가 없다.

봐서 한두줄 정도는 순자르기를 하지 말고 나중에 순자르기를 한것과 순자르기를 하지 않은 것의 결실 차이를 비교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일단 순자르기를 할 양이 너무 많으니 생각은 나중에 하고 서둘러 일을 해야 한다.

또 전진이다!!!

 

조금씩 순자르기를 한 면적이 늘어간다...

연료가 떨어져 전정기에 휘발유를 보충하고 담배 한대를 피우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또 다시 시작이다.

 

헛골에 풀이 너무 많은 곳은 풀부터 베고 하기 위해 예초기도 들고 왔다.

전정기만 계속 돌리니 안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팔이 뻑쩍찌근했는데 예초기와 번갈아가며 하니 힘도 덜 드는것 같다. ㅋㅋ 

한참을 하고 있는데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장대같은 비가 쏟아진다.

순식간에 온몸이 비로 홀딱 젖는다.

그래도 전진이다!!!

아~~~ 참!!!!!  주머니에 카메라가 있었지!!!

에공........  잠시 전정기를 내려 놓고 차로 가 카메라를 넣어 놓고 다시 밭으로 돌진이다.

담배도 물을 먹어 홀딱 젖어있다.

 

시원허니 좋다~~~~!!

태풍도 나를 막을 순 없지!!!!

비를 맞으며 작업을 하니 좋다.

그런데 장화 속에 물이 들어가 물컹물컹하고 바지도 젖어 물을 잔뜩 먹고 있어 다리가 무겁다.

다음에는 시장에서 스타킹을 하나 사다가 비올때는 스타킹을 입고 일을 해야겠다.

좀 흉할라나????

그럼 사이클 선수들이 입은 싸이클 선수복을 하나 사야겠다. 비올때는 최고일것 같다.

 

비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데 아내가 밭까지 찾아 왔다.

멀리 밭 초입에는 나리 할아버지도 나와 계신다.

뭐라고 뭐라고 아내는 악을 빽빽 지르며 내게 무슨 말을 하는것 같은데 전정기의 굉음 소리에 뭐라는지 들리지도 않아 그냥 계속해서 순자르기를 하며 전진이다.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없다는걸 알고 있는 아내는 내가 순자르기를 하며 밭 끝자락까지 오기를 기다린다.

아내가 있는 곳에 가까이 가서야 능청스럽게

"비오는데 왜 나왔어? 내가 걱정되서 나왔어? 걱정마! 나 이거 다 하고 들어갈거야! 당신 먼저 들어 가~~!"라고 말하니

아내는 "오늘이 초복이라고 나리네 할아버지가 고기 먹으라고 오래... 그만하고 들어 와....! 어른이 오라면 빨리 와야 돼...!!"라고 한다.

 

에공......  태풍에도 아랑곳 않고 까딱없이 일 하는데 어른이 들어가지도 않고 서서 부르고 기다리고 계시니 이걸 어쩐담...... -_-;;;;

태풍에는 견딜 수 있는데 서서 기다리시는 어르신에겐 도리가 없었다..

하필 오늘이 초복일게 뭐람.......쩝

 

기계들을 챙겨 들고 집으로 들어가 옷을 벗으니 발이 장화속 물에 퉁퉁 불어 쭈글쭈글하다. ㅋㅋ

카메라가 젖어 작업해 놓은 사진은 담을 수 없지만 그래도 제법 많이 했다.

얼마나 했는지 오른쪽 팔은 알이 뱄고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다...

그래도 이웃이라고 아저씨가 엄청 챙겨 주신다.

또 닭을 잡았나 했는데 어제 이미 닭을 잡아 드셨기 때문에 오늘은 시장에 나가 멍멍이 고기를 사오셨단다.

수육으로 배 터지게 먹고 후식으로 옥수수까지 먹으니 온몸에 피로가 찾아온다.   

 

순자르기를 마무리 못해 아쉽지만 이웃의 푸근한 정 때문에 마음이 푸근~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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