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가을날의 하루 해는 너무나 짧게만 느껴진다..
연차를 사용해 3일을 쉬는 내내 해가 있는 시간에는 논과 밭에서 눌러 산다...
첫날은 추수, 둘째날은 마늘 주아 파종하고 감 따기를 했고.. 오늘은 메주콩을 수확하느라 새벽부터 눈을 비비고 일어나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가을겆이로 한창 바쁜 요즘같은 때에는 남의 집 일을 도와 줄 시간여유가 없기 때문에 각자의 일들을 알아서 해결해야만 한다.
틈이 나는대로 꼬투리가 마른 콩들은 뽑는다고 뽑긴 했으나 아직까지 베어야 할 콩이 더 많다.
특히 어제는 바람이 많아 콩 꼬투리들이 갑작스레 더 빨리 말라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햇빛이 좋은 날이 건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나 실상 햇빛이 좋은 날보다 바람이 잘 부는 날이 건조가 더 잘된다고 마을 어르신들이 말씀하신다.
그저께 추수를 해 말리기 위해 널어 놓은 볍씨도 바람이 불어 어제 하루 사이에 많이 말랐더라는 말 끝에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이다.
꼬투리가 많이 말라 가급적 이슬이 있는 이른 아침 시간에 콩을 베면 콩알의 이탈을 줄일 수 있으므로 해가 뜨자마자 예초기를 메고 콩밭으로 향했다.
예초기 날은 원형 톱날로 갈아 달고 날 윗쪽에는 콩대를 밀어 옆으로 쓰러트릴 수 있도록 옷걸이로 거치대를 대충 만들어 미리 콩 벨 준비를 해 놓았었다.
예초기 장착용 콩 수확기라고 하여 원형 톱날과 거치대를 셋트로 판매가 되는게 있기는 하나 어제 농자재마트에 문의를 해보니 물건이 다 팔려 없다고 하여 아쉬운대로 내가 직접 만들어 본 것이다..ㅋㅋ
모양은 쫌 거시기 해도 사용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ㅎㅎ
나는 이랑을 따라가며 예초기로 콩들을 쫙쫙~ 베어 나가고 아내는 베어 놓은 콩들을 들기 좋게 군데군데 모아 놓았다.
한참을 일을 하다보니 평상시 아침에는 울리지 않던 배꼽시계가 울린다...
간단히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도와 주시러 오신다고 한다....
웬만한 콩들은 낫으로 베는 것보다는 원형 톱날을 이용해 베는 것이 콩알의 이탈도 적은것 같다. 물론 작업 속도 차이도 엄청나다..
하지만 햇살이 제법 따스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바짝 마른 콩 꼬투리는 벨때 콩이 조금씩 떨어진다..
떨어지는 콩알이 아까워 예초기로 콩베기를 멈추고, 얼마 남지 않은 두어 이랑은 그냥 손으로 뽑아 모아 놓았다.
떨어진 콩알이 아까워 콩을 줍는데 걸린 시간이 엄청나다..
그깟 흘린 콩알 주워야 얼마나 된다고........??
하지만 농부의 맘은 그렇지가 않는가보다.
떨어진 한알의 콩도 아깝게만 느껴져 나도 모르게 한알 두알 떨어진 콩들을 주워가며 일을 하니 일이 더딜 수밖에 없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못해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모아놓은 콩들을 사진에 담아봤다..
전에는 모아 놓은 콩대를 멍석이 있는 곳까지 옮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왔다갔다를 몇번 하면 다리에 힘이 풀린다...
가제트 팔처럼 낫까지 이용해 한아름 안고 들어 나른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왕창 들어봐야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군데군데 모아만 놓고 트렉터의 트레일러를 이용해 실어 날랐다.. 한결 일이 쉽고 작업 속도의 차이도 엄청나다..
나중에 탈곡을 할 때 바짝 마른 콩대를 들고 나르지 않기 위해 콩들을 한군데로 모아 놓았다.
콩나물콩은 별도로 멍석 위에 모아 놓았다..
이렇게 메주콩 본밭의 콩 베기는 모두 끝났고, 서목태(쥐눈이콩) 옆에 심어 놓은 메주콩만 수확하면 메주콩 베기는 모두 끝난다..
장비를 모두 트레일러에 싣고 서목태 밭으로 이동하는데 어머님이 사라지셨다...
어머니는 혼자 팥을 베겠노라 하셨단다..
멀치감치서 바라보니 팥을 베고 하우스쪽으로 날라까지 놓으시더니 이내 도리깨질까지 하신다...
바짝 마른 팥은 먼저 털어내고 남은 것들은 더 말리기 위해 널어 놓고 서목태 밭으로 오셨다..
서목태 밭은 도무지 콩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콩밭이 아니고 풀밭이다..
이랑 길이 100m 정도 되는 곳에 너댓줄 서목태를 파종하였는데 한번도 풀을 베지 않아 보물찾기 하듯 콩대를 찾아야 한다.
서목태 옆으로 심어 놓은 메주콩도 4줄 정도 된다.
풀관리를 하지 않았고 파종도 늦어 이곳의 콩들은 제대로 자라지를 못해 꼬투리 수가 많지 않다.
그래도 콩알을 줍는 것보다는 이곳의 콩을 뽑는 것이 훨씬 수월하고 양도 많기 때문에 보물찾기를 하듯 콩을 찾아 뽑기 시작했다..
서너단이나 뽑았을까 할 즈음 옆집 아저씨에게 전화가 왔다. 옆집 아저씨가 S.O.S를 하신다.
콤바인이 빠져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트렉터 좀 끌고 와서 도와달라고 하신다...
이긍.... 나도 무척 바쁜디.... 연차까지 내서 가을겆이를 하는 것이고 오늘이 3일 연휴의 마지막 날인디.... 쩝......
하지만 평상시 이웃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나 바쁘다고 어찌 외면하겠는가... ^^*
일손을 내려 놓고 서둘러 트레일러와 트렉터를 분리하고 나의 애마를 타고 현장으로 긴급출동~~!!
콤바인이 꼼짝달싹 못한다.. 트렉터도 퍽퍽 빠져 한참을 헤메다가 아주 긴 로프를 가져와 간신히 콤바인을 구급하고 나니
어느새 뉘엇뉘엇 해가 저물어 간다.... --;;
남은 메주콩을 모두 뽑으려 했는데 천상 내일로 미룰수 밖에....
그래도 대부분의 메주콩은 모두 베어 놓았으니 한시름 놓인다...
다음 주쯤 다시 한번 더 연차를 내야 할 것 같다.. 서리태도 베야하고, 메주콩도 탈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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