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옥수수와 씨름하느라 관리가 소홀했던 콩밭엔 잡초가 무성하고, 시간이 없어 직파로 파종했던 들깨밭엔 중간중간 이빨 빠지듯 빈자리가 많다.
나는 그동안 귀농 둘째해를 빼곤 단 한번도 들깨는 재배하지 않았다가 올해 다시 들깨 재배를 시도하는 것이다.
처음 들깨를 재배할 때의 너무나도 힘들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그동안 들깨 재배는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또한 예전에는 들깨값이 참깨에 비해 터무니 없이 쌌기 때문에 일은 힘들고 값은 똥값인 들깨는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내가 들깨 재배를 힘들다고 생각했던 대표적인 이유는 탈곡 때문이었다.
처음 들깨를 심고 깨를 터느라 나는 도리깨질을 하고, 아내는 막대기로 몇날 몇일 깨를 털었는지 모른다.
그놈의 도리깨질이 얼마나 힘들던지....
그후론 들깨는 쳐다도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콩을 처음 재배했을 때도 탈곡을 도리깨질로 했는데 도리깨질이 너무나 힘들어 다른 방법으로 콩을 탈곡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콩탈곡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속 콩 재배를 하게 된 것이다.
만약 콩탈곡기가 없었다면 도리깨질이 싫어 나는 지금 콩 농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들깨는 탈곡을 기계화하는 자료가 거의 없어 그동안은 들깨를 재배하지 않았던 것이다.
들깨 농사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두번째 이유는 파종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마을은 전부 들깨는 모종을 부어 이식한다.
그렇다고 포트에 모를 내는것이 아니고 그냥 밭 가장자리 한구탱이에 들깨모를 부어 키우다가 뽑아 이식을 한다.
포트에 모를 내면 모종 이식기를 이용해 파종하면 이식 작업이 쉬우나 그냥 밭에 모를 부어 이식하려면 일일이 모두 호미나 맨손으로 이식을 해야 한다.
모종 이식이 귀찮은 또다른 이유는 물을 주고 이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 마을은 모두 이런 과정으로 들깨를 심고, 도리깨질과 막대기질로 들깨를 턴 다음 키질로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아직도 진짜 농부가 되려면 멀었는지 이런 과정들이 너무나 번거롭고 힘들다고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집에서도 참기름보다는 오히려 들기름을 더 많이 먹는 편이다.
그리고 요즘은 들기름의 인기가 높아지며 들깨 가격도 많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올해 내가 들깨를 심은 이유가 가격이 좋아졌기 때문은 아니다.
아무리 가격이 좋다고 해도 내게 맞지 않는 농사라고 생각하면 나는 절대 그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다.
한때 고추가 로또라는 말이 있었을 때도 나는 고추는 재배하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 고추는 너무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힘든 농사라고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고추 농사가 로또라고 할때도 나는 고추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었다.
농사를 지면서 자기가 먹을 고추는 심어야 되는것 아니냐는 아내의 말에 나는 '농부도 내가 농사짖지 않는 것은 사 먹어야지 모든걸 다 심으려고 하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못하고 지래 지쳐 농사 자체를 포기하게 되니 고추는 그냥 사 먹자! 콩 팔아서 고추 사먹으면 될것 아니냐..!'고 했었다.
그렇게 들깨 농사는 힘들다고 느꼈던 내가 올해 들깨를 심게 된 결정적 이유는 작년에 구입한 콩 탈곡기에 들깨망을 씌우면 들깨를 터는 일을 탈곡기로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들깨를 도리깨로 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ㅋㅋ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들깨는 모를 부어 파종하는데 나는 또다시 거기서 일탈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황금파종기를 이용해 들깨를 직파했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 대부분의 밭농사 일을 호미로 해결하므로 줄뿌림이 아닌 점파로 하는 들깨 직파가 모종 이식보다 더 수월할 것도 없기 때문에 직파를 하지 않고 모종 이식을 하지만 파종기로 밀고 지나가기만 하면 끝이라는 나의 방식에 많은 뒷담화가 오고 간다. ㅋㅋ
뒷담화가 있거나 말거나 나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보는 마을회관 앞 밭에 감자 후작으로 들깨를 직파로 파종했다.
다행히 들깨는 거의 대부분 발아가 되었고, 뒷담화가 많던 나의 들깨 직파 재배는 "저 놈... 일 참 쉽게 하네..."라는 말로 되돌아 왔다. ㅎㅎ
하지만 중간중간 이빨 빠지듯 결주가 난 곳이 더러 있어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는 들깨모를 얻어와 보식을 했다.
몇일전 내린 비로 흙도 적당히 촉촉했고, 오후부터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물을 주고 심지 않아도 될것 같아 오늘은 만사 제쳐 놓고 들깨모 보식을 했다.
들깨밭은 평로타리만 친 후 열간격을 60cm로 하고 주간간격을 40cm로 하여 직파로 파종했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정확히 모르나 들깨를 직파할 경우 파종 후 3일내에 살포하는 제초제를 칠 경우 들깨도 발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 제초제도 전혀 치지 않고 그냥 파종만 했었다.
그랬더니 깨가 발아되어 자라는 속도와 잡초가 자라는 속도가 엇비슷해 중간에 소형관리기를 이용해 북주기겸 제초 작업을 한번 하고, 주간 사이 사이는 일일이 호미로 김메기를 해 줬다.
이제 모양은 대충 나오는데 앞으로 솎음 작업을 조금 해야할것 같다.
혹시나 발아가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아직 파종기 배출 구멍 크기를 얼마로 맞춰야 좋을지 감이 없어 배출구를 6에 맞추었더니 포기당 들깨모가 보통 5~6개 정도가 되는 곳이 많았다.
일부는 모가 많은 곳에서 뽑아 결주를 메우기도 했지만 시간에 쫒기며 빈곳 채우는 일을 서두느라 솎음을 겸한 결주 보식작업으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밭에 심은 들깨는 이웃인 웅이네서 받은 들깨로 파종을 했고, 집 앞 매실밭 사이에는 다유들깨로 파종을 했다.
앞으로 다유들깨와 일반 들깨의 수확량 차이와 착유량 차이도 비교해 보며 고소한 들기름 냄새를 상상해 가며 들깨를 재배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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