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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참깨·들깨·땅콩 등

회룡깨(흑임자=검정깨) 수확

by 달콩이네 농장 2014. 8. 21.

사나흘 전부터 흑임자(검정깨) 밭으로 비둘기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흑임자 수확 시기가 다가 왔다는 징조다.

아니나 다를까 맨 아래쪽 깨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일 잔뜩 찌푸린 얼굴의 하늘은 때 아닌 장마 처럼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니 하는 수 없이 몇일은 비둘기들의 배나 채워 주면서 하늘의 낯빛이 바뀌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요 몇일은 휴대폰 알람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양철 지붕에 부딪치는 빗방울 소리에 눈을 뜨곤 했는데 어제는 최진희의 노랫가락이 농부의 아침 잠을 깬다.    

"오늘은 비가 안오나보네..?"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자 마자 전지가위를 들고 검정깨가 심어져 있는 밭으로 갔다.

 

흑임자 파티를 즐기다가 인기척에 놀란 비둘기가 떼로 날아 도망간다.

"지들만 먹으랬더니 온동네 비둘기를 떼로 몰고 왔네...XX놈들!!   니들 잔치도 오늘로 끝이다 요놈들아~~!"

 

    회룡깨도 수지깨 못지 않은 다수확 품종이라

    깨방이 다닥다닥 엄청나게 달려 있다.

 

    우리나라 참깨 재배 권위자인 권중배 박사님께

    코팅종자 720립을 받아 4월 30일에 포트에 파종했다가

    6월 19일에 본밭에 정식을 한 것을 이제 수확하게 되었다.

 

    코팅종자 720립이라고 해봐야 종이컵 한컵도 안되는 작은 양

    이다.  ㅎㅎ

    순수 참깨 종자량으론 두 숟가락이나 되려나??? 

 

    참깨는 보통 육묘 기간이 30일 정도라

    정식일에 역산해서 한달 전에 포트에 파종을 하는데

    나는 올해 무려 49일을 육묘했다가 정식을 했다.

 

    육묘중에 심한 일교차로 잎마름병이 발생해

    리도참 골드로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감자 수확과 콩 파종으로 바쁜 일정에 밀려

    정식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어진 정식으로 양분이 한정되어 있는

    포트에서 오랜 육묘기간을 거친 어린 참깨묘는 정식

    직전엔 생육이 좋지 못해 정식을 하면서도

    한되박이나 수확할 수 있으려나 불안불안 했었는데

    녀석들 기특하게도 흙냄새를 맡더니

    하루가 다르게 건강을 회복해 이렇게 많은 깨방을 달고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깨는 보통 낫으로 수확을 하고, 양이 좀 많으면 예초기에 예취날을 톱날로 달아 수확하곤 하는데 나는 올해는 흑임자 재배량이 많지 않아 전지가위로 수확을 했다.

 

전지가위로 수확을 하면 깻대를 자를때 충격이 가지 않아 참깨가 좀 많이 익었을 때도 낫이나 예취기로 수확할 때와 비교해 참깨의 탈립이 적은 장점이 있고, 전지가위로 수확을 해도 힘도 별로 안들고 속도도 제법 빠르다.

 

흑임자를 수확한 자리엔 김장 배추를 심을 것이다.

참깨는 수확 후 김장용 배추나 무우를 심는 이모작 작기가 제대로 들어 맞는다.

 

전작 작물을 수확하고 너무 오래 밭을 비워 놓으면 잡초가 창궐해 후작 재배에 불편함이 많고, 수확 직후에 바로 후작 작물을 심으려 하면 기상 조건 등의 상황에 따라 시기를 놓치게 되거나 바쁜 일정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참깨 수확 후 김장용 배추나 무를 후작 재배하기에는

시기가 적당해 참깨를 수확한 밭에 풀만 조금 뽑고 바로 배추를 심으면 된다.

 

거세미의 공격을 받아 중간중간 서리태로 보식을 한 자리를 제외하곤 그대로 배추를 심을 것이다.

 

수확한 회룡깨(흑임자)는 하우스로 옮겨 펼쳐 놓았다.

이제부턴 아내가 단을 묶어 가지런히 세워 놓고 수차례 깨를 털 것이다.

 

작년까지만해도 쓰레기장 같았던 폐우사가 육묘장으로 개조 됐다가 이제 건조장으로 거듭난다.

 

하우스 안에는 너무 딱딱해져 풋옥수수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옥수수도 널어 말리고 옥수수 수염도 말리고 있는 중이다.

 

바닥에 펼쳐 널었던 옥수수들은 흑임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콘티 박스에 담겨 졌다.

 

건조된 옥수수들은 늦가을에 보리방앗간으로 가져가 도정을 해 옥수수쌀로 만들어 판매할 것이다.

 

회룡깨는 수지깨 만큼이나 깨알도 굵고 수량도 많이 나는 다수확 품종이다.

재작년에는 아름깨를 심었었는데 아름깨는 안산깨 정도의 수확량 정도 밖에 미치지 못해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나 회룡깨는 수지깨나 풍성깨 만큼 착협수가 좋아 흡족하다.

 

나를 통해 종자를 구입하시는 분들이 많아 교잡 방지를 위해 격리재배를 해 깨알의 색깔도 희끗희끗한 것도 없이 깨알이 모두 흑임자 특유의 검은 색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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