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를 육묘장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길어져 옥수수 정식 시기를 놓쳤다.
옥수수는 보통 파종 후 20일 정도면 정식이 가능한데 3월 22일에 1차 파종한 옥수수는 냉해를 입어 거의 포기상태에 있었고, 4월 1일에 2차 파종한 옥수수는 4월 20일쯤에 정식을 했어야 딱 좋았는데 나흘이나 늦어졌다.
만사 제쳐놓고 옥수수 부터 파종을 하기 위해 먼저 옥수수 밭에 유박과 복합비료를 살포하고 토양살충제까지 살포를 했다.
올해는 옥수수를 3 품종을 심는데 품종마다 거리를 두고 심어야 교잡이 방지되므로 3군데의 밭으로 이동을 하며 살포를 해야 했다.
그나마도 한번에 전부 다 살포해 미리 밭을 만들어 놓으면 좋으나 우선 당장 육묘한 묘부터 심는게 급하므로 당장 심을 밭부터 살포를 했다.
밑거름은 지난번에 계분과 돈분을 1,000평당 10톤 정도씩 넣었고, 추가로 유박과 맞춤비료를 넣었다.
로타리를 친 후 밑거름과 토양살충제를 시비한 초당옥수수밭이다.
파릇파릇하던 잡초를 트렉터로 낙서 지우듯 밀어내고 밑거름까지 넣었으니 이제 두둑을 성형해야 한다.
아침 5시 50분 부터 두둑을 만들기 시작해 오전 8시 30분쯤이 되어서야 당장 심을 옥수수밭 두둑 성형을 마쳤다.
아침을 먹고 하려고 집에 막 들어오자마자 멀리 강원도 평창의 블친님이신 강백님이 일을 도와주겠다며 먼 길을 오셨다.
요즘 아내가 무리를 해 골골하여 옥수수 심을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베테랑 강농군님께서 와 주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뻤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 내심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강백님의 도움을 받아 제일 먼저 한 일은 점적호스를 까는 일 이었다.
작년에는 대부분 직파로 옥수수를 재배해 파종시 물을 줘야 할 일이 없었지만 올해는 육묘 이식을 하다보니 정식을 할때 꼭 물을 줘야 한다.
더군다나 올해는 유난히 가물어 생육중에도 물을 줘야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점적호스를 깔기로 했다.
점적호스를 까는 것도 일이긴 하지만 만약 날이 가물어 물을 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실상 물 주는 일이 옥수수를 심는 일보다 더 큰 일이라고 한다.
올해 농사는 가뭄과의 싸움이 승패의 관건이 될것 같은 직감이 들어 생전 처음으로 점적호스를 깐다.
하지만 달콩이는 아직 한번도 점적호스를 깔아본 경험이 없다.
달콩이의 당초 생각은 한줄 한줄 깔아가며 비닐을 씌울 생각이었는데 큰 농사를 많이 져보신 강백님께서 점적호스 까는 방법 시범을 보이신다.
대농들의 점적호스 까는 법은 지금 방법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먼저 두둑 시작과 끝 지점에 파이프를 박고, 중앙에서 부터 시작해 지그재그로 한번에 전체를 깐 다음 두둑 끝쪽의 두둑과 두둑 사이를 매듭을 묶어 물이 통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말뚝을 박아 지그재그로 점적 호스를 깔아 나갔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아 오히려 일이 더 번거로워 한번에 두 두둑씩 까는 방법으로 점적호스를 깔았다.
인터넷 어느 동영상에선가 비닐 피복과 동시에 점적호스를 까는 것을 본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비닐피복기를 둘러봐도 점적호스를 장착할만한 마땅한 장치가 없어 그 방법은 차후 비닐피복기를 개조해 한번에 점적호스와 비닐멀칭을 동시에 까는 방법을 연구해 보려 한다.
점적호스를 깔자마자 바로 비닐 멀칭을 했다.
강백님께서 한쪽 끝을 맡아 시작점 삽질을 도맡아 해 주시고, 자숙님께서 마무리 비닐 절단을 해 주시니 정말 비닐피복이 잠간 사이에 끝났다.
비닐 절단은 아내를 시키려 했는데 강백님께서 아내의 몸 상태가 너무 안좋아 보인다며 일 하지 말라며 거의 밀어내다시피 하셔서 덕분에 아내가 호강을 했다.
새벽 5시 50분부터 일을 시작해 아침은 강백님이 가져오신 녹두죽 한그릇으로 떼우고 죽어라 일을 하니 배가 고프다...
밥으로 아침을 먹었어도 오후 1시쯤 되면 배가 고플텐데 죽으로 떼웠으니 점심 밥맛이 꿀맛이다.
회와 매운탕으로 배를 채우고 계산을 하려는데 강백님이 또다시 아내를 밀쳐내며 점심 식대까지 계산을 하셨다.
먼 길 오신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점심까지 계산하시면 달콩인 미안해서 어쩌라구요........쩝!!!~
점적호스도 깔았고, 비닐도 씌웠고, 배도 채웠으니 낮잠이나 한숨 때렸으면 딱 좋으련만 아직 할 일이 많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임시 육묘장에서 육묘한 트레이를 트럭에 싣고 옥수수밭으로 왔다.
포트에서 옥수수묘를 꺼내 보니 쏙쏙 잘 빠지길래 바로 심으려 했더니 강백님이 잠깐 기다리라시더니 막대기 4개를 가져와 땅바닥에 비닐을 깐다.
????????..............
그러더니 그곳에 관정을 틀어 물을 받는다.
옥수수 트레이를 물속에 담그기 위해 현장에서 즉석으로 물받이를 만드신 것이다.
물을 흥건히 받은 다음 상토까지 물에 푹 잠길 정도로 트레이를 담가 놓은 후 담배 한대를 피우신다.
강원도의 대농들은 모종 이식을 할 때 이런 방법으로 포트를 물에 담가 상토가 물을 흠뻑 먹어 물 색갈이 살짝 변할 때 까지 기다렸다가 파종을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야 모종이 죽지 않고 잘 산다고 한다.
특히 올해 처럼 가물고 바로 물을 줄 수 없을 경우 이 방법으로 이식을 하면 활착률이 훨씬 좋다고 하신다.
달콩이 오늘 또 한 수 배웠다. ㅎㅎ
상토가 물을 흥건히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인 이식이 시작된다.
식재 간격을 35cm로 맞추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못줄을 띄웠다.
달콩이도 아내와 짝을 맞춰 이식을 하려고 한손이식기를 가져와 이식을 시작하는데, 자숙님과 짝을 맞춘 강백님의 이식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달콩이는 3G... 강백님은 LTE-A 이었다.
두분이 심는 모습을 한참동안 멍때리며 쳐다보았다.
두분의 옥수수 심는 모습을 보신 나리할머니가 어쩜 저리 착착 맞도록 잘 뽑아 주냐며 서커스 구경이라도 하듯 재밌게 지켜 보신다. ㅎㅎ
"감자 심는데 이골난 일인"이라고 하시더니 괜한 말이 아니었다.
결국 달콩이는 두분의 속도에 밀려 한손파종기를 내려 놓고 북주기를 했다. ㅎㅎ
오늘 40판의 자흑찰옥수수는 거의 다 강백님과 자숙님이 심으셨다.
자흑찰옥수수를 다 심고 저녁이라도 함께 하며 고마움에 답례를 해야 하는데 일이 끝나자마자 반쪽 농부인 달콩이의 출근 시간이 딱 되어 고맙다는 인사말도, 먼길 떠나는 분의 배웅도 하지 못하고 달콩이는 먼저 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리고 선물로 감자 파종기를 하나 더 주셨다.
서산에도 감자 파종기가 있기는 하나 강원도에서 쓰는 파종기 처럼 플라스틱 투입구가 달린 것은 없다. 그래서 여기서는 투입구에 모종을 정확히 집어 넣기가 여간 어려운것이 아니다.
그러니 저렇게 기계처럼 투입하는 모습을 옆집 나리할머니는 보신 적이 없었던 것이다. ㅎㅎ
강백님 덕분에 오늘 하루 종일 나 혼자 했어야 겨우 비닐멀칭까지나 끝냈을가 말까 했던 일을 이식까지 끝낼 수 있어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이 신세를 어찌 다 갚아야 할지.......
사무실 출근 후 아내에게 전화해 보니 기름값이라도 좀 챙겨 드리려 했는데 한사코 마다하셔서 겨우 콩 종자 쬐금 드린게 전부라며 아내도 너무나 고맙고 너무나 미안하다며 어쩔줄 몰라한다.
겨우 전화로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하였지만 강백님은 오히려 아내를 걱정해 주셨다.
10년 후 까지 길게 보고 아내 아끼며 몸 관리 잘하라는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 주셨다.
달콩이는 참 복도 많다...
농부가 되면서 전국 팔도에 많은 좋은 분들과 인연을 쌓아가고 있으니....
오늘 많은 도움 주시고 많은 가르침 주신 강백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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