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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사랑방/요리 조리(음식)

우람콩으로 만든 청국장

by 달콩이네 농장 2014. 1. 28.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저녁 반찬으로 청국장을 끓여 놓으면 나는 집에 들어 오는 순간부터 미간을 잔뜩 지푸리고 코를 틀어 막으며 코맹맹이 소리로 "엄마~!  또 청국장 끓였어!?  냄새 고약해 죽겠어!  청국장 안먹을꺼니까 앞으론 청국장 좀 끓이지 마! 그냥 된장찌개 하면 되지 왜 냄새나게 자꾸 청국장을 끓여~!"라며 짜증을 냈었다.

하지만 막상 밥상 앞에선 걸신들린 강아지 처럼 청국장 냄비 바닥까지 박박 긁어가며 먹으면서도 청국장을 끓이지 말라는 말은 연신 해대곤 했다.

 

냄새 난다고 청국장은 끓이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면서도 막상 끓여 놓으면 씩씩하게 잘 먹어대니 어머니는 그런 아들녀석의 잔소리를 맛있다는 역설적인 표현쯤으로 생각하셨는지 늘상 내 말은 개무시를 하셨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다.

청국장 맛있게 하는 식당이 있으면 찾아가서라도 먹으면서도 집에서 청국장을 끓이면 짜증부터 내고....

막상 밥상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듯 맛있게 먹고.....

       

건강에 좋고 맛있는 청국장....   냄새만 고약하지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2011년에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된장 향기' 콩에 따라 달라진다는 내용의 자료를 접한적이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전통된장에서 나는 냄새를 분석해 향기성분이 원료 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된장의 향기성분은 발효 과정 중 미생물의 작용이나 화학적 변화에 의해 생성되는데 지금까지는 숙성과 저장기간이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료 콩의 품종에 따라 전통된장의 향기성분이 적게는 70여 종에서 많게는 200여 종까지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된장 향기의 주성분인 피라진류와 저분자 향기성분 함량도 원료 콩의 품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우람콩’으로 만든 된장에서는 일반 된장 향기성분의 절반 정도인 70여 종만 검출됐다고 한다.

주요 향기성분인 피라진류는 우람콩에서 10.9%로 태광콩(18.9%)보다 적었다. 따라서 향후 향기가 적은 된장을 만드는 원료로서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된장을 비롯한 콩 발효식품은 영양과 기능성분이 풍부한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발효식품 특유의 풍취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성과는 콩 발효식품을 세계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 두류유지작물과 이병원 연구사는 “이번 연구로 원료 콩이 발효식품의 향기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냄으로써, 된장냄새를 싫어하는 서양인과 젊은 세대에게 알맞은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자료였다.

 

그렇다면 청국장에서도 우람콩이 다른 콩에 비해 냄새가 적게나지는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겨 우람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직접 향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그리고 전통장류를 계속 제조해 오신 지인께도 우람콩을 조금 드리고, 다른 콩과의 향기 비교를 부탁드렸다.

지인께서는 그동안 많은 청국장을 만들어 왔기에 나보다는 더 비교가 잘되지 않을까 하는 맘에서였다.

 

가마솥에서 푹~ 삶은 콩을 발효시켜 청국장을 만들었다.

 

우람콩은 냄새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하고 청국장 발효를 시작했지만 그래도 청국장은 청국장!

내 코엔 발효되는 과정의 냄새가 향기롭게 느껴지진 않았다. 내 코엔 좀 거시기하다...

하지만 지인의 말씀으론 "달콩씨가 준 콩으로 만든 청국장은 콩 삶는 냄새부터 고소한 향기가 났고, 청국장으로 발효시키는 냄새도 좋다!"고 하셨다.

덧붙여 "청국장은 발효과정에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온도 유지를 적절히 했느냐에 따라 냄새가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하셨다.

다시말해 당신이 적정 온도를 잘 맞춰 발효 시켰기에 청국장 발효 냄새가 향기로왔다는 늬앙스를 강하게 남기셨다.

이긍.....  원료 콩 때문에 냄새가 좋다는건지 당신의 기술이 좋아 향기가 좋다는건지 당체 못알아 듣겠당....

 

청국장의 발효가 적당히 잘 된것 같아 냉장보관하기 위해 주걱으로 청국장을 비벼 보니 마치 치즈같은 바실러스균이 엄청나다.      

치즈처럼 끈적끈적한 이것이 우리 몸에 그렇게 좋은 유익균인 바실러스균이라고 한다.

 

바실러스균이 치즈같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아내가 김을 가져오더니 청국장을 김에 싸 내 입으로 드리민다.

 

이게 바로 이영돈 피디가 좋아해 매일매일 먹는 나또란다.

치즈같은 바실러스가 먹음직스러워 기대하며 맛을 보았지만 내 입엔 별맛 아니다.

 

청국장 환을 만들 경우엔 이 상태로 말려 분쇄한 후 환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우린 청국장으로 긇여 먹을거라 냉장보관하기 위해 고추가루와 약간의 소금을 넣고 으깨야 한단다. 

 

 

미끈미끈 끈적끈적한 바실러스균 때문에 청국장을 으깨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다.

어느새 내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치즈같던 바실러스균이 이제 마치 떡 같다.   

 

먹기 좋은 크기로 봉지에 담아 냉동 보관했다가 한덩어리씩 꺼내서 청국장을 끓이면 된다.

 

아주 약간의 소금을 넣긴 했지만 그래도 무척 싱겁다.

나중에 청국장을 끓일땐 먼저 청국장을 넣어 끓인 후 된장으로 간을 하면 소금을 넣지 않고도 맛있는 청국장이 된다고 한다. 

 

아직 다른 품종의 메주콩으로 만든 청국장이 없어 상대평가는 어렵지만 우람콩으로 만든 청국장은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는 훨씬 역한 냄새가 적게 나는것 같다.

나중에 지인께서 대원콩과 황금콩으로 만든 청국장을 조금 주신다고 하니 다른 콩들과의 맛 비교도 해 볼 생각이다.

내일은 구수한 청국장을 끓여 장맛은 어떤지도 맛을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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