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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사랑방/요리 조리(음식)

겨울이면 한두번은 꼭 다녀오는 천북 석화구이집....

by 달콩이네 농장 2014. 1. 14.

서산으로 귀농 후 한동안 서산의 맛집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납니다.

아쉽게도 서산에는 특별히 내세울만한 음식이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어리굴젓과 게국지가 유명하다고는 하나 아직 제 입맛에는 적응이 되질 않아서인지 저는 아직은 별로입니다.

게국지는 겉절이로 끓인 게장국 같아 제 입맛엔 떨더름하고 이맛도 저맛도 아닌 정말 어정쩡한 맛입니다.

처음 홍어를 먹었을 때와 과메기를 먹었을때도 "이걸 왜 돈주고 먹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처럼 아직은

게국지의 제맛과 중독성을 느끼지 못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리굴젓은 제대로 하는 집을 찾지 못해서인지 젊었을 때 먹었던 맛이 아닙니다.

 

다른 음식들도 특별히 맛있게 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식당이라곤 맨 오리집 뿐이고....   사실 회도 별로입니다.

오히려 도시가 먹거리도 다양하고 맛있는 집들도 더 많은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산으로 귀농을 한 이후로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서산에서도 먹거리 때문에 기다려지는 계절이 있습니다.

제가 기다려지는 계절은 김장철입니다.

대부분은 "'김장' 하면 보쌈!" 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젠 김장엔 보쌈보다는 석화구이가 떠오릅니다.

 

귀농 첫해 김장철에 아버지께서 천북에서 사 오신 석화를 장작불에 구워먹던 맛있는 기억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그 후로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김장할때마다 조금씩 아련해져 가는 아버지의 얼굴과 그때의 즐거웠던 모습들이 생생이 떠오릅니다.

 

재작년부터는 시골집에서 모두 모여 김장을 하지 않아 김장을 하는 날도 석화구이를 먹지 않지만 그래도 이맘쯤이면 늘 석화구이가 생각납니다.

엊그제는 모처럼 아이들이 와서 함께 천북으로 가 석화구이를 먹었습니다.

 

집에서 구워먹을 땐 화력 좋은 소나무 장작에 구워먹지만 천북에서 먹을때는 가스불에 구워먹습니다.

운치는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맛은 좋습니다. ^^*

불 위에 석화를 올려 놓고 잠깐만 있으면 굴들이 벌어지기 시작하며 퍽!퍽! 튀는 소리로 먹을때가 되었으니 빨리 먹으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아내는 석화구이를 먹으러 갈 때는 쌩얼에 머리도 감지 않고 갑니다. 옷도 허름한 옷으로 입고 간답니다.

석화구이를 먹다보면 껍질이 튀어 옷은 물론 머리도 엉망이 된다며 아이들보고도 머리도 감지 말고 옷 챙겨 입으라고 한답니다. ㅎㅎ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석화가 먹음직 스럽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정도 익어 꾸득꾸득 해 질 정도가 되야 좋다고 오랫동안 굽지만 저는 껍질이 살짝 벌어지기가 무섭게 굴을 까 입으로 넣습니다.

아이들이 한개 먹을때 저는 5~6개를 먹지요~ ㅋㅋㅋ

 

속에 바닷물을 머금고 있어 별도로 고추장을 찍지 않거나 간을 안해도 맛있습니다.

뽀얀 속살의 커다란 석화를 한입에 쏘옥~ 넣으면 단맛이 납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서비스로 피조개도 올려 주셨습니다.

피조개가 탐스러워 먹음직스럽스니다만 석화를 먹다 피조개를 먹으니 영~ 아닙니다.

괜히 피조개를 먹어 입만 버렸습니다.

 

한대야를 주문해도 석화껍데기를 빼고 나면 실상 입으로 들어가는 양은 얼마나 되겠느냐... 그걸 먹고 양이 차겠느냐고 생각되지만 석화만 먹어도 생각보다 배가 든든하고 양이 찹니다.

약간은 아쉬운듯 하여 저는 굴밥을 시켰습니다.

 

저는 밥 배는 따로 있거든요~

아무리 굴을 많이 먹어도 밥은 밥!이고, 굴은 굴!이라서요~ ㅎㅎ

 

돌솥에 잣. 은행. 밤. 콩나물 등을 넣은 영양굴밥입니다.

 

게장무침, 어리굴젓,  멸치 등등의 밑반찬도 나오지만 저는 양념간장과 동치미만 있으면 됩니다.

 

석화 한 양동이에 3만원, 추가로 만원어치 더 시키니 서비스까지 거의 두 양동이가 되는 양을 먹었고, 굴밥 한그릇에 만원....  총 5만원으로 네식구가 배 터지게 먹었습니다.     

내 배만 터졌나???  ㅎㅎ

 

한번은 인천에 올라가서 이 맛이 그리워 친구들과 함께 먹으려고 연안부두에서 석화를 한자루 사다가 구웠다가 하나도 못먹고 모두 버렸습니다.

천북의 석화와 인천 연안부두의 석화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난번에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다녀오고 이번에 두번째 이지만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한번 더 시간내서 또 갔다올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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