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사랑방/요리 조리(음식)

서리태 강정 만들기

by 달콩이네 농장 2013. 2. 22.

서리태, 메주콩, 쥐눈이콩과 같은 두류와 잡곡이 내 농사의 주작목이다.

하지만 나는 실상 콩을 많이 먹지는 않는다.

 

어릴때부터 밥에 콩을 넣으면 투덜대며 골라내다 어머니한테 꾸지람도 많이 받았고, 결혼을 해서는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었다.

아내는 콩국수를 좋아해 여름이면 매 끼를 콩국수만 먹어도 좋다고 하는데, 나는 콩국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아내는 내가 없는 날에만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콩국수를 해 먹는다.

 

아내가 시골생활을 하며 가장 좋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귀한 서리태로 진한 콩국물을 만들어 푸르둥둥한 서리태 콩국수를 실컷 먹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에서 살때는 메주콩으로도 자주 해먹지 못하던 콩국수였는데 비싼 서리태로 콩국수를 실컷 해 먹으니 행복하다고 한다..ㅋㅋ

"이 모두가 다 서방님을 잘 만나서지 뭐~~~!!  당신 시집 잘 왔지?"라는 농담을 서리태 덕분에 종종한다. ^^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콩 가공 식품은 겨우 두부와 된장찌개 뿐이다. ㅎㅎ

두유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잘 안먹는 편이다.

 

그래도 콩농사를 지으면서 부터는 콩맛을 비교 실험해 보기 위해 밥밑용 콩도 제법 많이 먹고 있고, 특히 날콩은 엄청나게 먹었다.

 

유일하게 내가 좋아해 잘 먹는 콩은 '땅~콩' 뿐이다..ㅋㅋ

하지만 땅콩은 지방 성분이 많아 먹을때마다 "먹어도 어지간히 먹어야지 땅콩을 그렇게 먹어대니 살이 찌지!!"라며 아내의 투덜대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뚱뚱해 졌다며 핀잔만 하던 아내가 옆집 나리네를 다녀오더니 나를 부른다.

"자기야! 이리 와서 이거 먹어!~~"

잉?????  살쪘다고 앞으로는 간식은 없다더니 웬일이랴????   뭘 가져 왔지???

 

식탁에는 먹음직스런 서리태 강정이 놓여져 있었다. 

 

하나를 들어 맛을 보니 너무 달지도 않고 바삭하고 고소하며 맛있다. ^^*

끈적거리지도 않아 손에 달라붙지도 않는다.

요즘 아이들 말로 '대박~~!!'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개를 먹고 나서야 아내에게 물어봤다.

'이거 사왔어? 잘 만들었네? 어디서 사왔어?'

 

'맛있어? 옆집 나리네 아줌마가 만들었데. 잘 만들었지?'

헐~~  아줌마가 음식 솜씨가 좋은건 알고 있지만 강정도 맛있게 잘 만드셨다.

 

"야! 너 그거 배워~~!! 까짓거 콩이야 내가 얼마든지 대줄테니까 당장 배워와!~"

아내에게 바로 주문이 들어갔다.ㅎㅎ

 
나 처럼 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도 잘 먹을 수 있는 콩 가공식품 간식으로 좋을것 같다.

 

다음날 서리태 강정을 더 만든다고 해서 옆집으로 달려갔다.

 

지금부터 서리태 강정 만들기 과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제 만든 서리태 강정은 바삭하고 너무 달지 않게 잘 만들었는데, 새로 만든 서리태 강정은 별로였다.

새로만든 서리태 강정은 바삭하지 않고 끈적거리며 너무 달았다. 원인 및 응용은 만들기 과정을 올리고 글 후미에 소개) 

 

* 준비물 : 서리태 뻥튀기(뻥튀기 아저씨한테 튀긴 서리태), 갱엿, 포도씨 기름, 황설탕 조금

 

1. 먼저 갱엿을 냄비에 넣어 끓인다.

(갱엿 : 옛날에 엿장수들이 팔던 불그스름한 옛날 엿) 

  

어제 만든것은 갱엿을 넣어 끓였는데 갱엿이 다 떨어져서 오늘은 쌀엿을 끓여 넣을것이라고 한다.

 

갱엿 대신 쌀엿을 냄비에 넣고.... 

 

엿을 펄펄 끓인다.

 

엿과 콩의 비율은 대략 1:1(콩 3kg에 갱엿 3kg 비율)로 넣는다고 한다.

 

엿이 끓을 동안 큰 그릇에 튀긴 서리태를 넣고 포도씨유를 조금 넣어 고루 저어준다.

(포도씨유는 서리태 3kg에 종이컵 1/3컵 정도) 

 

 

콩을 젖는 나리할머니의 손이 현란하다..ㅋㅋ

 

다음은 황설탕을 조금 넣고 또다시 저어준다.

 

황설탕 양은 대략 이정도...(종이컵 1/3 정도)

 

펄펄 끓여 졸인 쌀엿을 조금씩 콩 그릇에 부으며 저어준다. 

 

잘 저어 쌀엿과 버무려진 콩을 넓은 쟁반에 덜어 납작하게 펴준다.

쟁반에는 비닐봉지를 씌운 후 포도씨 기름을 발라 강정이 비닐에 달라붙지 않도록 한다. 

 

밀대로 밀 경우 밀대에도 포도씨 기름을 살짝 발라주면 강정이 밀대에 달라붙지 않는다.

 

아내는 밀대로 미는것 보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그대로 손으로 눌러 주는게 훨씬 쉽다고 한다.

일회용 장갑에도 먼저 포도씨 기름을 발라야 장갑에 강정이 달라붙질 않는다.

 

꾹꾹 눌러 높이가 일정하도록 평탄 작업을 하고....

 

펄펄 끓인 뜨거운 쌀엿이 빨리 식도록 잠시 시원한 곳에 옮겨 놓은 후 막간을 이용해 커피 한잔을 마신다.

너무 오랫동안 밖에 놓으면 굳어져서 칼로 자르기가 불편하므로 커피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만큼만 밖에 놓았다가

절단해야 칼질이 쉽다.

 

강정이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칼로 절단한다.

절단 전에 칼에도 살짝 포도씨 기름을 뭏혀야 칼에 강정이 달라 붙지 않는다. 

부엌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절단을 한다.

완전히 잘라내지 않고 대충 눌러만 줘도 굳어지고 난 후에는 쉽게 떼어지므로 너무 힘들여 완전히 자르지 않아도 된다.    

 

이제 선선한 곳에 놓아 두고 강정이 완전히 식어 굳어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날씨가 추울때는 얼마지나지 않아도 금방 굳어진다고 한다.

 

특히 갱엿을 사용했을 때는 굳어지는 시간이 빠르므로 쟁반에서 평평하게 편 후 바로 절단을 해도 된다고 한다.

 

이제 시식만 남았다.

그런데 어째 맛이 어제만 못하다.

바삭거림도 없고 맛도 어제보다 좀 달다.

 

원인 : 1. 갱엿 대신 쌀엿을 사용했던게 문제인것 같다.

            갱엿은 금방 굳어지는데 쌀엿은 조청처럼 묽어 굳어짐이 갱엿에 비해 덜하기 때문이다.

         2. 쌀엿을 중불로 조금 더 끓였어야 했는데 쎈 불에 한번만 끓인것이 문제다.

            (참고 : 쌀엿을 원료로 하여 끓일때에는 설탕을 조금 섞어 끓이면 굳어짐이 좀 더 빨라진다고 한다.)

 

이제 서리태 강정 만드는 것을 배웠으니 올 가을에는 우리가 직접 서리태 강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우리가 만들 서리태 강정은 약간 응용을 해 재료를 조금 다르게 구성할 생각이다. 

 

쌀엿을 원료로 사용하니 바삭거림이 좋지 않았고, 또한 단맛도 갱엿을 원료로 사용했을 때에 비해 좀 강하므로 원료는 갱엿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갱엿은 굳어짐의 속도가 빨라 쟁반에 펼치기도 전에 굳어 지는 단점이 있어 무척이나 일이 바쁘다고 하므로

우리는 갱엿에 매실청을 약간 혼합하는 응용을 해 볼 생각이다.

매실청은 꿀맛과 비슷하므로 향도 훨씬 좋을 것이고, 영양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나는 벌써 올 가을에 만들 서리태 강정의 이름까지 지었다.

'알콩이표 매실 서리태 강정'~~  ㅋㅋㅋ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