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지날이다.
비록 낮 시간은 짧다고 하지만 오늘은 마치 이른 봄날 처럼 날씨가 따듯해 집안에만 움추리고 있을 수 없어 다시 전지가위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새 내 키보다 세배가 넘게 훌쩍 커진 매실나무 성목의 전정을 시작했다.
이 나무들은 내가 귀농하기 전에 작고하신 아버지께서 심어 놓으신 나무다.
품종은 풍후라 크게 애착이 가는 나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나무들로 인해 매실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고, 과수박사님과도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나무들이다.
내가 처음 이 나무들을 보았을 때는 나뭇가지는 깍지벌레로 온통 하얀색으로 뒤덥였고, 과실은 잿빛곰팡이병과 흑성병으로 제대로 된 과실이라곤 찾아 볼 수 없을 정도 였으며, 수형은 마치 산에서 자란 상수리나무 같았고, 수고도 높아 쬐그만 나무였을 때부터 사다리를 이용해야 수확을 할 수 있었던 나무다.
다행히 과수박사님을 만나 2010년 겨울에 처음으로 전정을 했고, 이듬해인 2011년에는 수확량에 변동이 없었으나 작년부터는 수확량이 급증했다.
나는 이 나무를 통해 매실의 생육 특성을 관찰했고, 과수박사님이 하신 말씀들을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쉬운 예로....
과수박사님은 적당한 주지의 기울기 각도는 60도 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장주들의 마음은 수확도 물론 중요하지만 멋진 수형의 나무들을 동경하기 때문에 기울기 각도를 보통 45도 정도나 심하게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눕히는 과도한 유인을 하곤 한다.
물론 그런 과도한 유인을 하는 이유는 단지 수형에만 있는것은 아니고 수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60도보다는 조금만 더 눕혀 45~50도 정도 기울이는 수형을 내심 원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60도는 너무 서 있는 느낌이였었다.
나는 처음엔 과수박사님이 60도를 말씀하셨던 것이 단순히 나무의 세력만 고려하신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에만 그쳤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나무를 통해 과수박사님이 60도를 말씀하셨던 것이 단순히 수세때문만이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
나무에 수많은 매실이 착과되니 과실의 무게에 의해 가지가 아래로 쳐지기 시작하는데 그 각도가 내 상상을 초월했다.
결국나는 가지마다 지게자루 같은 받침대를 일일이 세워야 했다.
과수박사님은 착과가 되었을 때 아래로 쳐질 각도까지 미리 다 계산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만약 내게 이 나무가 없었다면 나는 그런 과수박사님의 말씀을 내 나무가 성목이 되는 5~6년 이후에나 그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과수박사님이 하신 말씀들의 현상들을 나는 이 나무를 통해 미리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과수박사님의 말씀을 신뢰하게 됐고, 내겐 어린 유목들의 성장 후의 모습을 이 나무를 통해 미리 그려볼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품종이 풍후라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서 나는 이 나무들에 애착이 간다.
내리사랑 때문이었는지 품종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작년에 묘목들을 심고나서 부터는 이 나무들은 예전보다 훨씬 관리를 소홀히 헸다.
나무에는 깍지벌레도 많이 생겼고, 도장지들이 엄청 많으며, 이제 커진 덩치로 인해 옆 나무와 겹치는 가지가 너무나 많았다.
이제 너무나 키가 커져 사다리를 들고 다니며 도장지를 솎아내고, 겹치는 가지도 솎아내며 나무를 전지해 나갔다.
내향지들로 인해 광투과 및 통풍에 지장이 많을것 같았던 나무가 말끔히 정리됐다.
가지마다 수많은 단과지가 달려 내년에도 많은 매실을 선물해 줄것 같다.
조금만 더 활동이 편한 곳에 심었으면 지금보다도 더 멋진 수형으로 만들었을텐데..... 공간이 좁다보니 어쩔 수 없이 수고도 높아지는것 같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서서히 간벌을 해야할것 같다.
간벌 대상이 되는 나무들은 우선은 내년에 수확 후 측벌할 가지들 부터 정하고, 그 가지들은 단과지가 남은 부분까지만 남기고 더이상 성장할 가지들은 아예 없애버리는 전정을 했다.
그리고 내일은 깍지벌레 방제부터 해야겠다.
내친김에 당장 하려 했으나 근방에서 제일 큰 농약방인 서해농자재마트에는 기계유유제가 없어 구입을 할 수 없었다.
원예농협이나 가야 판매를 할텐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으니 천상 화요일에나 깍지벌레 방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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