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콩이네 김장하는 날.....
요즘은 보일러가 놓여 있어 땔감을 하거나 연탄을 쌓아 놓아야 하는 옛날과 달리 김장이 가장 대표적인 월동 준비다.
엄밀히 따지면 내년 이맘때까지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일이라 김장은 월동 준비가 아니고 일년을 준비하는 일이다.
아무리 밑반찬이 많아도 김치가 없으면 허전한 우리네 밥상.....
특히나 달콩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는 역시나 잘 익은 김장 김치로 해야 제 맛이다.
위대(胃大)한 달콩이.....
김치는 제일 많이 먹으면서도 김장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마음은 늘상 콩밭에 가 있다.
아직도 털지 못한 메주콩에만 신경을 쓸 뿐 김장 준비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러니 늘상 알콩이가 고생이지~ ㅎㅎ
특히나 올해는 김장 배추와 무우도 심지 않았다.
쪽파, 대파, 갓은 말 할것도 없고~
그래도 참깨 후작으로 김장용 배추 한두판 정도는 심으려 했는데 옆집 나리네서 심지 말라고 했었다.
자기네가 좀 넉넉히 심으니 그냥 가져다 먹으라고~
그래서 올해 김장용 배추와 무우는 전부 나리네서 그냥 얻었고, 갓과 쪽파는 채리네서 줬고, 대파는 웅이네서 줘서 김장 준비를 했다.
우리가 직접 준비한 김장 재료는 겨우 마늘과 생강과 고추가루와 생새우 뿐~
그나마도 생강은 생강 수확을 마친 밭에서 이삭을 좀 주워와 김장 준비를 했다.
도시에서 김장을 하려면 이 모두가 전부 돈인데.....
역시나 시골은 아직까지 넉넉한 나눔의 정(精)이 듬뿍 남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실 김장이 부담스러운 것은 재료 준비 때문이 아니다.
배추 다듬고, 포기 쪼개고, 배추 절이고, 씻고, 물 빼고, 꼭꼭 눌러 물기 짜내고, 채 썰고, 갓 다듬고, 마늘 생강 다지고, 절인 배추 나르고, 양말 바닥이 고추가루 범벅이 되어가며 버무리고, 김치통에 담고...
음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재료는 얼마든지 사 줄테니 온 집안 난장판 만들며 김장 하는 일만 다른데서 누가 좀 해준다면 춤이라도 추겠다는 도시 주부도 많다.
사실은 달콩이도 그렇다. ㅋㅋ
오죽해 달콩이도~ 자식들 모두 서울서 학교 다니니 우리끼리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냐며, 일도 많은데 김장 하지 말고 몇 포기만 간단히 하고, 봄에 배추 나오면 햇김치 해 먹자고 아내에게 말 했었다.
아내는 내 말에 살짝 흔들리는 듯 했으나 마을 아주머니들이 펄쩍 뛰신다. ㅋㅋㅋㅋㅋ
"아배야~~! 그래도 김장 김치가 있어야 든든하데이~ 몇 포기 되지 않는데 후딱 해 치우자! 봄배추는 김장 배추만큼 맛이 없는겨~~!!"
마지못해 나는 지난주 목요일에 나리네 배추밭에서 눈이 소복히 쌓인 배추 100포기를 뽑아 집 앞에 쌓아 놓았었다.
어제 오전엔 아침 일찍부터 웅이네로 모여 250 포기의 김장을 마치고는 곧장 우리집으로 마을 어르신들이 출동하셨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0포기의 배추를 쪼개 소금물에 절여 놓으시고 대파까지 다듬어 놓으셨다.
어제 내가 한 일은?
다음날 배추 씻을 때 물이 퀄퀄 나오도록 관정에서 호스 연결해 물호스 준비한것 뿐!!
물이 나오는걸 확인하니 그새 배추 절이는 일이 모두 끝났다. ㅎㅎㅎ
배추 한포기 만져보지도 않고 배추 절이는 일이 마무리 되었으니 너무나 고마워 아내가 준비한 박카스 한박스씩을 나눠 드리니 어르신들이 되레 역정을 내신다.
"이런거 주면 앞으로 우린 여기 다신 안온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 대신... 저기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홍시나 따 먹을란다!"
까치밥 치곤 너무 많이 남겼다며 까치에게 다 뺏겨버리기 전에 홍시나 따 드시겠다며 유석이 할아버지가 나무에 올라가고, 오씨 아저씨가 대나무 장대를 만들어 잘 익은 홍시를 따신다. ^^*
지난 목요일 눈이 오고 난 후 찍어 놓은 하얀 눈모자를 쓴 홍시다.
"이제 까치밥 남겨 놓지 마라! 까치들한테 잘해줄 필요 없다. 잘 해줘봐야 곡식이나 모두 빼 먹는 고얀 놈들이다.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따라~!" 하시며 채리할아버지도 동참해서 남은 감을 모두 다 따신다. ^^*
"까치밥이란게 원래 까치 먹으라고 남기는게 아닌겨~!
까치밥은 지나는 나그네들이 시장할때 한두개 따 먹으라고 남겨 놓는겨~! 요즘은 나그네도 없으니 모두 따라~!"라며 채리 할머니가 한말씀 더 거드신다. ^^*
그렇다. 이게 바로 정이다.
덕분에 까치들에게 모두 뺏길 홍시를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맛있게 나눠 먹었다.
그렇게 한 일도 별로 없이 배추 절이는 것을 마치고 나는 바로 태안으로 향했다. 오늘 태안 물사장님 댁에 전지를 해 줄 일이 있어 방문하신 과수박사님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곤 저녁 7시쯤 집에 들어오니 이미 나리할머니와 아내가 절인 배추를 위아래 뒤집어 놓는 일까지 마쳐 놓으셨다.
나도 염치가 있지....
아내와 나리할머니가 갓을 다듬는 동안 무우 채 썰고, 생강 다지는 일은 그래도 내가 했다. ㅎㅎ
드디어 오늘은 마을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우지집이 김장 하는 날~~!!
하지만 쥔장은 당직이라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이다.
역시나 오늘도 관정 물 나오도록 해 준 일이 고작인데 얼른 아침 먹고 출근준비나 하라며 나를 밀쳐내고 어르신들이 아침 일찍부터 모여
절인 배추를 씻고 물기를 빼기 위해 쌓아 놓는다.
오늘은 수의사님까지 오셔서 내 몫 다 책임지고 일 할테니 얼른 들어가서 아침이나 먹고 출근하라 하신다.
집 안에서는 배추 버무릴 준비를 하며 무우채를 펼쳐 놓고 마을 아주머니들이 대기하고 계신다.
일 다니며 농사 짖느라 힘들고 바쁜것 다 알고 있으니 김장 걱정일랑 말고 잘 다녀오라는 마을 아주머니들 말씀에 코 끝이 찡 해진다.
귀농!!
마을주민들과의 불협화음 때문에 정착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하는데 내겐 정말 낯선 말로만 들린다.
이렇듯 마음 써 주시는 마을분들 때문에 나는 사람 냄새와 정(精)의 향기에 흠뻑 취해 시골생활의 행복에 취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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