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이웃집 벼 바슴 품앗이......

by 달콩이네 농장 2013. 10. 18.

육쪽마늘을 심기 위해 아침 일찍 마늘밭에 거름을 폈습니다.

마늘은 다비성 작물이라 계분을 5톤 차로 두차 뿌렸습니다.

 

똥 냄새가 온동네에 진동을 할까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로타리를 치려 했는데 옆집 아저씨한테 전화가 오네요...

"오늘 우리 논 바슴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나? 지금 올 수 있지?"

마을에 트럭이 있는 집이 몇 안되니 의례 제게 부탁을 하십니다.

 

다행히 계분이 발효가 잘된거라 똥냄새가 나지 않아 흔쾌히 "네~ 지금 갈께요!"라며 내 일을 제쳐놓고 옆집 논으로 달려갔습니다.

 

 

제 차는 더블캡이라 한번에 톤빽 두개만 실어도 앞바퀴 쪽이 붕 떠오르며 빌빌댑니다.

동네에 제 더블캡 말고도 세빽까지 실을 수 있는 트럭이 두대가 더 있지만 경험없는 쌩 초짜들보다는 제가 한결 났다며 늘 저를 부르십니다.

이래뵈도 귀농 후 두해 동안은 저도 벼 농사를 해서 대충 일머리는 알고 있거든요~ ㅎㅎ

작년까지는 직접 콤바인으로 벼 수확도 했었습니다.  

 

톤백자루 묶을줄도 알고, 갓 돌린것 콤바인에 넣는 눈치도 있고~

무엇보다 RPC에서 벼 넘기고 영수증 챙겨오는것까지 다 할줄 알고, 등급 올려달라고 빡빡 우기며 졸라대는것 까지 도맡아 하다보니 빌빌대는 더블캡이라도 늘상 저를 부르십니다. ^^*

 

사실 벼 바슴은 별로 힘들건 없습니다.

일은 전부 콤바인과 트럭이 하는 것이죠~

제가 고생하는게 아니고 트럭이 고생하는 겁니다. ㅋㅋ

 

RPC를 두번 다녀오니 논에 들밥이 차려져 있습니다. 

볏짚을 식탁 삼아 수북히 쌓아 놓고 그 위에 신문지를 깔고 반찬을 놓으면 멋진 들밥 식탁이 완성됩니다. ^^*

 

이맘때 즈음이면 아내 차는 들밥 배달 전용 차로 둔갑합니다.

 

들에서 먹는 밥맛!!!

기막힙니다.  아마 드셔보신 분들만 아실겁니다. ^^*

 

오후 두시쯤 되어 15마지기 남짓한 논의 벼를 다 베고 저는 사기리에 있는 농협 RPC로 마지막 톤빽을 싣고 달립니다.

해미와 인접한 저희 마을에서 사기리는 정말 멀게 느껴집니다.

 

 10개의 톤빽을 쌓아 놓고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현대 농장쪽을 바라봅니다.

황금 물결을 이룬 가을 들녘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멀리 도비산이 보이네요~

도비산을 보니 운기미의 모델 조해진 형님이 생각나네요....

조해진 형님도 지금 한창 콤바인을 몰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종횡무진 누비고 계시겠지요?

 

오후 두시 조금 넘어서 부터 기다렸는데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제가 가져온 벼가 들어갑니다.

 

 1등급은 40KG 한포대당 가격이 56,000원이고, 2등급은 한포대당 54,000원 입니다.

작년 수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대부분 올해는 작황이 좋은 편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새누리 품종은 광충이 피해가 있어 작황이 좀 떨어진 농가가 많다고 합니다.

이곳에서는 벼멸구를 광충이라고 하더군요~ ^^*

 

바슴이라는 말도 저는 올해부터 사용을 합니다.

이곳에서는 벼 수확을 바슴이라고 하더군요~ ^^

옆집 아저씨는 고향이 경상도라 발음이 약간 쎄서 바슴을 바심이라고 하십니다.

옆집 아저씨 말씀만 자주 듣는 아내는 '바심'이라고 하고, 저는 '바슴'이라고 합니다. ^^*

 

시골 풍경이나 구경하며 순번을 기다리는것 까지는 좋은데 마음은 좌불안석입니다.

오후 1시쯤 부터 집에서 손님이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당진에 올 일이 있어 멀리 익산에서 오신 과수박사님이 방문하시기로 약속된 날인데. 예정에도 없던 바슴 품앗이로 귀한 손님을 주인도 없는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시게 만들고 있으니 마음이 편칠 않습니다.

 

어느새 해뜨는 서산이 해지는 서산의 시간으로 바뀌어 갑니다.

붉게 물든 노을이 아름답지만 마음은 여전히 손님 생각에 조바심이 나 똥마린 강아지 처럼 좌불안석 왔다리 갔다리 하며 4시간 넘게 기다리다 수매가 끝났습니다.

 

옆집 아저씨는 미안해서 푸짐히 저녁상을 준비해 놨습니다만 선약된 저녁 약속이 있어 과수박사님을 모시고 궁리로 향했습니다.

너무나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무조건 저녁은 제가 쏘겠다며 요즘 제일 좋은 회가 무어냐 물었더니 농어라고 하더군요.

매운탕이나 먹자는 과수박사님 말씀을 무시하고 농어 12만원짜리를 주문했습니다.

 

홍성에서 배 과원을 하시는 전종훈 사장님까지 모셔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스끼다시가 엄청나게 나옵니다.

앞스끼, 뒷스끼가 끝도 없이 나옵니다.

 

 

그래도 장정 넷이 모이니 매운탕까지 깨끗이 비웠습니다. ㅋㅋ

 

배가 좀 두둑 할 무렵 슬며시 담배 한대 피고 오겠다며 일어나 카운터로 향하는데, 어느 틈에 계산이 끝났다네요.... 헐

식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화장실 좀 다녀 오겠노라던 과수박사님이 어느새 계산을 하셨네요....

익산에 가면 손님 대접한다며 대접해 주시고, 서산에 와서까지 계산을 하시면 저는 뭐가 됩니까!!!!

긴 시간 기다리시게 한것도 미안해 쥐구멍을 찾고 싶을 판인데....

 

꿀맛 같은 들밥에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저녁 만찬까지.....

오늘 고생을 하는 것은 제 트럭 뿐만이 아닌것 같습니다.

제 배도 그 엄청난 양을 소화시키느라 고생 쫌 할것 같습니다. ㅎㅎ

 

이제 농부의 힘든 일에도 몸은 적응해 나가나 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봄, 여름, 가을에는 일이 힘들어 씩스팩이 보일랑 말랑 하던 배가 이제 완전 딴판입니다.

배꼽이 쏙~ 들어가고, 맹꽁이 배 처럼 뽈록 나와 좀처럼 들어 갈 생각을 하지 않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