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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농부 아내의 꽃구경은.....

by 달콩이네 농장 2014. 4. 13.

지난 주말부터 카카오스토리에 올라 오는 글들마다 벗꽃 구경을 다녀왔다는 내용들이 홍수를 이룬다...

귀농 전 인천에서 살 때는 우리 가족도 이맘쯤이면 인천대공원이나 여의도로 벗꽃 구경을 가곤 했는데.....

 

어제는 아내가 뜬금없이 개심사가 어디 있는거냐며 옆집 나리 할아버지께 여쭙는다.

아내의 카스토리에도 개심사의 벗꽃이 자주 등장하나보다.. 

 

눈치도 없는 달콩이.....

주책없이 우리 농장에서 10분도 안되는 가까운 곳이라며 나리 할아버지의 대답을 가로챘다.

내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아내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아직 개심사로 벗꽃 구경 한번 못가보고, 가까운 해미천 벗꽃 축제도 못 가본다는 신세 한탄이 늘어진다.

귀농 후 한번도 벗꽃 구경을 가 본 기억이 없으니 아내의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대부분 벼농사를 많이 하는 우리 마을은 해마다 이른 봄이면 관광차를 대절해 관광을 가곤 한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칠순 전후의 어르신들이라 마을관광이라고는 하지만 노인회에서 주관해서 관광을 하는 경로 관광이니 젊은 우리가 낄 자리도 아니다.

그리고 벼농사는 4월 중순이나 되어야 슬슬 농사준비를 하고, 5월말부터 본격적인 모내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한창 벗꽃이 피는 요즘은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밭농사를 하는 우리는 2월 중순부터 흙먼지 뒤집어 쓰며 본격적인 농사 시즌에 들어간다.

더군다나 이번엔 우사까지 뜯어내고 육묘장만들기 작업까지 벌려놨으니 더더욱 시간이 없다.

아직도 옥수수 심을 밭 만들어야 하고, 조만간 참깨 묘도 부어야 하고, 감자밭 비닐도 씌워야 하고....  할 일이 지천인데 언감생심 꽃구경은 감히 엄두도 못낸다.

 

"꽃구경은 무슨.....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지천이 꽃인데 멀리갈거 뭐 있어 농장 주변에서 꽃구경 하면 되지..... 할 일이 태산인데...  올챙이 방귀 뀌는 소리 하덜 말고 나가서 일이나 하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왔지만 꾹꾹 눌렀다.

 

대신 조용히 아내 손을 잡고...

"난 매일 꽃구경 하는데.....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 '당신'을 늘 가까이서 보고 있는데!   나가자!~~  내가 벗꽃보다 예쁜 꽃 보여줄께~!"라며  

정원으로 아내를 데리고 나갔다.

 

봐라!~~~~  얼마나 예쁜 꽃이 많은지..... 

"너무나 가까이 있다고 대충 봐서 그렇지 자세히 들여다 봐봐.... 선홍빛 예쁜 꽃잎 속에 노란 꽃술...  살짝 손만 대도 금방이라도 꽃잎을 열것 같은 꽃몽오리들...  예쁘지?"

 

"세상의 어떤 노란색보다도 예쁜 개나리 색.... 활짝 핀 개나리가 우리한테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것 같지 않아?"

 

"자세히 봐....  살구꽃이 이렇게 예쁘다는걸 몰랐을걸??"

 

"가느다란 줄기가 빳빳이 서서 어깨동무하고 올라 갈 친구를 찾고 있는거 같지?  우리 이 더덕 캐서 먹을까? 이제 제법 굵었을 텐데.."

 

'먹지도 못하는 벗꽃보다 나중에 당신 입술 처럼 예쁜 맛있는 과일로 다시 꽃보다 예쁘게 변신할 앵두! 예쁘지 않니?"

 

 

 

"그까짓 벗꽃.... 어딜 감히 도화에 비교를 해?  어떤 예술가가 물감으로 이런 색을 만들 수 있겠냐?"

 

 

"당신이 좋아하는 이화!!  더 열까 말까 망설이는 꽃잎 속에 담긴 수술의 색깔이 환상적 아니니?  "   

 

 

 

"코 이리 대봐봐~!  향기 끝내주지? 벗꽃은 향기도 없어~~~!!  양봉업자들은 왜 자두꿀은 못만들까??  난 아카시아 꿀보다 자두꿀이 더 맛있을거 같은데..."

 

'글구...  어제 귀농협회 해진 형님이 해미천 벗꽃 구경 갔다 왔는데, 나보고 거기 가지 말라 하시더라....  

해미천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간이 화장실이 하나도 안보인데...

그래서 해진 형님도 쉬하려고 후미진 곳을 찾아 갔는데 온통 똥꽃밭 이라더라....

여기 저기 싸 놓은 똥꽃 향기 맡고 싶으면 가라더라... 

충청도 사람들 많이 하는 말로 해미천 벗꽃구경 그거이 별거 아녀....  똥꽃 향기하고, 자두꽃의 이 향기하고 어딜 비교해~~!" 

 

 

 

"개심사 겹사구라가 예쁘다지만 이만은 못할껄~~??  이 매화 보니까 다시 태어나면 벌로 태어나고 싶지 않니? 우리 다음엔 나비로 태어날까?"

 

"3월말 부터 하나가 지면 다른 하나가 피어나고, 다시 또 다른 하나가 피어서 일주일 넘게 이렇게 예쁜 매화가 늘 너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잖어~~!"

 

"이 녀석 하나 따면 봄 향기가 입안 가득해....  김홍도의 붓 같지 않니?  꽃만 보면 재미없어...  두릅에선 생명의 용솟음을 보는것 같잖어~~! 그치?"

 

"이거 봐라~!  여기가 얼마나 멋지면 새들도 여기다가 별장을 졌게냐?  나는 벗나무에다 진 새집은 한번도 못봤다..."

 

 

"올망졸망 활짝 핀 꽃잔디가 합창단 같지 않니? "

 

 

"하나 따서 머리에 꽂아줄께....  아니다 저 꽃 가운데 가서 누워봐봐...  사진 찍어 줄께..  제주도 유채꽃밭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뻥 쳐도 될거야..  이리 가까이 얼굴 좀 들이대봐봐... "

 

 

"토종 민들레다~~!  요즘 들에 핀건 거의 다 외래종 서양 민들렌데 우리집엔 토종 민들레도 있잖어~~!  서양 민들레보다 수더분하니 예쁘지?  당신 토종 민들레랑 외래종 민들레랑 구별법 알어?  내가 보여줄께~~!!"

 

"봐봐!!  왼쪽에 있는 외래종 민들레는 꽃받침이 아래로 늘어져 있고, 우리 토종 민들레는 꽃받침이 이렇게 위로 꽃을 받치고 있는겨...

외래종과 토종 꽃받침으로 확실히 구별되지? 우리것이 좋은 것이여~~~! 이 왜래종 민들레는 어차피 꽃을 꺽은 김에 머리에 꽂자~ 이리와봐봐~~! 꽂아 줄께~!"   

 

영화 동막골에서 머리에 꽃 꽂은건 미친년이라는 대사를 들었는지 아내는 머리에 꽃을 꽂아주려해도 한사코 거부하며 도망간다.

"하기사....  머리에 꽃 꽂아봐야 그 민들레 별볼일 없어져... 민들레보다 훨씬 화사한 꽃 '알콩이' 옆에 있어봐야 민들레는 초라할 뿐이지~!"

 

"자기야...  우리 꽃구경 했으니 이제 맛있는거 먹어야지?  오늘 메뉴는 뭐로할까??  내가 봄 음식 잘 하는 식당 아는데...  가자~!!" 

"자~~!! 달콩이네 가든!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직접 잡은 싱싱한 삼겹살에 봄 향기 물씬 풍기는 밑반찬 입니다 사모님~!!"

"저희 가든의 채소는 저희 달콩이네 가든 주변에서 약 한번 치지 않고 제 멋대로 자란 놈들을 뜯어다 만든 건강 채소입니다~  건강식이다보니 음식 값은 좀 비쌉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너무 이뻐 오늘은 특별히 맛 없으면 돈 안받고, 맛있으면 뽀뽀나 한번 해 주시면 됩니다~!"

 

 

 

 

 

 

 

 

달콩이는 오늘 음식 값으로 알콩이의 뽀뽀를 받았다. ^^*

 

이구.....  농사꾼은 힘들다.

어느 작물보다 애정으로 돌보고 가꿔야 하는 아내라는 또 다른 작물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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