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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콩 재배

강원도 횡성 잡곡 단지 견학

by 달콩이네 농장 2013. 10. 10.

평소 전화 통화로만 잡곡 재배 정보를 교환하며 친분을 쌓았던 강원도 횡성의 윤충훈 사장님 농장을 방문했다.

윤충훈 사장님의 농장은 안흥찐빵으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송한리다.

 

찐빵의 고장답게 면사무소에도 "찐빵의 도시 안흥면 입니다" 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찐빵을 형상화한 캐릭터 조형물도 여러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

 

 

오전 9시에 서산에서 일행 두분을 모시고 출발해 12시 반쯤되어서야 도착을 하니 배꼽시계가 울리며 출출해지기 시작하지만 배를 채우는것 보다 콩의 작황이 더 궁금해 윤충훈 사장님을 만나자마자 먼저 면소재지 근처에 있다는 콩밭부터 둘러 봤다.

 

면소재지 근처의 콩밭에는 우람콩, 연풍콩, 귀족 서리태 종자용 채종포가 있었다.

연풍콩은 이미 콩을 베어 단을 묶어 놓았고, 우람콩은 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며 숙기가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람콩의 작황 상태)

 

이곳 횡성의 콩밭들도 검정 비닐을 멀칭하고 재배를 하는 밭들이 많았다.

연풍콩밭, 우람콩밭, 귀족서리태밭 모두 검정비닐을 멀칭하고 재배를 하고 있었다.

메주콩임에도 불구하고 재식 간격도 상당히 넓게 심은편이다.

포기당 파종 알 수는 대부분 2포기였으며 모두 손으로 일일이 직파를 했다고 한다.

 

여러 품종의 메주콩을 재배하고 계시는 윤충훈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현재까지는 메주콩중 우람콩이 제일 맘에 드신다고 하셨다.

이곳은 채종포기때문에 콩 콤바인으로 수확을 하지 않을 것이지만 차후 콤바인 수확을 하기에는 역시 우람콩이 첫 꼬투리 생성 위치가 가장 높아 기계화 재배에 가장 적합할것 같다고 하셨다.

 

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많은 블친님들이 꼭 참고 하실 사항이 있다.

단순히 어느 품종이 더 좋다라는 말은 항상 조심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기온이 틀리고 토양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특정 품종의 콩이 무조건 좋다라기 보다는 우리 지역에 맞는 콩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토양의 비옥도가 높은 지역은 수세가 왕성해 한번 이상의 순치기를 해야 하는 우람콩보다는 상대적으로 키가 작아 순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연풍콩이 다수확에 더 유리하다.

하지만 비옥도는 높더라도 산간부에 비해 물빠짐이 원활치 않다면 품종 특성상 습해에 약한 연풍콩보다는 습해에 강한 우람콩이 유리하다.

또한 재배 면적이 넓어 콤바인 수확을 해야 하는 대단지라면 첫 꼬투리 생성 위치가 높은 우람콩이 손실률이 적어 유리하다.

 

또한 타 작물의 뒷그루(후작)용 인가 단작용인가 앞그루(전작)용 인가에 따라서도 품종의 선택을 달리 해야 할 것이다.

    

                                                                       (귀족서리태의 작황 상태)

 

귀족 서리태는 콩깍지까지 거므스름하다.

한가지 새롭게 배운 것은 귀족 서리태에서만도 여러 품종이 있다고 한다.

즉, 탈립이 되는 귀족서리태도 있는가하면 숙기의 차이가 다양해 남도용 중부지방용 그리고 산간부용 귀족 서리태가 있다고 하셨다. 

같은 귀족 서리태에서만도 이렇게 특성이 다양하하게 분류된다는 것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채종용 우람콩, 연풍콩, 귀족서리태 밭만 먼저 둘러 보고 인근 갈비집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갈비의 맛은 여느 지역과 특별히 다를것 없이 비슷했지만 밥 먹을때 나오는 된장찌개는 서리태로 만든 메주로 만든 된장이라 색깔은 검으스름 했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식당 앞에서 바라 본 콩밭 모습이다.

아래쪽은 고랭지 배추를 심었고, 위쪽은 대풍콩을 심었다.

노란 황금물결을 이룬 콩밭의 모습이 아름답다.

 

식사를 마치고 윤충훈 사장님의 농장으로 향했다.

"이런데서도 사람이 사는구나~~라며 놀랠거야!"라고 말씀하시더니 굽이굽이 가파른 산길을 돌고 돌아 농장으로 향했다.

마치 옛날의 대관령 고갯길을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하늘아래 첫 콩 재배 마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고갯길을 넘어가니 가파른 경사가 있는 밭들이 보인다.

 

5월 중순까지 얼음이 녹지 않고, 10월 중순이면 서리가 내리는 지역이라고 하는 말씀에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아라리 팥을 재배했던 밭이고, 그 앞쪽에는 기장이 심어져 있었고, 사진의 오른쪽 보이지 않는 곳은 콩을 베어 놓았고,

멀리 골짜기 건너편 밭에는 충주팥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

  

아라리 팥을 베어 중간중간 모아 놓고 탈곡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콩 콤바인 출고 당시 콩 탈곡이 가능하도록 설치되어 있던 킷트를 먼저 수확하는 수수와 기장 탈곡용 킷트로 갈아끼워 놓아서 수수와 기장 수확을 마치고 콩/팥 탈곡용 킷트로 갈아 끼워 탈곡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경사도가 있는 밭을 어떻게 로타리를 쳤을까????

그것도 종 방향이 아닌 횡 방향으로......

에고...........  이런 환경에서도 엄청난 양의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농사짓고 있는 서산은 정말 경작 조건이 엄청 좋다는 생각이 든다.

 

북동쪽 방향의 잡곡 밭을 구경하고 나서 바로 오매불망 꿈꾸는 콩 콤바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난번 김제에서 보았던 콩 콤바인과 같은 모델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얀마 콩 전용 콤바인으로 알고 있었는데, 윤충훈 사장님은 크라스 콤바인을 구입하셨다고 해서 잠시 헷갈렸었다.

이 콤바인의 기본 킷트는 콩/팥 탈곡용 킷트인데 킷트만 갈아 끼우면 수수/기장 등의 잡곡 재배가 가능한 크라스 콤바인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윤충훈 사장님의 경우 수수/기장 등의 잡곡 탈곡용 킷트를 추가 구입해 킷트를 교체하신 것이라고 한다.

킷트의 가격만 별도로 4백 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헐~~~

 

수수/ 기장용 킷트는 탈곡망도 콩 탈곡망과는 확실히 달랐다.

올해 새로 구입한 것인데 수수 탈곡이 한창인 중이라 중간중간 수수 이삭의 붉은 가루가 마치 녹이슨 것 처럼 보인다. ^^*

 

콩 콤바인만해도 부러웠는데 이번에는 콩 선별기를 보고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기종은 우리 서산 농업기술센타에도 단 하나뿐인 기종의 콩 선별기다.

기계가 커서 임대 기종은 아니고 탈곡한 콩을 농민이 자루에 담아 가져오면 기술센타에서 한자루당 5천원씩 받고 선별해주는 기종이다.

서산시에서도 단 하나뿐인 기종의 선별기가 리 단위의 마을에 준비되어 있다니......

 

그런데 실상 더 놀란것은 이것 하나 때문이 아니다. 

서산에서는 보지도 못한 얀마 콩 선별기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형 발산 콩 선별기와 얀마 선별기 두대가 작으마한 마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으마한 정선기는 당연히 여러개가 보이고, 5백만원쯤 되는 트렉터 부착형 영신 탈곡기는 어지간히 콩 농사 좀 짖는 농가는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두개의 드럼형 탈곡망으로 이중 탈곡을 해서 콩깍지와 함께 배출되는 콩이 거의 없을 정도라 손실률이 거의 없는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콩 탈곡 관련 농기계들을 구경하며 부러움을 가득 담은채로 수수밭으로 향했다. 

정확한 품종명을 몰라 임의로 단간수수라고 명명했다.

안흥에 거의 다달았을 때 무릎 높이에 양파망을 씌워 놓은 것이 멀치감치 보여 그것이 무엇일까? 혹시나 수수일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수수가 맞았던거 같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삭 높이가 내 배꼽 높이만큼 밖에 안된다.

  

현재 이 밭은 수수는 이삭 부분만 모두 잘라 수확한 것이라고 한다.

남은 이삭은 덜 영글었거나 쭉정이들 뿐이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키가 작은 수수는 처음 본다.

아쉬운 것은 이삭이 조금만 더 충실했으면 좋았으련만 전반적으로 할미찰수수만큼 충실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본 수수중 키와 이삭 두가지를 모두 놓고 보았을 때 할미찰수수 만큼 좋은것은 보지 못했다.

과수박사님께서 이 종자를 심은것 중 이형주로 나온 몇개 안되는 단간 이형주가 기대가 되지만 그 결과는 천상 일년을 더 지켜봐야 대충 윤곽이 나타날것 같다.

 

아무리 보아도 신기한것은 어쩜 이리도 키가 작은 수수가 있냐는 것이다.

키가 작은것 뿐만이 아니라 수수대도 엄청나게 굵어 태풍아냐 싸이클론이 와도 끄떡 없을것 같다.

 

수수밭을 지나 둘러 본 곳은 충추팥 밭이었다. 

역시나 충주팥도 모두 베어 탈곡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밭 중간중간에 트레이를 여러겹으로 세워서 삼각형 모양으로 묶어 세운 것이 보여 팥을 포트 육묘 재배한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겨 여쭤봤더니....   

바로 고라니 퇴치용이라고 한다.

의외로 이게 고라니 퇴치에 효과가 그만이라고 한다. ㅋㅋ

 

이곳은 산악지역이라 고라니며 멧돼지가 엄청나다고 한다.

겨울에는 엽총 하나 들고 놀러 오면 멧돼지 고기 실컷 먹게 해주겠으니 꼭 놀러오라신다. ㅎㅎ

충주팥이다.

충주팥은 거름이 많을 경우 넝쿨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이어 이백찰 기장밭도 둘러 본 후 윤충훈 사장님 댁을 방문했다. 

하루방과 수레바퀴로 장식된 정원엔 탈곡한 수수를 펼쳐 말리고 있었다.

 

집 앞에는 100마력이 넘는 트렉터 두대가 늠름하게 서 있다.

 

푸른 잔듸밭은 붉은 수수로 덮여 풍성한 가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집 옆에도 콩밭과 기장밭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동서남북 사방팔방 고개 넘어 골짜기까지 모두 콩밭이고 팥밭이며 수수와 기장 밭이다.

 

잠깐 집에 들어가 자연산 오미자로 만든 차를 한잔 마시고 집 앞에 있는 잡곡 채종포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의 4가지는 모두 팥 품종이다.

윤충훈 사장님은 신품종인 아라리가 넝쿨이 지지 않아 좋다고 하셨다.

팥은 대부분 8월에 심어도 작황이 좋지만 그중 특히 홍언은 숙기가 빠르고 탄저에 강한 특성이 있으니 뒷그루 작물로 아주 좋다고 하셨다.

팥에도 여러 품종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충주팥, 아라리팥, 홍원팥, 오륜팥.... 그리고 밀양 팥까지...

내년에는 옥수수 후작으로 팥을 심어 볼 생각이다.

 

팥은 늦게 심어도 잘되고, 파종 후 땅이 뻘겋게 보일만큼 대충 심어도 흙 냄새만 맡으면 발아가 되서 재배가 쉽다고 한다.

 

  

 

 

 

내가 관심이 많았던 품종은 남풍과 참올콩이었는데 청하콩과 청산콩 까지 채종을 하고 계셨다.

기대했던 남풍콩과 참올콩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청산콩은 콩알의 색깔도 좋고 맘에 들었다.

윤충훈 사장님도 제일 만족하고 있는 품종은 우람콩이라고 하셨다.

작년에 내가 우람을 추천해 드렸던 것이 다행이다.

 

 

할미찰수수와 아라리, 충주팥, 청산콩, 참올콩 등등 모든 품종의 콩과 팥을 까서 콩알을 확인해 봤다.

 

한참을 구경하고나니 어느새 시간이 오후 4시가 가까워 간다.

갈 길이 멀다보니 다음에 다시 한번 방문하기로 약속을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방문객 모두에게 안흥지역 특산물인 안흥찐빵을 선물해 주셨다.

 

내겐 특별히 잡곡 재배에 많은 도움이 되는 책까지 선물을 해 주셨다.

 

왕복 8시간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며 먼 길을 다녀왔지만 그 시간들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유익한 시간들 이었다.

 

전화 목소리만 주고 받았을 뿐 얼굴 한번 본적 없던 생면부지인 내게 이렇게 잘 해 주시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내가 바로 농사꾼이며 귀농인이기 때문이란다.

 

내가 농군이 되어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런것들인것 같다.

그저 농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친동생 처럼 대해 주시는 많은 분들.....

그분들께 감사드리며, 나 또한 그분들 처럼 후배농군을 사랑하고 베풀 수 있는 농군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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