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간 연속 감자밭에서 뒹굴다보니 감자의 '감'자만 들어도 경기가 일어날것 같다.
감자 수확을 위한 땅속작물 수확기 임대일도 정해져 있고, 장마는 닥쳐 온다고 하니 맘은 바쁘기만 한데 도무지 일손을 구할 수가 없다.
내가 바쁘면 남들 또한 바쁜 것이 농촌이다.
육쪽마늘 수확철과 겹치고 또 장마를 앞둬 감자 수확을 너나 나나 할것 없이 서두르다보니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작업 인부를 구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마을 어르신들께 도움을 부탁드렸으나 그나마도 일을 거들어 주실 수 있는 분은 옆집 나리네 아저씨와 아줌마를 포함해 총 4명 뿐.... 그나마도 웅이네 할아버지와 영수 할아버지는 평소부터 구석구석 몸이 쑤신다는 것을 어렵게 부탁을 드렸던 것이다.
다행히 구 이장님이셨던 유석이 할아버지께서 우리가 감자 캔다는 소식을 듣고 도와주러 오셔서 큰 도움이 됐다.
그래도 다섯명으로는 어림 텍도 없어 하는 수 없이 인천으로 전화해 후배들에게 S.O.S.를 보냈더니 5명이 내려 왔다.
몇일 전 한심한 감자밭 예초기 작업을 도와주셨던 사무실 과장님까지 합세를 해서 나와 아내를 포함해 총 13명이 덤벼 들었으나 하루만에 넓은 감자밭의 감자순을 예초기로 날리고, 비닐 걷어내고, 감자를 주워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초 계획으로는 인부 10명을 동원하고 마을 어르신들 너댓분이 합세를 해서 하루에 어느정도 작업을 마치고 이튿날 남은 감자는 후배들을 동원해 마무리 할 생각이었으나 인부 동원에서 펑크가 나면서 일이 꼬여가기 시작했다.
인천에서 내려온 후배들도 대부분 자영업을 하고 있어 토요일 하루만 일을 하고 올라가야 했다.
6월 28일로 예약 된 땅속작물 수확기를 임대해 와 트렉터에 장착하고 본격적인 감자 수확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몇일동안 한심한 감자밭의 풀을 베고 나니 이제야 조금 감자밭 같아졌다.
풀이 내 키보다 높았던 밭에서 과연 감자가 나오려나 모르겠다...
태풍 같던 봄바람에 비닐이 날라가 풀 관리가 되지 못해 엉망이었던 한심한 감자밭....
13명이 하루에 감자를 다 캐기에는 작업 인원이 부족하니 한심한 감자밭은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캐기로 하고, 중간밭의 감자 수확부터 하기로 했다.
드디어 중간밭의 감자 순을 쳐 내고 비닐을 걷어내며 감자 수확이 시작 됐다.
중간밭도 헛골엔 풀이 제법 많았으나 다행히 비닐을 날라가지 않아 한심한 감자밭 같지는 않았다.
올해의 감자 수확량은 이 밭에 달려 있다...
두명은 예초기로 감자순을 베어내고, 너댓명이 비닐 수거하는 일에 달라 붙었다.
평소 주인 몫이었던 트렉터 운전은 작년부터 다리가 아파 병원을 다니시는 나리할아버지께 넘기고 나는 좀 더 힘든 일을 해야 했다.
걱정했던것 보다는 감자가 잘 들었다.
알도 제법 굵고 수량도 제법 나온다. ^^*
그런데 아무래도 트렉터 운전을 하시는 나리 할아버지가 땅속작물 수확기를 너무 얕게 대시는것 같다.
특히 출발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는 깨진 감자가 많았다.
감자를 자루에 담는 분들마다 하시는 말씀이 큰것은 거의 깨진다는 말씀을 하시니 속이 상한다.
트렉터 운전을 내가 맡았어야 했는데......
수확기를 깊이 넣으면 트렉터가 잘 치고나가지 못하니 얕게 대시는것 같다.-_- ;;;;
그렇다고 도와주시는 분께 뭐라 그럴수도 없고....
또 트렉터 운전은 나보다 몇십배나 많이 하셨으니 내 요구사항을 전달하다 자칫 애송이가 고수한테 주제 넘는 참견을 한다 오해를 살 수도 있고..... 에공 어렵다 어려워.....
연로하신 마을 어르신들이 한낮 땡볕 더위에 일을 하려니 힘이 많이 드신지 눈에 보이는 것만 주워 담으셨다.
감자를 다 주운 곳에 흙이 쌓여 있는 곳을 발로 툭툭 차면 어른 주먹만한 감자가 툭툭 튀어 나온당.... @@
모두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사이에 트렉터에 앉았다.
트렉터가 한번 캐고 지나간 자리에 땅속작물수확기를 더 깊이 넣고 한번 더 훓으니 숨어있던 감자들이 적잖이 나온다.
에고......... 속 상한당....
너무나 덥다보니 모두 빨리 끝내고픈 마음들 뿐.... 다들 내 맘 같지가 않은것 같다.
어렵다 어려워......
점심을 먹고 또다시 땡볓 더위와 싸우며 감자를 캤다.
얼마나 물을 많이들 마셨는지 업소용 수준인 우리집 대형 정수기의 물이 앵꼬가 났다.
술렁술렁 캐기는 했어도 자루에 담긴 감자가 제법 된다.
하지만 한심한 감자밭은 채 반도 캐지 못하고 하루가 저물었다.
한심한 감자밭에서도 중간밭 만큼은 아니어도 감자가 제법 들어 있었는데 인력이 부족해 그냥 남겨 놓아야 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마을 입구 밭의 감자를 캐야 하는데 이번엔 그나마 아우들마저 올라가고 웅이 할아버지와 영수 할아버지도 몸이 아프셔서 오시지 못해 인원이 어제의 반도 못된다.
에고야..... 이 밭도 풀이 장난이 아니다.
겨우 다섯명이 언제 풀과 감자순을 다 베고 비닐 걷고 감자 캐고 주워 담는담......@@
이번엔 사무실 직원인 조대리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수확한 감자를 5톤 트럭에 상차까지 하려면 나 혼자로는 도저히 역부족일 것 같아 조대리를 불렀더니 다행히 흔쾌히 도와주겠노라며 왔다.
내가 그래도 평소 인간 관계를 나쁘게 하진 않은것 같다. ㅋㅋㅋ
여섯명이 부지런히 했더니 오후 3시쯤에 마을 입구밭 감자 수확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들 땡칠이가 되어 남은 한심한 감자밭의 감자 수확을 하자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남은 한심한 감자밭의 수확은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것 같다.
어차피 이번에 캐지 못하면 장마비로 인해 감자는 모두 썩게 되기 때문에 아쉽지만 남은 밭의 감자는 그대로 갈아 엎고 콩 심을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했다.
조대리와 밭에 널린 비닐을 모두 수거하고 밭 정리를 하고나니 오후 7시가 다 되었다.
감자를 실을 화물차 기사에게 연락을 해 보니 차는 월요일에나 댈 수 있다고 한당.... 헐
장마가 온다고 하니 너나 할것 없이 모두 주말에 감자를 캐 예정보다 늦어 진다는 것이다.
에고야..... 그럼 그 많은 감자 상차를 전부 나 혼자 해야 한당... 켁!
계획에는 일요일까지 감자 수확을 마무리하고 월요일에 밭을 갈아 콩 심는것 까지 마칠 계획이었는데 모든게 엉망진창이다.
땅속작물 수확기도 반납해야하고, 트렉터에 로타리를 달아 밭도 갈아야 하는데 그 많은 감자를 나 혼자 상차해야 한다니.....
월요일 하루는 정말 끔찍한 악몽 같은 하루 였다.
오전에 땅속작물 수확기를 떼어 기술센타에 반납하고, 트렉터에 로타리를 장착하고 나니 화물차가 도착해 저녁 6시 가까이 되어서야 상차를 마쳤다.
약7.5톤의 감자를 상차하느라 죽는줄 알았다.
너무나 바쁘고 너무나 힘들어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못했고, 핸펀을 꺼낼 기운도 없어 상차 모습은 사진에 담지도 못했다.
정말 더이상 감자의 '감'자만 들어도 짜증이 밀려올 정도였다.
히지만 그래도 오기가 생긴다. 그리고 미련도 많이 남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확량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번도 감자 농사를 져서 재미를 보지 못해서인지 죽도록 힘든것보다 더 큰 오기가 발동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를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너무나 무리해서 재배량을 한번에 많이 늘린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대량 재배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느끼기도 했고....
후작이 밀려 캐보지도 못한 한심한 감자밭이 계속 미련으로 남는다.
이모작을 위한 봄 재배에서 감자만큼 시기가 적절한 작목이 많지 않으니 이대로 감자 농사를 포기할 순 없다.
내년에는 딱 올해의 절반만큼만 감자를 심을 생각이다.
내가 소화할 수 있는 만큼만 재배해 실속있게 농사를 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목 수를 줄이면 일이 쉬울줄만 알았는데 그만큼 많은 인력 동원도 필요함을 깨달았다.
파종부터 순탄치 않았던 올해의 감자 농사.....
그동안 귀농해 농사를 지며 처음으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생기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에게서 배울것이 많다고 알고들 있다.
하지만 나는 농사를 지며 깨달았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올해의 힘들었던 기억을 나는 고스란히 간직할 것이다.
이것이 내년 감자 농사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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