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잦은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불현듯 유난히 집중호우가 많이 내렸던 재작년(2011년)의 여름이 생각난다.
그해 이맘쯤에도 봄비치고는 꽤나 많은 비가 내렸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기도 한참 전인 그 봄비로 인해 농장은 물빠짐이 수월치 않았던 여러곳이 물에 잠겼었다.
덕분에 나는 그 비로 인해 농장의 모든 배수로를 정비했었고, 그 해 여름 잦은 집중호우로 정말 엄청난 비가 내렸을 때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그때의 그 봄비가 아니었다면 나는 배수로 정비를 소홀히 했을 것이기에 그때의 봄비는 그해 1월에 작고하신 아버지가 여름의 집중호우를 대비하라는 새내기 얼뜨기 농군인 아들에게 보내는 메세지라는 느낌을 나중에 받았었다.
이번에 내린 비가 내맘엔 꼭 그때의 비와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이번 비도 봄비 치고는 꽤나 많은 양이 내렸다.
더군다나 월요일 밤에는 강풍까지 동반해 아직 키가 크지도 않은 옥수수들이 비스듬히 기울었고, 집 뒤의 자두나무는 쓰러져 누워 있었다.
몇일전 파종한 메주콩밭은 배수가 원활치 않아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기도 했다.
배수로 가운데에 전봇대가 있어 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이정도 비에 이렇게 물이 고인다면 여름 장마때는 밭 중간까지 침수가 될것이 불보듯 뻔하다.
배수로가 정비가 되어있지 않다보니 군데군데의 헛골에도 물이 흥건하다.
배수로에는 도랑이 전혀 없다.
우비를 입고 나가 또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우선은 아쉬운데로 물길만 내고, 나중에 물이 다 빠지면 배수로를 더 크게 만들어야겠다.
물이 흥건하던 전봇대 앞도 전봇대를 우회하는 배수로를 만들었다.
땀에 젖었는지 비에 젖었는지 온몸이 흥건하다.
그래도 물고를 내고나니 마음은 상쾌하다.
시뮬레이션을 하느라 하루 먼저 파종했던 두둑에는 메주콩이 발아해 머리를 내밀었다. ^^*
마을 입구 밭 배수로를 대략 정비하고 집 앞 옥수수 밭을 둘러보니 옥수수밭도 헛골에 물이 흥건하다.
바람에 옥수수들도 비스듬히 기울어 있다.
이 밭은 배수로를 정비하려면 푹푹 빠지는 밭을 가로질러 가야만 해서 배수로 정비는 나중으로 미루고 어디어디를 정비해야 할지만 꼼곰히 살폈다.
3차, 4차로 파종한 옥수수밭도 상황은 마찬가지......
에효............. 비 그치면 배수로도 정비해야하고 제초작업도 해야하고....
농촌의 일이란게 끝이 없는것 같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곳은 특히 습해에 약한 특성이 있는 참깨밭이다.
다행히 참깨밭은 밭 선정시부터 배수가 원활한 곳을 선정해 파종을 해서 물빠짐이 수월했다.
구멍마다 참깨가 발아해 비닐 밖으로 파란 새싹을 내밀기 시작했다.
참깨가 엇그제보다 많이 자랐다.
밭을 대충 둘러보고 집 주변을 살펴보니 집 뒤의 자두나무가 벌러덩~~~ 누워 계신다.
헐............
이 녀석 뻑하면 눕는다.
초강력 태풍 곤파스때 처음으로 눕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턴 조금만 바람이 쎄도 벌러덩~
올해 봄에도 쓰러졌던걸 아내가 일으켜 세우고 고정했다고 해서 믿거니 했는데 아내의 마무리가 엉성했는지 또다시 볼상 사납게 누워 있다.
어지간하면 그냥 베어버리고 자두나무 두세 그루를 새로 심을까 했더니 아내가 펄쩍 뛴다.
이 나무에서 열리는 자두는 엄청 맛있어서 과일을 별로 즐기지 않는 아내가 유일하게 잘 먹는 과일나무니 절대 베어서는 안된단다.
올해 다닥다닥 달린 자두를 보며 벌써부터 침을 꼴딱꼴딱 삼키고 있었다고 한다. ㅋㅋ
하는 수 없이 나무를 세워 다시는 넘어지지 않도록 지주대를 세워 튼튼히 고정해 줬다.
녀석이 쓰러지며 덥친 매실 유목이 살짝 기울긴 했으나 다행히 무사하다.
매실 유목도 바로 세운 후 흙을 좀 더 북돋워 줬다.
3년차에 들어서는 녀석인데 매실이 제법 달려 있다. ^^
다행히 그밖의 다른 큰 피해는 없었으나 이번 비로 인해 배수에 문제가 있는 곳은 올해 여름의 잦은 집중호우와 돌풍에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의미 있는 봄비 였던것 같다.
나는 종종 내가 처음 농사에 입문하며 했었던 생각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중 하나가
"위기는 곧 기회다!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기상 변화에 철저히 대비해 위기를 극복하는 자 만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 였다.
위기를 극복할 가장 기본적인 준비중 하나는 바로 '배수로 정비와 가뭄 대비 관수시설 완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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