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즈음.... 감자를 제법 많이 재배하는 마을 어르신과 길에서 마주쳤을 때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달콩이 : '아저씨! 요즘 감자 심을 준비하시느라 바쁘시죠?'
아저씨 : "말도 마!~~ 어제 똥도 아직 못누고 있어~~!!"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ㅋㅋㅋ
얼마나 바쁘기에 어제 눠야 할 똥도 못누고 있을만큼 바쁘실까??? ㅎㅎ
헌데 요즘 내가 그짝이었다.
수북히 쌓아 놓은 씨감자를 자르느라 요 몇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60자루나 되는 씨감자를 잘라 산광최아를 시켜 놓아야하기 때문이다.
혼자 20kg짜리 한자루를 씨감자 자르기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체크해 보니 대략 70분 정도 걸린다.
60자루를 혼자 자르려면 3일을 꼬박 한숨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잘라야 다 자를까 말까할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도 감자자루를 2개씩 가져가 근무날에도 자르며 유난을 떨었다..ㅋㅋ
옆집 나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오셔도 몇일 동안 씨감자 자르는 일을 도와주셨다.
나리 할아버지는 다리를 다쳐 불편하신 몸으로 몇일을 쉼없이 도와주셨다.
나리할머니는 잠만 집에서 주무시고 거의 모든 시간을 우리 집에서 씨감자 자르는데 적극 도와주셨다.
어머니도 모셔와 도움을 요청하려 했는데 어머니는 요즘 녹내장으로 대학병원을 다니시는 중이라 어머니께는 알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잘라도 잘라도 줄어들지 않던 감자 자루가 반 정도를 자르고 나니 눈에 띄게 쑥숙 줄어든다.
그사이 숙련도가 높아져서일까???
힘들게 절반 정도를 자르고 나서도 남은 감자자루를 보면 언제나 다 자르려나 하고 한숨이 나왔는데 절반을 꺽고 나서부터는 감자자루가 쑥쑥 줄어드는게 눈에 보이니 한결 힘이 나는듯 했다.
어느새 60자루의 씨감자를 모두 잘랐다. ㅎㅎ
노란 대바구니로 29박스가 담겼다.
아직 지급받지 못한 보급종 씨감자 9박스가 남기는 했지만 이제 그정도의 양은 우습게 느껴진다.
작년에는 4박스를 혼자 자르길 몇일이나 걸렸는데 큰 일을 한번 치르고 나니 이제 열박스 미만은 일 같지도 않게 느껴진다. ㅋㅋ
작년에는 씨감자를 자를때 눈이 없는 부위는 오려내 식용으로 모아 먹었는데 올해는 모두 감자의 양분으로 이용하라고 눈이 없는 부분이 많은 감자는 크게 잘라 모든 양분을 감자에게 양보했다.
씨감자를 자르던중 잠시 채리할아버지가 오셔서 씨감자 자르기를 도와주셨는데 채리할아버지는 관행적으로 맹아 부위는 도려내 식용으로 남기셨다.
맹아도 그냥 크게 잘라 다른 씨눈에 양보해 달라고 당부드렸지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께는 잘 통하지 않는다. ㅋ~
채리할아버지 덕분에 카레 한번 해먹을 정도의 감자는 나왔다. ㅎㅎ
옆집 나리네는 칼을 소독해 가며 잘라달라는 당부도 잘 지켜 주셨는데 유독 채리 할아버지만큼은 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그냥 혼자만 쭉~ 같은 칼 한개로만 자르셨다.
그렇다고 도와주시겠다는 고마운 마음을 거부할 수도 없다.
그리고 내 방법이 맞다고 어르신들께 들이댈 수도 없다. 수십년간 농사만 져오신 어르신들께 나는 겨우 걸음마나 할줄 아는 애송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칫 어설피 어르신들을 가르치려 들다간 버릇없는 애송이만 되기 때문이다. ^^
다행히 반자루쯤이나 자르고 일이 있어 그만 도와줘야겠다며 자리를 뜨셔 카레용 감자 정도만 나온 것이다.ㅎㅎ
씨감자의 크기는 대략 30g 정도가 되도록 잘랐다.
처음엔 30g이 어느정도인지 감이 오지 않아 전자 저울로 자른 씨감자의 무게를 재보며 대략 30g의 크기를 눈으로 익히고 잘랐다.
감자의 눈은 가급적 한개씩만 남기고 자르도록 당부 드렸기 때문에 씨감자 조각의 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마을회관에서 터널재배 감자재배를 하셨던 김시환 사장님과의 대화를 나리할머니도 옆에도 듣고 계셨기 때문에 나리할머니께는 특별히 당부를 드리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잘 잘라주셨다.
김시환 사장님도 눈은 가급적 하나만 남기라는 말씀을 하셨고, 눈이 애매할 경우에는 칠성박이(정아)에서 이등분 또는 4등분을 하는 방식으로 자르라고 하시는 말씀을 나리할머니도 유심히 들으셨기 때문이다.
나리할머니와 아내는 한수 더 떠 칠성박이 주변에 눈이 집중되어 있을때는 아예 칠성박이 부분을 칼로 도려내며 씨눈을 가급적 한개만 남기며 자르는 적극적인 협조를 해 주셨다.
아직 보급종 9박스를 더 받아 잘라야 하지만 큰 일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이제 잘라놓은 씨감자 박스를 약간 어둡게 덮어주어 산광최아를 시작하면 1단계는 마무리가 된다.
나도 이제 시원하게 어제 밀린 ?을 해결하고, 수고한 아내도 해주며 도닥여 줘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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