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종 씨감자는 아무리 많이 신청해도 보급수량은 늘 2박스를 넘지 못한다.
올해도 역시 내게 할당된 보급종 씨감자는 2박스뿐.....
턱없이 부족한 씨감자 때문에 종자 구입을 알아보다가 작년에 우리 마을에서 감자 터널재배를 한 김시환 사장님을 만나뵙게 되었다.
한번쯤은 꼭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을 알게되어 기뻤다.
그동안 감자재배에서 궁금했던 사항들을 모두 여쭤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김사장님의 소개로 감자 계약재배도 알선 받았다.
계약재배 상담을 하기 위해 우리마을 경계에 있는 (주)산야원을 방문했다.
산야원 사장님은 유통으로 잔뼈가 굵었고 형제분들도 가락동에서 유통을 하시는 유통 전문가셨다.
이번에 (주)농심과 납품 계약 체결을 해서 수미감자 계약재배를 주선하신다.
상담을 위해 (주)산야원을 방문했던 날짜가 2월 18일이었는데 계약재배 농가가 거의 다 차서 종자 수급이 불투명해 그날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종자 확보 가능성부터 알아 보신 후 연락을 주시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감자계약재배를 할 생각이면 2월 초쯤부터 움직여야 할것 같다.
계약재배를 하며 내가 제일 걱정했던 부분은 수확 시기였다.
나는 감자 수확 후 후작으로 서리태 파종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6월말은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라 하루 이틀만 늦어져도 콩을 파종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주)산야원 사장님은 이런 농민의 애로점을 고려해 출하시기를 조금 유연하게 조정해 주셨다.
다행히 한 농가가 종자 수급을 양보해 내게도 20kg짜리 씨감자 60박스가 할당이 되어 (주)산야원을 방문해 감자 계약재배 약정 체결을 했다.
재배할 면적은 2,000평 정도. 계약 물량은 16,000kg, 계약 단가는 kg당 600원씩에 계약을 했다.
박스당 12,000원인 셈이다.
20kg 한 박스당 12,000원이면 너무 싼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작년을 기준으로 하면 좀 싼 가격인듯한 느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출하가격을 소비자 가격을 기준해 판단할 수는 없다.
그리고 농사에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것이 병충해 방제 및 판매 가격을 전년도를 기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작년에 병이 없었다고 올해도 병이 없을거라 예상하고 병충해 방제를 안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작년의 날씨와 올해의 날씨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가격 또한 마찬가지다.
실제로 재작년 노지감자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형편없는 가격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한 감자의 가격도 크기에 따라 차이가 많은 것도 고려를 해야 한다.
특대, 대, 중, 소로 크기 분류를 해서 납품해야 하는 농협 출하는 포장 작업 또한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이번 계약재배는 크기를 두 종류로 분류한다.
탁구공 크기를 기준으로 탁구공보다 큰것은 함께 포장해 출하 하므로 포장시 여러 단계로 선별을 해야하는 골치아픈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까잇 크기 분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로 크기를 분류하다보면 머리에 쥐가 난다.
계약재배의 형태는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전에는 재배면적당 금액으로 계약을 했는데 그 방식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많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농작물 매수자(갑)의 입장에서 보면 동일한 면적에서 많은 수확이 나와야 하므로 수확 시기가 늦춰져 후작을 준비해야 하는 농민인 매도인(을)은 농사 일정에 많은 차질을 빚게되고, 또한 농민(을)의 입장에서 보면 면적당 수확량은 농민의 소득과 무관하므로 경작을 게을리하게 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갑과 을이 서로의 이익과 편의만을 위해 상충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계약은 방식이 약간 달랐다.
재배 면적으로 금액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고 출하 물량으로 금액을 산출해 계산하는 계약방식이다.
농민이 농사를 못져 출하량이 적으면 그만큼 그에 대한 손실은 경작자인 농민의 몫이고, 출하량이 많으면 그 이익 또한 농민의 몫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방식이 농민과 매수자가 WIN-WIN하는 계약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재배를 떠나 감자농사에 있어 key-point는 출하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라는게 짧은 농사 경험을 통해 느낀바다.
즉, 높은 가격에 감자를 출하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노지 감자가 출하되기 전에 출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하일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4~5월에 출하되는 하우스 감자는 박스당 가격이 4~5만원을 호가하는 반면 노지감자가 대량 출하되는 6월 중순부터는 박스당 5천원에도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6월중의 가격도 초순~중순 사이에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추락한다.
얼마만큼 일찍 출하를 하느냐가 관건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일찍 감자를 파종하느냐가 새로운 포인트라 볼 수 있다.
일찍 파종해 일찍 수확하는 단순 섭리 뿐이라면 농사가 어려울게 무엇이겠는가!
정상적인 파종 적기보다 파종이 빨라지면 동해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동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터널재배도 하는 것이고, 투명비닐 멀칭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도 올해는 실험삼아 3월 초순에 이른 파종을 하고 투명비닐 멀칭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재배로 인해 올해의 감자 농사 계획이 약간 변경된 것이다.
통상 이곳 서산은 노지감자의 파종을 3월 중순에 한다.
4월 중순까지는 동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나도 올해 계약재배를 하지 않았다면 3월 1일~3일 사이에 감자 파종을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출하일이 6월 20일부터이므로 굳이 동해 위험을 무릅쓰고 3월 초순에 파종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예년보다는 좀 빨리 파종을 할 계획이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늘 3월 16일 정도에 파종을 했으나 올해는 일주일 정도 앞당겨 3월 9일 정도에 파종을 할 계획이다.
감자를 비롯한 모든 작물은 생육 중간의 한달간보다 수확을 앞둔 구근 비대기의 일주일 사이에 비대 속도가 엄청 빨라
수확일자를 사나흘만 늦춰도 작물의 사이즈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나는 다른 농가보다 조금 일찍 수확을 할 예정이므로 그만큼 조금 빨리 파종을 하려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20kg짜리 씨감자 한박스로 40평 정도를 파종했다.
작년대로라면 60박스면 2,400평을 파종할 수 있으나 그때는 외줄 이랑 파종을 했으나 올해는 땅속작물수확기로 수확할 수 있도록 이랑 폭을 조금 넓게 만들고 이랑 하나당 2줄 파종을 할 계획이라 20kg 한박스로 몇평이나 심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후 4시가 되어 씨감자가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트럭을 가지고(주)산야원으로 향했다.
씨감자 품종은 수미였고 양파망에 20kg씩 담겨져 있었다.
마침 예비 귀농인 청년이 놀러와 씨감자 상차를 도와줬다.
집으로 와 씨감자를 모두 거실로 옮겼다.
식탁도 옆으로 이동시키고 씨감자가 거실 한복판을 채우고 자리를 잡았다.
예비 귀농인 아우님 덕분에 씨감자를 거실까지 옮기는 일도 한결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말이 60자루지 날라도 날라도 끝이 없었다. 혼자 했더라면 진땀 꽤나 뺐을것 같다.
사실 진짜 일은 지금부터다.
이 많은 씨감자를 자르려면 몇일 몇날 부엌칼을 휘둘러대야 할것이다.
칼을 소독할 준비를 하고....
본격적인 씨감자 자르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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