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마음이 심란하다...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는데다 땅도 질어 일 할 맘이 별로 나지 않아 산책이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깨밭이며, 매실밭이며, 서리태밭, 메주콩밭, 고구마 밭을 둘러보았는데 밭 전체를 한바퀴 돌고나니 기분이 쫙~ 가라 앉는다.
풀 때문이다.
저절로 한숨이 먼저 나온다.
이걸 농사라고 졌는지......
처음으로 가본 참깨밭은 그나마 많은 꼬투리와 하얀 꽃이 무성하게 핀 수지깨가 대견스러워 헛골에 난 길다란 바랭이가 그냥 얄미울뿐 그다지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매실밭도 어느정도 풀관리를 해 땅콩밭 이랑 사이 헛골에만 무성한 바랭이를 조만간 베면 되겠지라고 힘을 내고 무럭무럭 자라는 매실 묘목을 보며 기운이 좀 났는데 고구마 밭과 선유콩 밭을 쳐다보니 가슴이 꽉! 막힌다.
고구마보다 길게 자란 풀, 선유콩보다 길게 자란 풀들을 보고 있자니 어찌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깊은 한숨만 연신 나온다.
선유콩은 이제 제법 많이 자라 순자르기를 서둘러야 하는데 헛골 가득한 풀 때문에 순자르기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풀을 먼저 베고 작업을 하자니 콩이 너무 많이 자라있고, 순자르기를 먼저하고 헛골 풀을 베자니 풀 때문에 헛골로 다닐수나 있으련지 걱정이 된다.
콩이 다칠까봐 예초기 작업도 조심스럽게 해야하기 때문에 속도를 낼수가 없어 풀을 베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릴것 같다.
"관리기로 북주기 할때가 됐구나..."라고 느꼈을 때 바로 작업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두번 정도 미뤄 일주일이 흐르고 나서는 다른 일들이 바빠 어쩔 수 없이 더 늦춰지고.....
급기야 적기를 놓쳐 풀들이 헛골을 창궐하게 까지 이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은 일대로 힘들고 작업 진도도 더디게 된다.
그러면 늘 일에 쫒기게 되고 또 다시 여름 내내 예초기를 등에 달고 살아야 할 판이다.
애꿎게 반쪽 농부 신세만 탓하게 되고 직장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진다.
말이 반쪽이지 실상 반쪽만큼도 농사일을 할 수 없다며 부족한 시간만 탄하며 사무실로 향하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기분이 엉망이라 선유콩밭의 풀을 꼴도보기 싫어 사진에는 담지도 않아 그렇지 선유콩 밭만 보면 가슴이 콱콱 막힌다.
고구마밭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콩 마디 간격이 안나오고 마디 간격이 너무나 길다.
내일은 하늘이 두쪽나고 태풍 할아버지가 온다해도 무조건 나가 선유콩 순자르기를 하고야 말겠다!!
이어 서리태 밭도 둘러봤다.
구간구간 잡초가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잡을만한 크기다.
사실은 이쯤이 북주기 적기다. 하지만 북주기를 하기엔 땅이 너무 질다.
본격적인 북주기는 장마가 끝나고 하도록 하고 틈나는대로 풀들이 많은 곳 만이라도 괭이로라도 북주기를 해줘 잡초방제라도 해야 하겠다.
서리태는 대부분 본엽 4~5매 정도로 자라있다.
장마가 끝날즈음이면 본엽 7매 정도는 될것 같다.
장마가 끝나는대로 서둘러 순자를기를 하고 북주기를 해야 한다.
가운데 서리태 밭의 생육 상태도 윗밭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정말 감당이 안될 만큼의 바랭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장마가 무섭다.
장마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엄청난 비.....
하지만 농부가 된 나는 이제 장마하면 물보다 풀이 더 무섭다.
비가 오기 전까지는 깨끗했던 밭들이 장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풀밭으로 변해가기 때문이다.
점쟁이가 올해의 운세를 정확히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올 여름내내 예초기를 등에 매고 살아야 할 내 운세가 훤히 보인다.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도 복숭아가 맛있게 익어 가고 있다.... (0) | 2012.08.22 |
---|---|
바지락 캐러 가기.... (0) | 2012.07.21 |
화사했던 봄을 뒤로하며 여름의 문턱 앞에 선 농장 풍경.... (0) | 2012.07.05 |
무우 이삭 줍기... (0) | 2012.06.14 |
아내의 참죽나무 순 따기.... (0) | 2012.05.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