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아직까지 모두 조파식 모판으로 모내기를 한다..
유독 우리집만 산파식 모판으로 논농사를 짖고 있었다.
우리만 산파로 바꾼데는 웃지 못할 사연이 숨어 있다..
아버지가 처음 이곳으로 귀농하셨을 당시 아버지는 마을분들과 어울리기 위해 품앗이를 하셨다고 한다.
농사 기술은 없고 가진것은 힘뿐이니 대부분의 힘 쓰는 일은 아버지의 차지였다... ㅎㅎ
논농사를 짖는 대부분의 농가는 농가당 적어도 30~40마지기 정도씩은 논농사를 짖는다. 많게는 70마지기 정도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당시 우리 논은 겨우 5마지기 남짓......
이웃 농가에 비하면 새발의 피 만큼 이었던 것이다.
모내기철이면 아버지는 매일 이웃 농가의 모판작업과 모내기 일을 도우셨다.
상대적으로 농사량이 적은 우리집은 맨 나중에 했다고 한다.
몇일동안 남의 집 일을 힘들게 도와주는 품앗이를 다니다 정작 우리집 일을 할때는
경작 면적이 적으니 한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금방 끝나버린다..
두서너해를 그렇게 하다보니 아버지는 품앗이의 형평성에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이다..ㅎㅎ
그렇다고 특별한 이유 없이 품앗이에 참여를 안할 수도 없고.... 한참을 고민하셨을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ㅋㅋㅋ
아버지의 품앗이 탈퇴 방법은 다른 방식의 모내기를 선택하셨던 것이다.
마을 모두가 옛날 방식인 조파로 모내기를 하고 있으니 아버지는 산파 방식으로 바꿔 다른 마을의 농기계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품앗이에서 빠지려 하셨던 것이다..ㅎㅎㅎ
그래서 우리집만 마을에서 유일하게 산파로 모판작업을 하고 모내기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마을 논 농사일은 나리네가 삵을 받고 해준다.
그래서 내가 가진 콤바인도 활용도가 적은 것이다.
보통 콤바인을 보유할 정도면 농사량이 많던가 아니면 영업으로 품을 받고 일을 해야 타산이 맞는데
품을 받는 마을 논농사 일은 모두 나리네가 하고 있으니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나는 콤바인을 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옆집 나리네서 산파 방식으로 바꾼다고 한다.
보행식 조파 이행기는 옛날 방식이라 단종이 되어서 이양기가 한번 고장나면 수리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승용 이양기를 구입하신 것이다. 새로 구입하는 이양기는 모두 산파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사용했던 조파 모판은 필요가 없어지고 새롭게 산파 모판으로 교체를 해야했다.
차가 없는 나리네가 조파 모판을 보조형식으로 판매를 하고 산파 모판을 사올수가 없으니 내게 도움을 요청하신 것이다.
평소 처갓집 처럼 우리를 잘 챙겨주시는 좋은 분이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지.....
차에 조파 모판 1,600개를 실어 농협 창고로 갔다..
구형 조파 모판은 보상 차원에서 한개당 400원씩에 보상판매를 해준다고 한다.
한 차 가득 실은 조파 모판을 내리고 새로 구입하는 산파 모판을 차에 실었다.
산파 모판의 가격은 개당 950원 이라고 한다.
2~3년전만 해도 600~700원 꼴인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가격이 많이 오른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구형 조파 모판을 400원씩에 구매를 해 주시니 교체에 소요되는 산파 모판 가격은 한개당 550원꼴인 셈이다..
이것도 일이라고 런닝이 땀으로 흥건히 젖는다...
아버지와 달리 나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품앗이를 해야 한다. ^^*
나는 나대로의 이웃간 정을 더욱 돈독히 쌓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향기가 물씬...... (0) | 2012.04.01 |
---|---|
따스한 봄볕에....... (0) | 2012.03.28 |
나무꾼이 된 달콩이..... (0) | 2012.03.25 |
보약은 건강할 때..... (0) | 2012.03.16 |
보급종 감자 종자 배급 (0) | 2012.02.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