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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이 달콩이의 귀농풍경

보약은 건강할 때.....

by 달콩이네 농장 2012. 3. 16.

땅콩 까기를 마지막으로 지난해의 농사일이 마무리 되고나서 아내의 농사일이 없어지며 아내에게 약간의 우울증이 왔다..

식욕도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기분도 많이 다운되어 있었다.

환하게 웃는 아내의 얼굴이 그리울만큼.....

식욕을 잃다보니 살은 쪽~ 빠지고, 앉았다 일어만 나도 어지러워 한참을 그대로 서 있거나 비틀 댄다...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심리적 병증이니 당사자인 아내도 무척 힘들고 괴롭지만 

그런 아내를 옆에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남편의 보이지 않는 고충도 버금가게 힘들다는 것을 동병상련의 고충을 겪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모를 것이다.. 

 

백화점에서 쇼핑이나하고 찜질방 가 땀 빼고 네일 아트나 받으며 살아야 할 중년의 주부가 소똥 냄새를 향기로 알고 시커멓게 얼굴 그을려가면서 농사를 짖겠노라며 갑자기 귀농을 해 허구헌 날 메니큐어 대신 흙을 뭍히며 살도록 한 못나고 괴팍한 남편 만나 고생을 한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사실 아내는 별로 귀농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설령 귀농을 한다 해도 좀 더 나이가 들어 황혼의 노령 귀농을 생각하고 있었다.

못난 남편이 좋다고하니 어쩔 수 없이 시골생활을 하게 된 것이고,

밭에 나와 농사일 하지 말고 집안에서 밥이랑 빨래나 잘 해달라는 남편의 말은 뜬구름 같은 허울 뿐이란걸 잘 안다.

추진력과 새로운 도전, 한번 빠지면 옆도 보지 않는 집중력과 정열은 좋으나 굼뜨고 답답한 남편의 일하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성격이 못된다. 

그렇게 펼쳐질 남편의 귀농생활을 불보듯 뻔하게 예견했으면서도 아내는 묵묵히 나의 뜻에 따라 귀농을 했던 것이다. 

 

낙엽이 지며 앙상한 가지만 남아 황량함이 느껴지는 겨울철에 농한기를 맞은 귀농 주부들에게 많이들 찾아 오는 증상이라고 한다.

"겨울에도 쉴틈 없이 농사일을 하며 뺑뺑이를 돌려야 우울증이 없을텐데..."라는 나쁜남자(누굴까???)의 못되먹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도 없고.... 

아양도 떨어보고 설것이도 하고, 청소도 하고 기분을 맞춰줘 보려해도 한번 내려간 기분은 쉽게 올라올줄 모른다..

다행히 정신과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하루 빨리 회복하려는 아내의 의지로 지금은 정신적으로는 많이 회복을 했다..

하지만 두달 남짓한 기간동안 아내의 체력은 많이 쇄약해져 있었다.

 

보약 한번 해줘야지....하는 마음만 있을 뿐 아직은 넉넉치 못한 가정 경제를 핑개로 기껏 해준것이 겨울이 되기전에 늙은 호박으로 약을 내려 준것이 전부였다.

 

그러던중 오늘 낮에 갑자기 나가서 밥먹으러 가자는 옆집 아줌마의 연락이 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또 내 차로 이웃분들 태우고 가나보다 했는데 봉고차 두대가 마을 입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

인근 농장에서 식사 대접을 한다는 것이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마을 어르신들이 20명도 넘게 모였다.  

할 일도 많은데 많은 노인분들 틈에서 밥한끼 얻어먹자고 끼고 싶지가 않아 다시 집으로 오려 했지만 인기 좋은 젊은 오빠를 쉽게 보내 줄 마을 아주머니들이 아니다...ㅋㅋ

대충 밥한끼 해결하고 오자며 아내와 함께 차에 올라 수덕사 근처의 농장으로 가 닭 백숙을 먹었다.

 

 

농장은 사슴목장이었다. 

농장으로 가는 언덕길에는 당귀, 오미자, 오가피 등등의 산야초도 꽤 많이 재배하고 있었다.

농장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보니 약탕기도 많고 한약재 냄새가 물씬 풍겨 아무래도 약장사 냄새가 난다....고 느껴졌다.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농장 사장님이 조금만 농장 안내를 하시겠다고 한다..

"역시나 약장사였군......  까짓거 들어보고 안사면 돼지 뭐~ "

 

굵은 중저음의 목청에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유머와 위트와 진정성이 섞인 농장 사장님의 말솜씨가 일품이다...

노인분들보다 내 귀가 더 열심히 경청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내의 허약한 몸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보약을 져서 먹여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녹용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약장수들의 얄팍한 상술법과 중국산 녹용과 재탕 녹용 사용법도 설명을 해 주셨다.

농장 입구의 산야초 재배 농장에서 재배한 온갖 종류의 산야초도 보여주셨다. 어느어느 한약제는 솔직히 중국산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는 것을 국산이라며 속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고 녹용의 효능도 설명을 해줬다.

녹용을 먹는다고 해서 신경통, 관절염, 허리 통증 등이 좋아지지는 않는다며 그런것에는 장어의 미끌미끌한 성분(성분 명칭은 까먹었음)이 좋으나 너무나 소량이라 그 대용으로 많이 함유된 것이 식용 달팽이라는 것도....

그리고 여자들 손발이 차고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데에는 천년초가 좋다며 천년초도 보여준다.

사기꾼들은 손님들 보는 앞에서 녹용을 약탕기에 넣었다가 손님들 가면 바로 빼서 닭피나 소피를 뭏혀 다시 새 녹용으로 둔갑시킨다고도 알려줬다.

그래서 자기는 아예 보는 앞에서 녹용과 식용달팽이, 천년초를 갈아 재활용할 수 없도록 약탕기에 넣는다고 했다.

떳다방 약장수가 아니고 농장을 운영하니까 눈속임으로는 장기적인 운영이 불가능 하다며...

약장수 냄새가 많이 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믿음이 가기도 했다.

 

각종 약재사진.... 이게 녹용 한첩에 다 들어가는 분량이라고 한다. 제법 많이 들어간다..

 

녹용과 천년초, 식용 달팽이를 갈아 넣는 사진.

 

천년초 넣는 사진.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갈아 놓은 녹용, 식용 달팽이, 천년초.

 

관절, 골다공증, 허리통증, 신경통에 좋다는 식용 달팽이.....

 

각종 약재와 갈아 넣은 녹용, 식용달팽이, 천년초를 바구니마다 담고....

 

탕제실...

 

맥반석 중탕기...

 

녹용도 넉넉히 넣어 줬다.

약재도 제법 많이 들어간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말로는 원래 55만원인데 인근 지역분들이라 싸게 35만원에 해준다고 한다. ㅋㅋ

제일 고령자이신 임하춘 아저씨가 번쩍 손을 들더니 신청을 하신다.

다음은 제일 어린 내가 신청을 했다. ㅎㅎ

그 자리에서 바로 녹용과 식용달팽이와 천년초를 갈아 약재에 담아 약탕기에 넣는다. 

그 사이에 너도나도 신청을 하신다..  평상시에 일이만원 돈 걷을때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빠지시더니 보약에는 35만원이나 되는 금액에도 주저없이 신청을 하신다...ㅋㅋㅋㅋㅋ

참석했던 분들중 누군지는 모르나 딱 한집만 빼고 모두 신청을 했다.

사장님 장사 수단 짱~이다..ㅋㅋ

 

그런데 어머니가 맘에 걸린다... 

아내도 같은 말을 한다.

앞으로 농사에 들어갈 돈들이 있으니 여유가 별로 없다.

우선은 이번에는 아내것만 하고, 가을에 수확을 하고 난 다음에 어머니것과 아내것을 하기로 맘 먹었다.

당장 아내는 일을 해야 하니 빨리 건강을 회복해야 내가 편하다..ㅎㅎ 

아파서 약을 먹는것보다 어찌 보면 보약이 더 싼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

보약은 아플때 먹는 것이 아니고 건강할 때 먹어야 한다..

이걸 먹고 아내의 몸이 빨리 좋아 지기를 바란다....

 

"엄니!!! 죄송해유~  올 가을에는 꼭!!!! 엄니꺼 까지 해서 드릴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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