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감자·고구마 재배

씨고구마 묻기 - 엉뚱한 시도...

by 달콩이네 농장 2012. 3. 16.

이 글을 블로그에 남길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씨고구마를 묻으며 조금은 엉뚱하고 무모해보이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망설였을까??

 

근래들어 블로그 방문객이 하루 평균 500명이 넘는다..... 조회수는 하루 평균 1,000건이 넘고.....

그저 농촌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들을 남기고... 작목마다 일년에 한번씩만 경험을 하다보니 아둔한 내 머리로는 일년동안 그 기억을 가지고 있을 자신감이 없어 기록하고, 농업에 대해 너무나 부족한 영농지식과 경험 때문에 각종 농사 자료, 재배 과정, 수확 결과, 재배 실험들을 남김으로써 이듬해 농사에 참고해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시작한 블로그에 개설한지 일년만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방문을 하실줄은 생각도 못했다.

 

방문객이 늘어나며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너무 이쁜 모습만 보여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실패의 아픔에서 얻어지는 경험이 성공에서 얻은 노하우보다 더 소중하고 크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 아픔들이 보약으로 되게 하기 위해 나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방문객들의 시선을 의식해 때로는 엉뚱하고 무모해 바보처럼 보이더라도 남들 의식하지 않고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보려 드는 나의 실험들을 이곳에 남김에 있어 어느 순간부터는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본다......

애들은 애들 다워야 이쁜것이다...  

나는 아직 걸음마를 시작하는 새내기 농부다.... 

누워서 젖만 빨다가 어느날 갑자기 뛸수는 없는 것이다... 

뒤집어야 기는것이고, 기다가 서는 것이고, 첫발을 떼려다가 수차례를 넘어져야 겨우 한발을 떼는 것이고, 수없이 넘어져야 겨우 걷는 것이고, 한참동안 걸어 다리에 힘이 생겨야 비로소 조금씩 뛸수가 있는 것이다.. 

 

다소 엉뚱하고 뻔한 실험들도 내가 새내기 농부이기 때문에 시도를 하는 것들이다. 초보 농군이기에 그 엉뚱함도 숱한 실수들도 갖난 아이가 수없이 넘어지는 것이 걸음마의 과정이듯 새내기 농군의 걸음마 과정이기에 지극히 정상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엉뚱한 재배 실험들을 이곳에 남길 것이다.

 

씨고구마 묻기의 엉뚱한 실험

 

고구마 수확을 하다보면 잔챙이보다 더 작아 도저히 판매를 할수 없는 아주 작은 잔챙이 고구마들이 엄청나게 나온다.

물론 줄기처럼 생긴 고구마는 모두 소먹이로 이웃 농가에 주지만

소먹이보다는 크고 판매를 하기에는 너무 작은 초잔챙이 고구마들은 어찌해야 할까 고민했었다.

정말 새끼 손가락만하거나 심지어는 그것보다 작은 것들도 있다.

이런것들은 밥 할때 밥 위에 쪄서 껍질째 한입에 넣어 먹을 수는 있다.

 

지난 가을 고구마 수확때 첫 인터넷 판매를 시도했던 고구마가 예상치 못하게 주문이 많아 종자를 충분히 남길 수 없어 고민을 하다가 우리 먹을 것도 넉넉히 남기지 못해 끌탕하며 초잔챙이 고구마나 먹어야겠다고 했는데 마을 아주머니께서 그것들을 씨고구마로 사용하라고 하셨다..

평소 종자만큼은 크고 좋은 것을 사용해야 된다고 생각하던 내게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 작은 고구마에서 싹이나 나겠는가 하는 의구심에 몇번씩 되물어 보았다.

아주머니 대답은 확고하다...

"종자로 박아도 된다~~~ 걱정 마라!~~~"

 

아무리 인터넷을 쥐잡듯 뒤져도 그렇게 새끼 손가락만큼 작은 씨고구마를 쓴다는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지만 너무나 확고하신 아주머니의 대답에 나는 또 엉뚱해 보이는 시도를 한다!

 

우선 씨고구마 온탕소독을 위해 물을 끓여 온도를 47~48℃에 맞춘다.

따뜻한 물에 30~40분간 담가 온탕소독을 하면 고구마의 표면뿐만 아니라 내부의 검은무늬병, 검은점박이병 균까지도 죽게되며 싹이 트는 것을 촉진하고 싹의 수도 증가시킨다.

물의 온도가 높거나 담그는 시간이 길면 싹트는데 지장이 있고 온도가 너무 낮거나 시간이 짧으면 방제효과가 없으므로 온도계를 준비해 온도를 쟀다.

 

초 잔챙이 고구마들을 소독한다.. ㅎㅎ

물 위로 뜨는 놈들은 건져내고 비록 작기는 하지만 오동통한 놈들만 묘상에 묻었다.

너무 작아 묘상에 깔아 놓는것이 번거롭다..  이래서 작은걸 안쓰는 걸까????

그렇게 작은 놈들중에도 간간히 새순이 나오는 놈들도 보인다..  그러니 더더욱 긴가민가 해진다.. ㅎㅎ

 

혼자 느릿느릿 씨고구마를 널어 놓고 있는데 아내가 왔다.. 

"그러다 해 떨어지겠수~~~어느 세월에 할라구~"

아내가 서두른다.

다음 박스는 고구마 크기가 조금 더 커져간다..  에공.... 사진찍어야 하는디......  쩝...

서두르는 아내 탓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렇게 초 잔챙이부터 시작해 조금씩 고구마 크기가 커져가며 씨고구마를 묘상에 깔았다.

깔아 놓은 씨고구마에는 고구마가 살짝 보일랑 말랑하게 상토를 뿌렸다..

묘상을 만들때 관리기로 로터리를 치지 못해 흙이 조금 거칠게 느껴졌기 때문에 지난해 사용하다 남은 못자리 상토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또다시 살짝 왕겨를 깔고 물을 주니 어느새 하우스 안이 어두워졌다.

우선은 갑바로 묘상을 덮고 내일 활대를 꽂고 터널을 만들 것이다.

 

아직 묻지 못한 고구마들이 남아 있으니 다른 놈들 사진은 내일 묻을 때 찍는 수밖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