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첫해에는 조금만 발품을 팔아 들로 나가면 지천에 널린 것이 나물이고 반찬거리라 식탁은 각종 푸성귀로 풍성했다..
짜장면이라도 한번 먹으려면 큰 맘 먹고 읍내까지 나가야나 먹을 수 있었고, 치킨이나 족발 같은 배달 음식은 멀다고 배달을 해주지 않으니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은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콜라 대신 매실차를 먹었고, 과자 대신 옥수수와 고구마, 땅콩, 과일 등을 먹었다.
온종일 일을 하다 식사 준비를 하지 못할때면 해미 읍내에 나가 외식을 한다고 하는 것은 고작해야 순대국밥이나 뼈다귀 해장국이 전부였다.
모처럼 친구들이 찾아와도 잘 아는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기껏 대접하는 것이 곰탕과 수육이 전부였다.
사실 처음에는 나가서 외식을 하는 것보다 집에서 식탁 가득 풍성한 각종 나물과 야채와 다양한 쌈채소와 삼겹살을 대접하는 것이 더 풍성했고 정감이 가 외식은 거의 생각지도 않았다.
서산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말이 갯마을이다보니 싱싱한 활어회와 해산물이 풍부할 것 같아 해미에 있는 횟집으로 가 친구들과 회를 시킨적이 있었는데..... 실망만 잔뜩 하고 나와 그 다음부터는 횟집은 쳐다도 보지 않았었다.
서산에서 유명한 음식이 서산어리굴젓과 게국지라고 하나 어리굴젖은 밥 반찬 중 하나일 뿐이고, 게국지는 내 입에는 별로.......
그렇게 귀농 첫해에는 외식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한해에는 정말 엄청나게 외식을 많이 했다.
한 해 동안의 시골밥상에 진저리가 나서가 아니다.
나와 아내의 의사와 상관 없는 외식이 90% 이상이었다. 마을 어르신들 때문이었다.
"먹어야 산다!!"가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 신조다. ㅋㅋㅋ
마을에서 유일하게 차가 있는 집이 우리집 뿐이다보니 외식 한번 하려면 차를 타고 몇십분 나가야 하는 지역 여건상 우리 차는 마을 어르신들의 유일한 교통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외식을 할 때마다 제일 먼저 내 시간에 맞춰 시간 약속을 한다.
대부분이 70대의 노령이신 어르신들이 얼마나 외식을 한다고......... 이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귀농 둘째해였던 지난해 동안 집에서 먹은 밥보다 나가서 먹은 밥이 더 많은것 같다.
물론 그것이 전부 음식점에서 먹는 것은 아니고, 누구네는 닭 잡아 놓고 부르고, 누구네는 돼지 잡고, 오리 잡고, 미꾸라지 잡아 추어탕 했다 부르고, 개 잡고 부르고, 국수 삶았으니 오라고 부르고, 누구누구 생일이니 얼른 오라고 부르시고.....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먹은 것이 부지기수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음식점을 찾아가 먹은 날들이 적은 것은 아니다.
이 집에서 한번 쏘면 저 집에서 한번 쏘고, 모내기 하려면 힘 써야 한다고 먹자하고, 모내기 끝났으니 먹자 하고, 더우니까 나가 먹자하고, 비가 와서 먹자 하고, 기운 없어 먹자하고, 돈 남으니 먹자하고, 돈 걷어서 먹자하고, 걷은 돈 남았으니 조금씩만 더 보태서 한번 더 먹자하고, 송년회, 신년회 등등등등...... ㅋㅋㅋㅋ
내가 볼 때는 엥겔지수가 엄청날 것 같다... ㅎㅎ
우리 집 가계부를 보면 대충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어르신들이 우리에게는 돈을 일절 받지를 않으신다.
차를 이용하는 것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매번 유류비가 들어가니 절대로 돈을 낼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하신다.
나가야 할 돈도 많은 나이이고 해야 할 일도 많은 나이이니 열심히 벌어서 얼른 돈을 모으라고 하시며 한결같이 절대 거부를 하신다..
근래들어 열흘 사이에 벌써 3번은 외식을 했다. 한번은 갈비집, 두번째는 전복 오리백숙, 그리고 세번째는 활어회....
올해는 도대체 얼마나 외식을 하는지 올해의 외식 기록을 '요리조리(음식)' 카테고리에 하나씩 하나씩 남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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