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마을에서 돼지를 잡는다.
전에는 하루에 5마리까지 잡는 날도 있었고, 보통 한달에 한두번은 돼지를 잡곤 했는데
구제역 이후 돼지의 이동이 불가능했고 가격도 두배 이상으로 올라 그동안 돼지를 잡지 못했었다.
아직까지도 돼지 값은 예전의 1.5배 정도로 비싸다.
보통 한마리에 30~40만원 하던 돼지 가격이 지금은 50~60만원 정도 한다고 한다.
돼지를 잡는 날이면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각자의 역할대로 돼지를 잡고 그 자리에서 머리는 구워 먹고 살코기는 나눠서 사 간다.
보통 한마리에 4명이 다리 한쪽씩 돌아갈 몫으로 분배를 해서 사간다.
이번에 잡는 돼지는 크기가 약간 작아 한마리에 50만원에 샀다고 한다.
한참 예초기를 돌리고 있는데 아내가 와 나를 부른다. 가서 돼지 잡는 일을 거들라고 한다..
아직 돼지 잡는 경력이 두번째 밖에 안되는 나의 역할은 돼지 면도하고 물뿌리는 것이다..ㅋㅋ
대형 까스통에 직접 연결한 토치로 돼지 털을 그을린다..
마을에서 돼지를 잡을 때 제일 큰 역할을 하시는 분은 채리 할아버지시다..
주 역할은 칼잡이~~~
오늘은 토치도 직접 들고 돼지털을 그을리신다..
사진에서 면도를 하고 계시는 분은 부 칼잡이 웅이 할아버지시다..
칼을 갈고 계시는 나리할아버지는 돼지 잡기의 주역이시다.
구매자 모집, 돼지 구매, 분배 등등 마을에서 돼지잡는 것을 대부분 주관하신다..
오늘 돼지를 잡는 장소도 나리네다.
"이번 돼지는 영 파이야~ 애를 얼마나 두드려 팼음 몸에 상처가 이리 많노~
짜슥이 죽을까봐 돼지 우리에서 잘 나오질 않아 많이 두들겨 맞았나보네~" 라며 돼지가 깨끗해야 모양도 좋고 식욕도 더 나는거라며 연신 불만을 토로하시면서 칼잡이 채리 할아버지는 능숙한 칼솜씨를 보여주신다..
제일 먼저 당장 구워 먹을 돼지 머리부터 잘라내신다..
그래도 녀석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다..ㅋㅋㅋ
이어 돼지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담고....
뼈를 발라내시는 칼잡이 채리 할아버지....
어느새 부지런한 농군 박창규 아저씨도 오셔서 거드신다..
나리 할아버지는 당장 구워 먹을 머리를 다시 깨끗이 손질하시고....
칼잡이 두분이 능숙한 솜씨로 뼈를 발라낸다...
부위별로 큰 덩어리로 잘라 놓고.....
채리 할머니는 손질한 돼지 머리를 먹기 좋게 잘라 내신다...
한쪽에서는 저울을 가져와 무게를 재고 분배를 한다..
이렇게 나눈 각자의 몫은 경운기에 실어 놓고 이제 머리를 구워먹기 위해 한자리로 집합~
부슬부슬 비가 내려 오늘은 장작 숯불구이로 먹지 않고 부르스타에 구워 먹기로 했다..
먹는 장소 제공은 우리 집... 비스듬한 소나무가 비가림을 해 우리 집 앞에 상을 폈다.
손 빠른 아내는 집에서 대형 파라솔까지 챙겨 오고.... 이사올 때 받침대를 못 챙겨 와 블럭으로 받침대를 대신해 설치를 했다..
맛이 기가 막히다~~
오씨 아저씨도 오시고... 선씨 형님은 소주까지 준비해 오셨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맛.....
이게 바로 시골의 맛이요.. 촌놈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이제야 조금 명절 전야제의 기분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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