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오늘 한 농사일

배수로 작업

by 달콩이네 농장 2011. 5. 11.

세찬 빗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어제 논에 널어 놓은 모판이 걱정이 돼 벌떡 일어나 우비를 챙겨 입고 논으로 향했다.

흥건하게 젖은 논의 모양이 멀리서도 보인다...  큰일이다.. 모판이 물에 잠겼을까봐 서둘러 갔다.

어제 대충이나마 손을 보아 놓은 덕에 다행히 모판이 잠길 정도는 아니지만 아슬아슬하다..

이정도 비에 논의 물이 흥건할 정도는 아닌데.....?? 

어디선가 물이 유입되는것 같아 주위를 살피니 인삼밭에서 내려오는 물이었다. 인삼밭 배수로 작업의 마무리가 소홀했던 탓이다.

먼저, 유입되는 물을 막기 위해 서둘러 배수로를 새로 냈다..  물의 유입을 우선 막고 논에 있는 물을 빼기 위해 질컥한 논흙을 삽으로 뜨는데

두세번 하니 벌써 지친다....

나는 농사일 중에서 삽질이 제일 싫다!! 

삽을 냅다 집어 던지고 트렉터에 올랐다. 로터리는 올리고 배토기만 내려서 바퀴자국을 내면서 배수로를 만들었다.

ㅋㅋㅋ..  트렉터가 지나 간 자리로 물이 따라온다~

그렇게 세번을 트렉터로 지나가니 물고가 확실히 드러났다..

다시 삽을 들고 논뚝을 두어삽 뜨니 물이 시원하게 잘 빠진다... 

담배 한대 피며 모판이 있는 곳을 살펴보니 조금씩 물이 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이어 작년까지는 논이었던 고추밭을 살폈다.

에공~~~~~ 헛골에 물이 흥건하다..!!

아직까지는 이랑만 만들어 놓고 고추는 심지를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문제는 이곳은 이미 고추 이랑을 다 만들어 놓고, 비닐멀칭까지 마친 상태고, 초입에는 맘에 안들게 파종했던 땅콩을 심어 놓아서 트렉터가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별수 없다!!  아침부터 대차게 삽질 한번 하는 수 밖에....

 

 

하필 이 논은 왜 그리 논뚝이 높은지.....

당장은 출근도 해야하고 해서 삽 한폭 정도만 파서 우선 고인 물만 빠지도록 했다.

 

아직 고추를 심지 않았기 다행이지..... 

아마도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다 보시고, 미리미리 배수로를 만들라고 고추를 심기 전에 배수 확인이 될 만큼만 비가 오도록 한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호되게 혼났을 텐데.....  

좋게 말해도 다 알아 들을껄 항상 버럭버럭 소리지르며 불호령을 하시는 아버지의 표현방식을 무척이나 싫어했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의 불호령을 다시 한번만이라도 듣고 싶다...

 

물끄러미 물이 빠지는 것을 보며 담배 한대를 태우고 있자니 멀리서 찢어지는 듯한 소프라노 소리가 들린다....

딸 아이가 학교 늦었다고 차로 태워다 달라고 신경질 팍팍 부리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있다..  아이쿠!!!! 8시 20분이다...

서둘러 딸아이를 먼저 학교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에 전화를 해 조금 늦는다고 전하고, 샤워를 했다...

 

땀을 흘린자만큼 샤워의 상쾌함을 잘 알지 못하리라....

이틀 사이에 젖은 갈아 입은 팬티만 5장이다..ㅋㅋㅋ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