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감자·고구마 재배

감자 수확을 마치고...

by 달콩이네 농장 2014. 7. 5.

전업농이 되면 시간이 더 많아 블로그 관리를 더 잘 할줄 알았는데 밀린 일이 너무 많아서 인지 근 20여일 동안 블로그를 열어보지도 못했었다.

새벽에 일어나 밭으로 나가 일을 시작해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을 때 까지 일을 하다가 들어 오면 오전 11시...   

찬물로 샤워하고 아침겸 점심을 먹고는 그나마 조금 덜 힘든 일을 한다고 매실 수확을 하다가 또다시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서 들어와 샤워를 하고 나서는 택배 발송을 준비해 택배 사무실 다녀오고....

잠시 짬이나면 온 몸이 녹초가 돼 평소 어지간해서는 낮잠을 자지 않던 달콩인 바로 노곤함에 나도 모르게 낮잠에 빠져 든다.

 

그러다가 오후 5시쯤 돼면 다시 밭으로 나가 소 처럼 일하다가 어둠이 완전히 내려 앞이 보이지 않을 시간에 들어 와 샤워하고 저녁 먹으면 어느새 시간은 오후 9시 30분이 넘는다.

 

맘은 컴퓨터를 켜고 싶은데 몸은 침대를 간절히 원해 침대에 등을 대면 눕기가 무섭게 바로 탱크 같은 굉음을 내며 코를 골아 대더라고 아내가 말 한다. 

 

그나마 격일로 직장생활을 할 땐 어차피 떼워야 할 사무실에서의 시간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곤 했는데 막상 전업농이 되니 할 일 없이 시간을 떼워야 할 여유시간이 생기질 않아 나의 귀농 일기장이 많이 밀리게 되었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은 엄청 많지만 이제부턴 매일 짬을 내 밀린 일기장도 채워 나가려 한다.

 

오늘은 그동안 감자 수확과 관련해 밀린 일기장을 써 본다.

 

작년에 감자 농사를 지으며 수확이 너무나 힘이 들어 감자를 심었던 밭에 모두 매실을 심고, 다시는 감자 농사를 짖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하지만 딱히 콩 전작으로 들어갈 만한 작물이 떠오르지 않아 올해도 감자를 작년과 거의 비슷한 면적을 심었다.

콩 파종을 하기 전까지 밭을 놀리는게 이제는 왠지 창피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는 6월 5일쯤 수확할 수 있도록 하겠노라며 야무지게 각오를 하고 봄에 감자를 파종했었다.

하지만 아내 몸이 부실해지며 옥수수와 참깨 등 다른 작물의 일들이 밀리며 감자밭 비닐 멀칭 시기를 놓쳐 거의 70% 이상은 감자밭 비닐 멀칭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두번의 북주기로 초장에는 풀관리가 됐으나 5월 이후 한두차레 비를 맞고난 감자밭은 풀반 감자반....

이러다간 감자농사 망치겠다 싶어 아주머니 두명을 사서 감자밭 풀을 하루 뽑았었다.

다음날까지 하루 더 일을 시켰어야 겨우 다 뽑을 수 있었으나 아주머니들의 일하는 속도가 영 못마땅했던 아내가 극구 반대하며 자신이 남은 감자밭 풀을 뽑겠노라며 아주머니들을 부르지 않아 남은 감자밭 반은 허리가 부실한 아내가 기를 쓰고 풀을 다 뽑았었다.

 

김메기를 한 후에 제초제를 한번만 쳤더라면 감자밭 풀을 잡을 수 있었으련만 친환경 인증 사업 보조가 내게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 한두차레 비가 더 내리고 풀은 다시 걷잡을 수 없게 자라나 성장억제제도 치지 못하고 영양제도 치지 못하며 감잡밭은 엉망이 되었다.

공연히 영양제를 쳐 봐야 풀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아 도저히 영양제를 칠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었다.

 

감자가 굵게 되려면 투명비닐로 멀칭을 하고, 초기에 순집기를 해주고, 그 후 성장억제제를 치고, 두번 정도 구근 비대 영양제를 쳐 줘야  왕특 사이즈의 감자가 다량 수확되는데 나는 이 과정을 모두 빼 먹었고, 헛골은 물론이고 감자골에도 풀이 훨씬 더 크게 자라났으니 감자 밑이 제대로 들었을 리가......쩝!!!

 

그러다보니 6월 5일에 수확하면 잔챙이 감자만 나올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수확 시기를 늦춰야만 했었다.

그렇다고 마냥 수확시기를 늦출 수만도 없다.

후작인 콩 파종을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하기 때문에....

 

하도 답답한 마음에 그냥 갈아 엎어 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6월 19일, 20일 - 관리기 부착형 제초기를 이용해 감자순 및 잡초 제거 

 

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기 부착형 제초기를 임대해 와 감자밭 감자순 및 잡초를 제거해다. 

사진 왼쪽 수풀이 무성한 곳이 모두 감자밭이다.

그나마 이 밭은 비닐 멀칭이라도 해서 양호한 편이다.

이게 양호한 편이라니 말 다했지 머... ㅋㅋ

 

 

그래도 비닐을 멀칭한 밭은 관리기가 혼자서도 감자순을 잘 잘라가며 어렵지 않게 작업 했지만 비닐을 멀칭하지 않은 밭은 몇차레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사투에 가까울 만큼 힘겹게 제초를 했었다.

 

반나절은 제초기를 임대해 와 관리기에 장착하느라 소진하고, 비닐을 멀칭하지 않은 밭 때문에 이틀에 걸쳐 제초작업을 했다...

 

6월 22일, 23일 - 감자밭 멀칭 비닐 걷어내기

감자순 제거를 마친 밭의 멀칭 비닐을 걷어냈다.

작년엔 한번에 두줄 멀칭을 해 비닐을 걷어내는 일에서 부터 지쳐 나중엔 완전히 초죽음이 됬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한줄씩 멀칭을 해 작년보다는 훨씬 비닐을 걷어내는 일은 수월했으나 그래도 온 몸은 흙먼지와 땀이 섞여 흙탕물을 뒤집어 썼다.

 

그래도 전에 근무하던 사무실 동료가 주말이라고 와서 일을 도와줘 한쪽 밭은 한결 수월하게 걷어냈지만 이틑날은 혼자 죽을똥 살똥 벗겨내다보니 비닐을 벗겨내는데만 총 이틀이 걸렸다.

 

6월 24일, 25일, 28일 - 감자 수확

24일....

드디어 감자를 수확하는 첫 날이다.

제일 먼저 수확할 밭은 마을회관앞 밭이다.

아침 일찍 임대사업소로 가 트렉터 부착형 땅속작물 수확기를 임대해 와 트렉터에 장착했다.

임대사무소가 문을 여는 시간이 늦어 첫날은 인부를 사지 못하고, 오전엔 어머니와 웅이 할아버지가 작업을 도와 주셔서 작업 속도가          느렸다.

오후엔 각자의 밭에 들깨 정식을 마친 마을 어르신들이 오셔서 일을 거들어 주시니 진도가 팍팍 나갔다.    

 

마을회관앞 밭의 감자 작황은 아주 좋았다.

대부분 특대 이상 왕특 사이즈의 감자들이 나왔고, 중, 대 사이즈의 감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자가 굵고 좋았다.

         

 

감자 농사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수확 작업이다.

특히 선별을 한 후 박스 포장으로 수확하는 방식의 작업이 제일 큰 문제다.

박스를 테이핑 하는데만도 한사람의 인력이 필요하고, 선별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인건비를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거기다가 박스 가격만 해도 개당 1,200원이 들어간다.

 

하지만 마땅한 판매처가 없으면 농협을 통해 출하해야 하므로 모두 선별을 거쳐 박스 포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자신은 계란 크기 이상으로 간단한 선별만 해서 자루 포장을 해 인근 냉동창고에 넘겼는데, 1kg당 600원씩 쳐서 2천평에 감자를 심어 1,8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니 나보고도 그리로 넘기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하셔서 갈등을 하다가 결국은 인력 동원문제로 나도 자루 포장을 해 넘기기로 했다.

 

올해는 감자 시세가 그리 나쁜편은 아니라 농협으로 넘겨도 괜찮을것 같긴 했으나 인건비와 박스값을 게산해 보고 무엇보다 작업 속도를 빠르게 해 감자 수확을 빨리 마치려면 선별 과정을 대폭 줄여야만 하므로 약간은 아쉬운듯 하지만 냉동창고로 넘기는게 다음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빨리 일을 해치우고 싶은 마음이 앞서 크게 갈등하지 않고 결정한 것이다.

 

첫날은 많은 작업을 못해 회관앞 밭만 겨우 수확을 마치고, 수확한 감자는 트럭 두대에 실어 계량사업소와 냉동창고를 번갈아 다니며 아내가 납품일을 맡아 했다.

그나마 아내가 운전이라도 할 수 있는게 다행이었다.

 

25일.....

둘째날은 새벽에 인력사무소에 가서 인부 아주머니 5명을 모셔오고, 마을 어르신들까지 출동해 총 16명이 동원됐다.

일손이 많으니 이날 하루에 감자 수확을 모두 마칠 생각이었으나 멀칭을 하지 않은 밭에서 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헛골의 풀이 얼마나 많던지 트렉터에 부착한 땅속작물 수확기가 제 역할을 못했다.

풀 때문에 흙덩어리가 배출되지 못하고 트렉터 바퀴와 작업기 사이에 끼어 작업이 엉망이 되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

 

중간중간 덩어리로 빠진 흙과 풀더미로 트렉터는 옆으로 넘어질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전진을 해 나가니....

이 광경을 보신 채리할머니가 "트렉터 작업 때려 치고, 채리할아버지랑 나리할아버지는 빨리 가서 경운기에 쟁기 달아 오슈~!"라며 불호령을 내리시니 잠시 후 경운기가 두둑을 가르며 전진하고, 모든 사람들은 오리걸음으로 뒤뚱대며 흙을 손으로 흙을 파 헤쳐 감자를 찾아 모으기도 하고, 기어다니며 감자를 파 헤치기도 했다.

 

잔뜩 기운 트렉터가 넘어가 아들이 다칠까봐 조마조마하셨던 어머니는 경운기를 몰고 오신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이 얼마나 고맙던지 엉엉 울으셨다고 한다.

세상에 어느 누가 이렇게까지 도와주겠느냐며 감동해 북받치는 감정에 급기야 울기까지 하신 것이다.

 

이날 달콩이는 어머니께 큰 불효를 한 것이었다.

얼마나 아들 걱정을 하셨으면......

 

이날은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 사진을 찍을 생각은 눈꼽만큼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둘째날에도 감자 수확을 마치지 못하고 적잖은 감자밭을 그대로 남겨 놓아야 했다.

그래도 둘째날은 트럭 4대 분량을 납품했다.

아내도 이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거다.

그 많은 사람들의 새참도 준비해야 했고, 점심도 준비해야 했고, 오후엔 계속해 계량업소와 냉동창고, 다시 공차 무게를 달아야 하므로 계량업소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납품을 했다.

 

달콩이는 이날 정말 죽다 살아났다.

땡볕에 4대 분량의 감자를 모두 혼자 트럭에 상차를 하고나니 나중엔 더이상 나올 땀도 없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다 마을 어르신들은 인건비를 1인당 8만원씩이나 주며 5명이나 불러 왔다며 야단치시고, 중간에 쮸쮸바를 사 왔더니 먹는 시간 걸리는 쮸쮸바를 사 왔다고 호되게 야단도 맞았다.

그냥 덥썩덥썩 깨물어 먹은 아스께끼를 사와야지 왜 오래동안 먹는 쮸쮸바를 사와서 시간을 날려 아까운 인건비를 헛으로 쓰냐는 것이다.ㅋㅋ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 그냥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산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거들어 주시는 것이라 그 인건비가 무척이나 아까우셨던 모양이다.

내 딴에는 어르신들 힘드실까봐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하고자 인부를 몇명만 쓴 것인데...쩝!!!

사실 마을어르신들의 도움은 품앗이라고도 할 수 없다.

품앗이는 서로가 일을 거들어야 품앗인데 그동안 달콩이는 직장을 다니며 농사를 짖느라 마을분들의 일을 전혀 거들지 못했었으니 give & take 개념의 품앗이가 아닌 그냥 순수한 도움인 것이다.

앞으로나 마을어르신들 일을 잘 거들어 드려야겠다. ^^*

 

28일....

25일에 어찌나 힘이들던지 마을 어르신들도 모두 지쳐 이틀을 쉬고 28일에 남은 감자를 캐 주시겠다며 마을 어르신들이 다시 찾아 오셨다.

달콩이는 26일엔 땅속작물 수확기 세척해 반납하느라 반나절을 쓰고, 오후에는 감자 수확을 마친 밭들을 로타리 쳤다.

27일엔 매실 따느라 하루 종일 기었다가 사다리를 탔다가 하다가 택배 준비하느라 하루가 총알같이 지나갔다.

 

남은 감자는 두백감자들 뿐이다.

두백은 쪄 먹으면 파실파실해 맛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굵기는 전반적으로 수미감자보다는 좀 작은 편이었다.

 

그동안 나는 감자는 모두 농협이나 중간상인에게 넘기고 단 한번도 직거래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백은 수미보다 파실한 맛이 좋다고 하고, 굵기는 수미보다 좀 작은 편이라 이번에는 일부는 직거래를 해 볼 생각에 냉동창고로 넘기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신세졌던 분들과 친구들에게도 나눔도 좀 하고, 일부 직거래로 판매도 해 보다가 상황을 봐서 농협으로 넘겨 볼 생각이다.

 

그래도 셋째날은 일도 이골이 났는지 일의 끝이 보여서 그런지 한결 힘이 덜 들었다.

이날은 전 직장 동료도 와서 상차를 도와주고, 매실 멘티님도 오셔서 상차 하는 일을 도와주셔서 그런지 한결 수월하게 일을 마쳤다.  

 

 

일주일을 넘게 감자밭에서 뒹굴다 보니 이제 감자의 '감'소리만 들어도 징글징글하다.

해마다 이렇게 감자에 디면서도 해마다 감자를 심으니...쩝!!!

내년엔 정말 10박스 이상은 심지 않겠노라고 다시 결심을 하지만 2천평에서 1,800만원 매출을 올렸다는 기창이 아저씨 말을 들으니 어느새 지나간 바람 매서운줄 모르고 또다시 살짝 망설인다.

 

이제 전업농이 됐으니 딱 한번만 더 해봐????

이제는 정말 잘 할것 같은디....

에라 모르겠다. 내년 일은 연말에 생각하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