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야 할 콩이 아직 많다.
날짜는 겨울을 향해 달음박질 하듯 빠르게 지나가니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쁘다.
그런데다 아내마저 몸이 약해 예년 처럼 일을 거들지도 못한다.
이렇게 마음이 조급할때면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잔머리만 굴린다.
그러다 떠올린 방법이 콩 바인더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산농기계임대사업소에는 콩 바인더가 없어 그동안 바인더 수확을 생각치 못하고 있었는데 서산과 가까운 태안과 홍성의 기술센타 홈페이지를 보니 두곳 모두 콩 바인더가 임대기종에 있는걸 알았다.
꾀가 난다. ㅎㅎ
태안에는 딱히 아는 사람이 없지만 홍성에는 지인이 한분 계신다.
바로 지인께 전화를 해 부탁했다.
"사장님.....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콩 바인더 좀 하루만 임대해 주세요~"
지인께서 흔쾌히 승낙해 주시어 바인더 임대를 예약해 놨다.
"아싸~~~!!! 부지런히 하면 하루이틀내에 콩 다 베버릴 수 있다~~!! ♬"
마음은 이미 콩 베기를 마무리 한듯 잔뜩 들떠 바인더 수확 작업 준비를 했다.
아직 한번도 해보지 못한 바인더 작업이지만 머릿속엔 벌써 작업 구상이 다 떠올라 있었다.
바인더 작업을 원활히 하려면 우선 이랑 끝쪽 회전할 부분부터 예초기로 콩을 베어 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랑끝쪽 콩베기를 후딱 끝낼 마음으로 원형 톱날도 새걸로 교체했다.
위쪽 거치대도 최대한 중량을 줄여 최경량으로 장착하고 콩밭으로 돌진~~!!
넉넉히 이랑 끝쪽을 2m 정도만 베면 회전하는데 무리가 없을것 같다.
흥얼흥얼 신나게 콧노래를 부르며 바로 예초기로 오전 내내 이랑 끝쪽 부분만 2m정도를 쫙~~ 베어냈다.
오후 1시쯤 되어 홍성의 지인 농장으로 가 지인을 모시고 홍성 농업기술센타로 향했다.
그런데 아직 임대 나간 바인더가 들어오지 않았다.
임대해간 분이 트럭이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단당.....쩝
임대해간 분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받아 직접 임대농가로 찾아가 받아가겠노라고 말하고 아직 반납되지 않은 바인더를 찾아 또다시 시골길을 달렸다.
꼬불꼬불 한참을 달려 바인더를 차에 실었다. ㅎㅎ
트럭에 바인더만 실었는데도 벌써 콩베는 일이 반쯤은 끝난 기분이다.
지인을 다시 모셔다 드리고 우리 농장으로 오니 어느새 시간이 5시가 가까와 간다.
트럭에서 바인더를 내리고 대~충 둘러보니 조작법은 어렵지 않게 알것 같다.
바로 콩밭으로 돌진~~!!
어라~~!! 그런데 속도가 제법 빠르다. 저속으로 했는데도 생각보다는 속도가 좀 있다.
크러치인줄 알았던 핸들 아래 손잡이는 브레이크였고, 기어는 앞쪽부터 후진, 중립, 저속, 중립, 고속의 순서로 있었는데 중립 상태로 기어를 빼는게 좀 불편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기어를 중립으로 하려면 뒤로 움찔 앞으로 움찔 하다가 겨우 기어를 중립으로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기어가 아니었다.
바인더 예취 폭이 애매하다.
그동안 나는 해마다 메주콩을 심을때 외줄 파종을 했었는데, 올해는 감자 후작으로 너무 늦게 메주콩을 파종해서 두줄 파종을 했었다.
바인더 예취 폭이 한번에 한 두둑에 두줄로 심어진 콩을 베기에는 아슬아슬하게 모자란다.
자로 재어보면 겨우 가능하기는 하지만 콩이 옆으로 비스듬하게 자란 것들 때문에 한번에 두줄을 모두 베기는 실제로는 어려울것 같다.
천상 한쪽 바퀴는 헛골을 타고, 다른 한쪽 바퀴는 두 줄 사이의 공간을 타고 베어야 할것 같다.
까짓꺼 해보자!!
바인더 예취날을 아래로 내리고 저속으로 출발~~!!
그런데 2m 쯤 가서 급하게 시동을 꺼버렸다.
에고....... 예취날 작동을 안하고 그냥 전진만 했당... 그러니 콩대는 하나도 안 베지고 기냥 콩대만 짖뭉기고 2m를 간거다.
초보운전자가 급하면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밟는다더니 내가 그꼴이다.
1m쯤 갔을때 정지를 하려고 하는데 브레이크로 손이 안가고 기어로 손이 가서 기어를 중립으로 놓으려고 하는 것에만 급급했다.
그런데 이놈의 기계가 기어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중립이 잘 들어가야 하는데 기어를 중립으로 하기가 너무 불편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그냥 시동을 꺼 버려 간신히 정지를 시켰다.
모양새는 꼭 경운기나 관리기 처럼 생겼으니 자전거 브레이크 처럼 달린 브레이크로는 손이 가질 않는다.
예전같았으면 경운기나 관리기보다는 자전거가 익숙해 쉽게 브레이크를 잡았으련만 어느새 나도 자전거보다는 관리기와 경운기에 더 익숙해져 있는거 같다. ㅋㅋ
그런데다 오른쪽 브레이크는 아예 듣지도 않는다.
오른쪽은 클러친가????
클러치도 아니다. 아예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도 오른쪽 브레이크는 고장인가보다.
짖뭉갠 콩대를 손으로 꺽어 한쪽에 쌓아 놓고 다시 출발!! 이번엔 예취날 확실히 작동 하고 출발했당. ㅎㅎ
바인더가 예취기보다 작업이 빠른 이유는 베어진 콩대를 일일이 수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이다.
바인더로 벤 것은 앞쪽 거치대로 콩대가 모아진다.
어느정도 모아지면 운행하며 중간중간 떨어뜨려 놓으면 한다발씩 콩대가 모여 쌓이게 된다.
어설프게나마 그렇게 한줄을 베어 놓고 바인더가 지나간 자리를 훓어 봤다.
바인더가 지나간 자리는 그래도 콩이 잘 베어졌지만 문제는 옆줄의 콩이었다.
옆으로 비스듬히 있던 콩들이 짖뭉개져 튄 콩알이 한둘이 아니다.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줍기에는 너무 많고.....
에공.... 결국 달콩이는 콩 베는 시간보다 콩알 줍는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서 두번째 이랑은 우선 한줄만 예취기로 베고 한줄만 남겨 놓고 베어 봤다.
그랬더니 확실히 좀 더 잘된다. ㅋㅋ
그런데 중간줄의 콩을 예취기로 베는 일이 여간 번잡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게 겨우 두 이랑 베고 콩알만 줍다가 첫날은 지나가고....
이튿날 해가 뜨자마자 다시 밭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서리태를 한번 베어보자!
서리태는 한줄 파종을 했으니 잘 되겠지~~?
다행히 서리태는 한줄 파종을 해서 두줄 파종한 메주콩보다 수월하게 베어졌다.
하지만 우선 우람콩 베는 일이 급해 서리태는 왕복 두줄만 베고 다시 마을 입구쪽 우람콩 밭으로 향했다.
집 근처쪽 우람콩과 서리태는 집과 가까우니 짬잠이 벨 수 있지만 마을 입구쪽은 남의 이목도 있고 왔다갔다 하기가 번거로울거 같아 마을 입구쪽 우람콩부터 베기로 한 것이다.
마을 입구쪽 밭의 우람콩은 비스듬한 정도가 덜해 바인더 작업이 좀 수월할것 같아 다시 바인더 수확 시도!!
하지만 재식간격이 같은 마을입구쪽 밭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바인더는 겨우 한번의 왕복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밭 한쪽 구석에 뻘쭘하게 서 있고, 나는 예초기로 콩을 베어야 했다.
한참 일 할 시간이 오후 4시가 되어 바인더 반납을 위해 콩베기 작업을 중지하고 다시 바인더를 실어 홍성 기술센타로 갔다.
임대하기 위해 시간 뺐기고, 반납하기 위해 시간 뺐기고.....
정작 빌려 온 바인더로는 겨우 총 6번의 왕복이 끝......!
하지만 좋은 경험은 했다.
내년엔 한줄 파종을 하면 다시 바인더를 임대해 와 쉽게 콩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안과 홍성은 모두 군 단위 농업기술센타고, 서산은 시 단위 기술센타인데 군 단위 농업기술센타에는 모두 있는 임대기종 바인더가 시 단위 기술센터에는 없다는게 아쉽다.
그뿐만이 아니다.
홍성 농업기술센타에는 임대기종에 승용관리기도 3대 이상 있는데 서산은 단 한개도 없다.
승용관리기는 커녕 보행식 관리기도 임대기종에 없는 서산 농업기술센타......
서산의 농민들은 모두 부농이라 그런걸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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