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초기만 계속 돌리다보니 같은 근육만 사용해서 그런지 어깨도 뻑쩍찌근하고 손도 저려 온다.
좀 쉬어야겠다...
집안에 가만히 앉아 쉬는것보다는 다른 근육을 쓰며 가볍게 움직여 주는게 뭉친 근육이 더 빨리 풀릴것 같아 가벼운 일감이 없나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평소부터 늘 눈에 거슬렸던 정원의 사철나무가 달콩이의 레이더망에 걸렸다.
인천에서 살때부터 키웠던 나무다.
17~18년전 나무 크기가 내 배꼽 높이 정도 될때 즈음 할머니가 좀 다듬어 달라고 하셔서 그때부터 내가 손대기 시작했던 나무다.
15년전엔 나무가 내 어깨만큼 자랐을때 2단으로 모양을 잡았었다.
생전 조경이라곤 해보지도 않았는데 깔끔하게 2단으로 다듬어 놓았더니 할머니가 무척이나 좋아하셨었다.
그래서 이 나무만 보면 할머니 밝은 얼굴이 생각 난다.
그후 아버지가 시골로 내려오시면서 지금의 우리집 정원에 옮겨 심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는 살짝살짝 다듬기만 했는데 지금은 내 키의 두배 이상으로 웅장하게 커져 있다.
덥수룩한 모습도 거슬리지만 윗단이 커지면서 가분수 처럼 된 모양새가 평소에도 눈에 거슬렸었다.
덥수룩한 녀석을 깔끔하게 이발 좀 해주고 내친김에 헤어스타일까지 바꿔봐야겠다.
전지가위와 고지가위를 들고 덥수룩한 녀석의 머리부터 대충 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3단으로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가위질이 시작됐다.
사다리를 사방으로 옮겨가며 큰 모양부터 잡아간다.
이제 대충 모양이 나온다.
더러 움푹 들어간 곳도 있으나 가운데층이 꽉 차도록 모양을 잡는 것은 새순이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한결 깔끔해졌다. ^^
올 가을쯤에 한번만 더 다듬으면 제대로 모양이 나올것 같다.
답답했던 정원이 시원해진 느낌이다.
연산홍까지 다듬으면 한결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겠으나 지금 막 개화를 시작하고 있으니 화사한 꽃을 한번 본 후에 연산홍도 다듬을 생각이다.
(Before) (After)
밭에 나간 알콩이가 돌아오면 무척 좋아할것 같다. ^^
여자는 젊으나 늙으나 똑같이 천상 여자인것 같다.
정원이 없는것도 아닌데 아내는 뭔 화분을 그리도 좋아하는지......
칠순이 되신 어머니도 화분 좋아하는 것은 똑같다. 여자는 늙어도 꽃을 무척 좋아한다.
아내는 밭의 풀을 깍는것보다 정원의 잔디를 깍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해할 수 없다.... @@
잔디에서 콩이 열리나??? 감자가 달리나????...................
사철나무 이발을 하고나니 막힌 체증이 뚫리는것 처럼 속이 다 시원하다.
늘상 밭의 풀만 눈에 들어와 집 앞은 쳐다보지도 않고 먼 밭만 바라보며 무심히 지나쳤던 정원 곳곳에 알록달록 꽃들이 많이도 피어 있다.
고목으로 꾸민 정원 울타리 안에는 때 늦은 노란 수선화인지 때 이른 노란 나리꽃인지가 화사하게 피어 있다.
집 주변 곳곳에는 분홍 장미, 흑장미, 덩쿨 장미가 화사하게 피어있고........
화단 앞쪽에는 이름 모를 다양한 꽃들이 예쁘게 피어 있다.
하얀 초롱꽃에 찾아 온 벌들은 입구를 못 찾고 헤멘다.. ㅋㅋ
에고..... 밤꽃도 꽃이라고 피었건만 하나도 이쁘지 않다. ㅎㅎ
오히려 밤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곰취 잎이 삼겹살을 땡기게 한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잠깐 여유를 가지고 집앞 진입로만 쳐다봐도 모든게 그림같기만 한데....
너무 일에만 쫒겨 지냈나보다.
초록빛 논과 들판만 펼쳐있다가 우리 집 앞에 들어서면 비로소 꽃이 보인다. ^^*
나는 이곳에 콩을 심으려 했는데.... 집 앞 만큼은 예쁜 꽃들을 심어놓길 잘한것 같다. ^^
나비는 뭐가 그리 피곤했는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갈 기색없이 깊은 낮잠에 빠져 있다. ^^*
예초기를 돌리며 이물질이 들어가 침침했던 눈이 맑아진것 같다.
뭉쳤던 근육도 풀어지고 기분도 상쾌해졌다.
콩도 아니고 감자도 아닌 먹지 못하는 꽃이라 위장을 채우는 포만감은 없지만 가슴을 상쾌함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우리집 정원이 있어 나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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