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토요일
내일 저녁부터 비가 올것이라는 일기예보로 마음이 뒤숭숭해 밤새 선잠을 자다가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며 TV를 보다가 동이 트는 것을 확인하고 밭으로 향했다.
지난 밤에 애벌 로터리를 쳐 놓은 밭이 밤새 살짝 얼어 있다.
당장 두둑을 만들 맘으로 밭으로 나갔는데 아무래도 영 불안하다.
아무래도 밭이 진것 같다.
새벽이슬을 맞아서인지 지난 밤에만 해도 괜찮았던 밭이 질컥한 느낌이다.
비가 오기전에 감자를 심고 비닐 멀칭까지 끝내놓으려는 생각에 마음만 바쁘다.
좀 진것 같아도 서둘러 두둑을 만들까 말까.....!
갈등이 생긴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해가 확실히 뜰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좌불안석....
수시로 창밖을 내다봤다 앉았다를 반복하다가 오전 8시에 다시 밭으로 나가 트렉터에 앉았다.
가운데 밭부터 감자 두둑을 만들어 갔다.
잠시후면 마을 어르신들이 감자 심는것을 도와주러 오실것이기 때문에 어르신들 오시기 전에 어느정도 두둑을 먼저 만들어 놓아야 한다.
두둑 10줄 정도쯤 만들어 놓았을 무렵 옆집 나리네, 웅이네, 구 이장님이 오셔서 집 앞에서 감자 박스를 꺼내 트럭에 싣고 계시는 것이 멀치감치 보인다.
두둑 폭은 90cm로 맞춰 만들어 가는데 맘처럼 두둑의 모양이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배토기의 날을 트렉터 뒷 타이어와 동일 선상으로 맞췄기 때문이다.
원하는 모양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감자를 심는데는 별 지장이 없고 밭은 충분하니 헛골을 조금 여유있게 크게 잡아가며 만들면 나중에 수확할때는 더 편리할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집 나리할아버지도 이정도면 됐다며 얼른 두둑을 계속 만들어 나가라고 말씀 하신다.
내가 두둑을 만드는 사이 마을 어르신들 다섯분과 아내까지 모두 6명이 감자를 심고 있다.
마음이 초조해서인지 얼굴은 화끈거리는데 몸은 으슬으슬 떨리며 오한이 온다.
가운데 밭을 어느정도 만들어 놓을 무렵에는 온 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머리까지 지끈지끈 거린다.
잠시 일을 쉬고 새참을 먹기 위해 모여 앉았는데 내 얼굴이 뻘겋게 달아 올랐고 피곤해 보인다며 아무래도 감기 몸살 같으니 당장 병원부터 다녀오라며 내 등을 밀어낸다.
쫒겨나듯 집으로 향하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감기에 걸렸던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그동안 아팠던 기억이 거의 없는 건강 체질인 내가 왜 하필이면 오늘처럼 바쁜날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에 더 화가 치민다.
아파도 왜 하필이면 오늘이람........
막 병원 문을 닫으려는 것을 막고 들어가 주사 한방 맞고 약을 처방받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옷을 갈아 입으려고 쇼파에 앉았는데 엉덩이가 떨어지질 않는다.
시간은 그새 오후 1시가 된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오후 3시다.
아이쿠야!........
후다다닥 밭으로 달려갔다.
그새 내가 만들어 놓은 두둑은 모두 감자를 거의 다 심어간다.
바로 트렉터에 타려는데 잉????? 배토기가 휘어져 있다.
내가 없으니 나리 할아버지가 트렉터를 몰아 두둑을 만든다고 하시다가 배토기 대을 휘어 놓으셨다. -_-;;;;;
로터리날에는 덩어리진 흙이 꽉 차있다.
나리할아버지가 만들어 놓으신 두둑 두줄은 꾸불꾸불......
나보다 트렉터 경력이 10배 이상이 되시는 분이지만 자신의 트렉터가 아니니 손에 익지 않아 서투르셨던 모양이다.
배토기 대를 교체하고 로터리의 흙을 떼어내느라 한시간 반 이상을 허비했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5시를 향해 간다.
6명이 하루에 심은 양은 노란 대바구니 10박스가 전부다.
아직도 22박스가 더 남아 있다.
내일 비가 온다는데......
왜 하필이면 이럴때 감기에 걸려가지고 생전 낮잠이라곤 모르고 살았는데 금쪽같은 두시간을 도둑 맞은 기분이다.
내일 새벽부터 인부를 사서 심기 위해 해가 떨어질때까지 계속 한 두둑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트렉터 엑셀을 밟았다.
3월 17일 일요일
남은 감자를 심기 위해 인부 5명을 부탁해 오전 6시 30분에 일해주실 분들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채리네는 서울을 가 안계시고 웅이네는 어제 너무 힘이드셨는지 오늘은 일이 있다며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연락이 왔다.
옆집 나리네는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모셔오기도 전부터 집으로 찾아와 일 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일하는 아주머니 5분과 나리네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나와 아내까지 오늘은 전부 9명이다.
나는 계속 두둑을 만들어 가고 아주머니들은 능숙한 솜씨로 감자를 심으며 따라 오신다.
확실히 어제보다는 진도가 빠르다.
윗밭 2천평을 다 심어도 아무래도 감자 종자가 남을것 같아 가운데밭에 두둑을 더 만들어 또다시 가운데 밭부터 심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리할머니는 주로 씨감자를 나르고 나리할아버지와 아주머니들 다섯분이 두명씩 짝을 짝을 맞춰 3팀이 감자를 심어 간다.
씨감자의 상태는 모두 좋다.
눈의 크기도 적당하다.
중간중간 트럭으로 씨감자 박스를 실어 나르고, 남은 밭의두둑을 모두 만든 후 나도 나리할머니와 작을 맞춰 감자 심는 것을 거들었다.
오후 4시반쯤이 되어서야 만들어 놓은 두둑에 감자를 모두 심었다.
오늘 하루에 심은 감자는 노란 큰바구니 17박스....
아직도 5박스가 더 남아 있다.
밭은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거름을 다섯차만 펴서 남은 밭은 거름이 들어가있지 않아 오늘은 더이상 감자를 심을 수가 없다.
계산대로 거름 여덟 차를 넣었어야 했는데 퇴비 사장님이 바쁘다며 다섯차만 펴주고 도망을 가서 천상 남은 감자는 올해 새로 임차를 얻은
마을 입구 밭에 심어야 할것 같다.
일하시는 분들께 인건비 5만원씩 총 25만원을 나눠 드리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니 다시 얼굴이 후끈거리며 뼈마디가 쑤셔 온다.
이틀동안 몸살을 앓아가며 감자를 심었건만 비닐멀칭은 고사하고 잘라놓은 씨감자도 다 심지 못했으니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어쩔 수 없이 남은 감자심기와 비닐멀칭은 이번 비를 맞히고 나서 하기로 하고, 어제 오늘 심어 놓은 감자밭을 둘러보았다.
워낙 급하게 심어 두둑도 맘에 안들고 흙 상태도 맘에 들지 않는데 감자가 잘 나오려나 걱정이다.
움푹움푹 들어간 감자 심은 곳이 보인다.
이틀동안 힘을 쓴 트렉터가 밭 중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애썻다 나의 애마야~!
앞쪽에 보이는 밭이 윗밭이고 트렉터 너머쪽 밭이 가운데 밭이다.
윗밭 끝에서 바라본 감자밭이다.
밭 중간에 언덕이 있어 언덕 위쪽 바닥은 보이질 않고 멀리 나무가 있는 윗밭 첫머리만 보인다.
가운데 밭은 약간 완만한 경사가 있어 물빠짐도 좋고 흙 상태도 나브지 않다.
작년보다 17배 많이 감자를 심어보며 느낀바가 많다.
첫째는 아무리 피곤해도 가을걷이가 끝난 후 겨울이 와 땅이 얼기 전에 밭에 거름을 펴고 쟁기질을 해 놓을 것!!!!
둘째, 두둑을 만들때는 배토기를 한쪽 끝에 부착한 후 간격을 맞춰 두둑 폭을 만들것!
나머지 어렴풋한 느낌들은 비닐멀칭과 수확을 해 본 후 내년도 대비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비록 아직 5박스를 남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실 가득 쌓여 있던 감자 박스를 치우고 나니 맘이 한결 가볍다.
'알콩달콩 작물 재배 > 감자·고구마 재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온 후 남은 감자밭 비닐멀칭 작업 (0) | 2013.04.01 |
---|---|
감자 비닐멀칭 - 관리기 부착형 비닐 피복기 사용 동영상 (0) | 2013.03.28 |
감자 심기 전야제.. (0) | 2013.03.15 |
감자밭에 퇴비 넣고 쟁기질하기 (0) | 2013.03.12 |
기계수확을 위한 감자 두둑 만들기 구상도 (0) | 2013.03.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