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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콩달콩 귀농생활 - 달콩이네농장
알콩달콩 작물 재배 /감자·고구마 재배

감자 캐기

by 달콩이네 농장 2012. 6. 18.

날씨가 너무나 가물어 밭작물의 가격이 연일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충남지역은 전국에서 최고의 가뭄을 맞고 있다.

 

생육 중간에 비닐 속 흙이 너무나 말라 있어 몇차례 스프링쿨러로 물을 주기는 했으나 

감자 파종 당시부터 바짝 말라 있던 밭에 감자를 심고 바로 비닐 멀칭을 한것이 맘에 걸린다.

감자는 원래 두둑을 만들어 바로 파종을 한다.

이유는 토양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파종을 하고 파종 후 바로 비닐멀칭을 해 토양 수분을 유지해 줘야 한다.

 

그나마 중간중간 물을 줘서 감자의 크기는 우려했던것 보다는 큰것이 많았다.   

물을 조금 더 주고 몇일만 더 있다가 캐면 감자 크기가 조금 더 굵어질것 같기는 한데

더 기다리다가는 서리태 파종이 늦어질것이 염려 돼 그냥 캐기로 했다.

 

당초에는 주말에 인천에서 친구와 후배들을 불러 캘 생각이었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도와주신다 하여 주말을 피해 월요일에 수확을 했다.

아침 6시가 조금 넘자마자 마을 어르신들이 도착해 감자순을 뽑고, 비닐을 걷어 내고 이내 감자를 캐기 시작하신다.

 

언제나 처럼 채리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가지고 와 쟁기를 달아 감자를 캐시고 나머지 분들은 경운기가 지나간 자리를 뒤져 감자를 옆줄에 옮겨 놓는다.

 

아직 자잘한 감자가 많다..  조금만 더 있다가 캐면 큰것이 많았을것 같다는 아쉬움이 또다시 남지만 어쩌랴.... 주작목이 서리태 인것을...

 

언제나 처럼 헛골에는 잡초가 가득하다..ㅋㅋ

물을 줬더니 잡초만 신이나 엄청나게 자랐다. 정작 감자는 비닐 멀칭이 되어 있어 잡초만큼 수분 흡수를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내년에 감자를 심을 때는 잠적 호스를 넣고 멀칭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수분 흡수도 빠르고 소량의 관수로도 충분한 수분 흡수가 가능하며, 헛골의 잡초에게 헛되게 빼앗기는 수분도 적어 잡초 발생도 억제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쯤이나 캤을까 한데 아내가 새참을 가지고 나왔다.

수박도 챙겨 오고, 그새 감자도 쪄 왔다.

감자에는 소금과 설탕을 조금씩 넣고 쪄 달콤짭짤하니 맛이 아주 좋았다. ^^*

 

새참을 드시며 채리 할머니가 한말씀 하신다.

"봐라!~~~ 뿌린대로 거둔다는 것이 참말이제~?  작년에 너네 감자랑 올해 감자랑 많이 틀리지?

다른집들은 올해 전부 감자가 작았는데 그래도 너네껀 큰겨~!   거름 푸근히 넣고, 물까지 주니까 그나마 이만한겨~!

작년에 거름 쪼매하고 할때하고 올해하고 느이가 봐도 틀리제? 그래서 뿌린만큼 거둔다는겨~~!"

 

사실 올해의 감자 작황도 내겐 만족이 되진 않는다.

작년에 워낙 잘된 채리네 감자를 봤기 때문에 그정도를 내심 기대했었기 때문인가보다.

하지만 빈곤속의 상대적 풍요라고 해야하나?

다른 농가의 수확이 워낙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일 뿐... 사실 평작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확한 감자의 양을 파악해 보니 겨우 40박스가 조금 넘었다.

내심 60박스 정도를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특대' 사이즈와 '대' 사이즈가 제일 많았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소'자 사이즈는 겨우 5박스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포장까지 마치고 박스에 내 이름 석자와 감자 사이즈를 표기해 트레일러에 싣고 감자밭을 빠져 나왔다.

빨리 감자밭을 정리해야 서리태 파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농협에 넘기고 터무니 없는 가격에 속이 쓰리던 생각에 감자를 어찌 처분할지 망설여 진다.....

산적해 있는 수많은 농사일 때문에 직거래를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렇다고 농협에 넘기자니 또다시 작년짝이 날까 염려가 돼기도 하고....

또한 감자는 다른 작물에 비해 보관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몇일 내로 빠르게 처분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갈등이 더 심해진다..

농협에 넘겨도 예년의 가격보다는 훨씬 좋은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는 있다고 한다.

 

당장은 서리태 파종을 위해 결정을 뒤로 미루다가 반쪽 농부의 빠듯한 시간 때문에 이틀 가까이를 고민하다가

한번만 더 속는셈 치고 농협에 넘기기로 했다. 

 

인근 공판장으로 직접 가져가 경매로 넘기려 하다가 농협에 전화를 해 판매를 위탁했다.

공판장에서 경매로 넘길 경우 수수료 6.5%와 하차비를 조금 제외한다고 하는데 농협 수수료는 얼마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에 운송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도 가격이 형편없으면 내년에는 정말 직접 차에 싣고 가 경매를 넘길 생각이다.

넉넉치 못한 시간 때문에 가격도 모르고 넘겨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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