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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밭 관리 - 매전대첩(梅田大捷)

by 달콩이네 농장 2014. 8. 23.

처서(處暑)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데 올해는 대풍이 되려는지 다행히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다.

 

매실나무는 처서가 지나면서 부터 나뭇가지들이 목질화 되므로 유인이 필요한 가지들은 서둘러 유인을 해야 한다.

내가 추구하는 매실의 수형은 '개심자연 방임형'이라 이제부터는 가급적 손을 많이 대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 매실 나무는 3본, 4본의 수형이 아닌 다주지의 수형이므로 워낙 측지가 많아 겹치는 가지가 많고, 주지연장지보다 세력이 강한 부주지가 너무 많아 올해까지는 정지전정만으로 수형을 만들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약간의 유인을 필요로 한다.

 

아침 일찍 유인에 필요한 도구를 챙겨 매실밭으로 갔는데 요즘 연일 내린 비로 풀들이 부쩍 자라 다시 발길을 돌려 예초기를 챙겨야 했다.

유인에 앞서 풀들과의 전쟁을 먼저 치러야 했다.

출전에 앞서 그라인더로 예초기 날을 서슬이 시퍼렇게 갈고 전투를 치를 매실밭(梅田)으로 진격!

 

들묵새를 이용한 이초제초(以草制草)전략으로 해마다 대여섯 차례 이상 치렀던 풀들과의 전면전을 올해는 한번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제초제를 이용한 화학전으로 풀들을 완전 제압할 예정이었으나 어느새 들묵새 여린 새순이 발아해 행여 들묵새까지 죽일까 싶어 예초기를 선봉으로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내게 들묵새를 선물하며 초생재배를 추천해 주신 항상궁금님께서 들묵새 씨앗이 떨어진 직후인 7월에 제초제를 사용하는게 효과적이며 올해 한번만 더 제초제로 풀을 잡으면 내년부터는 더이상 풀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7월엔 옥수수에 매달리다보니 시기를 놓쳤다.   

 

그래도 다행히 들묵새 덕분에 잡초의 대부분은 개망초 였고, 들묵새 씨앗을 뿌리지 않은 열은 개망초와 바랭이가 창궐해 난장판이었다.  

들묵새가 자랐던 열은 단 한번도 풀을 베지 않았지만 망초들만 성해 있고 간간히 바랭이들이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들묵새를 심지 않았던 열은 이렇게 온통 풀들로 발 디딜 틈 조차 보이질 않았다.

 

들묵새를 심지 않은 열은 그나마 올 여름에 한번 예초기로 풀을 벳는데도 다시 이렇게 무섭게 자라 있었다.

 

오전 내내 예초기 장군을 선봉장으로 종횡무진 적진을 누벼 초토화 시키니 이제야 과원의 모습이 나오기 시작했다.

속이 다 시원하다. ^^*

치열한 전투로 내 뱃속도 텅 비었는지 배가 고프다.

 

전투를 하느라 고생한다고 아내가 전투식량을 준단다.

군인들이 먹는 진짜 전투식량이다. ㅋㅋㅋ 

내가 군대 있을때와는 전투식량도 많이 달라졌다.

나는 군시절을 생각하며 뜨거운 물에 담궜다가 먹는건줄 알았는데 데우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제대한지도 어느덧 25년이 되어 가네...

25년의 시간 만큼 전투식량도 많이 업그레이드 돼었다.

 

한참을 헤메다가 결국 방법을 터득하고 점심식사 준비를 마쳤다.

 

 

 

들밥으로도 괜찮을것 같고, 낚시 등의 레저용으로도 좋을것 같다.

 

전투식량으로 배를 채운 병사는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까지 전투는 치열했고, 전장은 이제 적들을 물리치고 말끔해졌다.  

어린 묘목을 심은지 만 2년 6개월만에 매실나무는 성목의 모습을 갖추었다.

내년 이맘때 쯤이면 열간 빈공간까지 가지들이 가득 찰 기세다.

처음엔 무척이나 넓어 보였던 공간이 어느새 꽉 차 보인다.

이것이 다주지의 위력인것 같다.

 

3~4본 주지로 수형을 잡았던 맨 우측열은 확실히 다주지보다 세력도 약했고 성장도 더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진이 3~4본 주지로 수형을 만든 열이고, 위의 사진이 다주지로 수형을 만든 사진이다.

나무의 세력은 물론이고 결과지의 수량도 엄청난 차이가 나다보니 내년도 수확량의 차이도 엄청날것 같다.

 

하루 종일 걸린 풀과의 전쟁 결과로 매실밭이 말끔해졌다.

이제 내일은 매실나무를 유인할 계획이다.

봄에 유인했던 가지들은 모두 풀고, 이젠 나무가 커져 열간 중간에 로프를 길게 박고 양쪽의 가지들을 모두 유인해야 할것 같다.

비록 땀은 비오듯 났지만 말쑥해진 밭을 보니 마음은 더 없이 가볍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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