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있을 때를 빼곤 삽질 한번 해본적 없는 농사 무지랭이가 2년 전 귀농을 하여
올해 처음 농작물을 판매까지 해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랑이 뭔지 두둑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워낙 농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다보니 농사일을 한답시고 귀농을 해 허구헌날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를 찾았습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농고에 입학 해 3년만 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해볼까?? 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고들 말을 하지만 묻는 것도 뭘 좀 알아야 물어볼것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 농사 무지랭이에게 하나씩 둘씩 걸음마부터 배울 수 있게 하여 준 곳이 Daum 카페 입니다.
풍부한 경험과 연륜이 묻은 고수님들의 주옥같은 글들과 댓글들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1년 반의 기간 동안 이것이 도화지고, 이것이 연필이며, 연필은 어떻게 잡는 것이다라는 것들만 겨우 배우고
올해 드디어 처음으로 제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린 첫 작품은 봄 감자였습니다..
처음이라 자신이 없어 아주 조그맣게 그려보았습니다..
나름대로는 철저히 준비한답시고 숱한 자료를 찾아 읽고 익히며 그려 나갔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그림이 잘 그려지는 듯 했으나
완성된 그림을 보니 첫작품은 철저히 완전한 졸작이 되었습니다.. ㅎㅎ
종자값도 건지질 못했답니다..
하지만 실패한 첫 작품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중 한가지가 앞으로는 절대 농협에는 출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구매가격과 농부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가격의 갭이 너무나 컸습니다..
이어 모내기, 고추, 땅콩, 참깨 등등등등 정말 많은 그림들을 그리기에 봄날은 너무나 짧기만 했습니다..
정신없이 이것저것들을 심는 사이 드디어 신록의 계절 6월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가장 그리고 싶어하던 그림을 그릴 시기가 찾아 온 것입니다..
바로 콩과 고구마였습니다..
나름 공부하였답시고 준비한 씨고구마 묻어 키운 종순의 양은 턱없이 부족해 홀아비 젖 동냥하듯 마을 이집 저집에서 얻어 온 종순으로 6월 내내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콩 파종 일자를 미리 계획해 놓고 준비를 단단히 한답시고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장마가 시작되 콩 파종은 하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가슴 속은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들어만 갔습니다..
질컥질컥 빠지는 밭에서 비를 흠뻑 맞아가며 그래도 어렵게 고구마를 심었고 콩도 파종을 하였습니다..
어렵게 파종한 콩들이 땅을 뚫고 올라 와 내미는 새순을 보며 생명의 신비함에 빠져 행복해 했습니다.
사랑하는 제 딸들을 출산할때의 기쁨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기쁨이었습니다..
새록새록 자라나는 콩들을 바라 보는 재미에 취해 있기가 무섭게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는 사랑하는 콩들의 목아지까지 물이 차게 해 서투른 삽질로 비를 맞아가며 배수로를 팠습니다.
젖은 흙을 삽질해 보셨나요?
이그...............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ㅋㅋ
겨우겨우 어렵사리 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무섭게 자라나는 풀들로 여름 내내 예초기를 등에 메고 살다시피 하였습니다.. 지금도 손에서는 핸드폰 진동처럼 진동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ㅎㅎ
누군가 말하더군요... 농부의 휴일은 비요일이라고.... 하지만 저는 비오는 날 일하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눈오는 날 개 뛰듯 비가 오면 밭으로 나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땀에 젖나 비에 젖나 흠뻑 젖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비에 젖는게 시원하고 좋더군요~ ㅋㅋ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길새라 걱정을 했더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가뭄으로 목말라 하는 콩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서둘러 관수시설을 혼자서 했습니다.. 콩밭에 무슨 물을 주냐며 핀잔도 들었습니다.. ㅋㅋ
10월 초순들어 고구마를 수확했고, 감자를 출하할 때 다짐한대로 고구마는 전량 소비자 직거래로 팔기로 마음 먹고 블로그와 Daum 카페에
판매자 등록을 하고 농산물 판매 신청을 했습니다.
처음 판매 신청 후 4~5일 쯤 되니 드디어 저의 첫 농산물 고구마 판매글이 Daum 카페 장터에 올라 왔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얼마나 팔리려나????
하지만 저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주문이 폭주를 했습니다...
여유있게 천천히 캐면서 판매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많은 주문이 밀려들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다행히 마을분들의 도움으로 수확을 빨리 할 수 있었으나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선별 기준과 마을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선별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저보다 경험이 많으신 어르신들께서 하신 일이니 어련히 저보다는 잘 하시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중간에 확인을 해 보니
제 맘과 다른 고구마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거의 십여명 되시는 분들께서 도와주시다보니 저마다 선별 기준에 차이가 있었고 고구마의 품종도 섞이고 정말 난감하였습니다..
저와 아내는 밤까지 고구마들을 재포장 해야 했습니다..
올해만 농사를 지을게 아니기 때문에 힘이 들어도 주문하신 분들께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은 맘 때문이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재선별을 한다고는 하였으나 전량을 다 재선별을 하지는 못하였기에 이 자리를 빌어 다소 작은 고구마가 섞인 것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면 정중히 사과를 드립니다..
그렇게 10월은 지나가고 대자연의 섭리로 어느덧 가을은 깊어 콩대에서는 콩깍지와 콩알이 분리되 콩 익어 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짬짬이 익은 콩들을 먼저 베고 뽑고 하며 밭에서 콩들을 말리고 탈곡할 준비를 했습니다.
작년에 많지 않은 양의 콩을 논뚝에 심어 탈곡을 할 때 도리깨질을 몇날 몇일 하며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에 이번에는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콩탈곡기를 임대해 탈곡을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계의 힘을 빌어 하는 것이므로 넉넉히 3일 정도만 하면 탈곡을 모두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탈곡 후 정선기로 선별작업을 하는 것까지 넉넉히 총 5일이면 되겠다 싶어 탈곡 시작 이틀째 블로그와 Daum 카페에 콩 판매신청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도 판매 신청글이 올라가면 4~5일쯤 걸릴 것이라 예상하여 조금 여유있게 미리 글을 올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판매글은 한번 인증을 받아서인지 글 올린지 하루만에 판매방에 글이 올라갔고 주문이 들어 오기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거기다가 더 큰 문제는 탈곡기 작업이 예상보다 길어졌습니다.. 일이 엄청나게 밀렸습니다..
사임당님을 시작으로 십여분께는 월요일에 발송을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는데 임대해 온 탈곡기 사용기간을 맞추느라 정신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발송일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고객과의 신용을 지키지 못했다고 연신 투덜대며 입이 대빨 나와 있습니다..
찍 소리도 못하고 죽어라 일을 하면서도 칭찬은 고사하고 잔소리만 배 터지게 들었습니다.....
눈치보며 일하려니 힘이 훨씬 더 들더군요~~
이 글을 보시는 아내분들 남편분께 잔소리 너무 많이 하지 마세요~ 훨씬 힘들답니다....ㅋㅋ
잔소리 안해도 충분히 느끼거든요~ 저도 똥줄이 탈 정도 였으니까요.... ^^*
발송일자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많은 구매자님과 회원님들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며 죄송함을 전합니다..
초보농군의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 콩을 재배한 농가는 예년에 비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을 가뭄으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콩알이 작은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도 가을 가뭄에 물을 준 콩밭은 콩알이 굵은 반면 너무 멀어 물주기를 소홀히 한 밭의 콩은 콩알이 전반적으로 작은 편입니다..
밤에 전등불을 켜놓고 마당에서 콩선별기 작업을 하고, 2차로는 집에서 쟁반위에 콩을 굴려가며 2차 선발까지 해 가급적이면 좋은 콩을 보내 드리려 애는 썼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완전한 선별은 이뤄지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콩을 보내 판매하고자 하는 맘을 헤아려 주시고 내년에는 더욱 좋은 콩으로 올해와 같은 시행착오를 경험으로 고품질의 콩을 재배해
여러분께 감사를 대신 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우량의 종자를 제공해 주신 과수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농부는 종자를 베고 죽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올해 재배한 콩중 우량 서리태 종자와 메주콩 종자를 충분히 확보를 해 놓았습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콩으로 여러분 앞에 설 생각을 하니 벌써 내년이 기다려 집니다...
설레임으로 시작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수확을 했고 또다른 설레임으로 내년을 기다립니다.
농부에게 가장 큰 기쁨은 수확의 기쁨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기쁨이 무엇인지를 이번 판매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콩 주문을 하신 회원님중 콩이 좋았다고 하시며 댓글과 쪽지를 주신 회원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회원님들의 만족이라는 큰 기쁨을 내년에는 더욱 많이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알콩달콩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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