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아직 지천명(知天命)에도 이르지 않았다...
우리 마을에서는 제일 젊은 농부다.. 아직 농지원부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새내기 농군이다..
44살의 나이에 귀농을 해 후회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
귀농을 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들어갈 돈은 화수분인데 낫질 한번 해본적 없는 도시촌놈이 농촌에서 어떻게 경제생활을 할 것인가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벌어 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 맘편히 텃밭이나 가꾸며 자급자족하는 농사로는 농촌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귀농 첫해에는 혼자만의 정말 많은 갈등을 하였다...
아버지의 농사 일을 어깨너머로 보며 느낀 것은 "이렇게 하다가는 밥 먹고 살기도 벅차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어라고 벼농사 져봐야 아버지의 수입은 고작........... 정말 푼돈이었다..
중고등 학생의 딸자식 둘을 둔 나로서는 하루도 머리속이 편안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 작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소 황당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귀농 5년차에 연 2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나보다 약간 나이 많은 농부를 본 것이다..
물론 나와 경제적 기반이나 경험이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농업종사자의 노령화로 앞으로 농사 지을 땅은 잘만하면 얼마든지 임차하여 사용할 수가 있기에 농지에 대한 걱정은 해결이 되는 것이다.
농사지을 땅이 있고 농업으로도 농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은 분명 길이 있다는 것이기에 내게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나의 생각은 하나씩 둘씩 바뀌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귀농을 했다는 생각은 오히려 한살이라도 젊을 때 귀농을 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만약 환갑이 넘어 귀농을 했다면 내가 과연 정열적으로 농사일을 할 수 있을까?? 부농의 꿈을 꿔볼 수 있었을까??
생각이 바뀌니 내 몸 속에서 용솓음 치는 엔돌핀이 느껴졌다..
부농(富農).....
정말 꿈만 같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있다!!! 아직 나는 젊기에.... 나에게는 꿈이 있기에!! 나에게는 미친 소와 같은 정열이 있기에 나는 나를 믿는다!!
현실을 망각한 꿈은 말 그대로 꿈에 지나지 않는다..
마을 농지가 마치 전부 내가 경작할 땅 같고 땅만 있으면 마구 심어 금방 부농이 될수 있을 것만 같은 망상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다.
현실은 냉혹하다.
당장 올해초 아버님이 세상을 떠나시고 농사지식도 농사 경험도 전혀 없는 나로써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꿈을 쫒는다며 아버님이 생전에 계실때보다 경작할 농지는 두배 이상으로 늘었으나 농사일을 할 일손은 반으로 줄어든 셈이고
경험이 없다보니 나의 도화지에는 꿈만 가득할 뿐 쉽게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림에 대한 구상은 막연히 있으나 하얀 나의 도화지에 점 하나조차 쉽게 찍을 수 없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첫번째가 자본이었다..
5천평 가까이 경작할 밭이 늘었으니 관정도 필요하고... 거름도 넣어야하고... 비료도 생각보다 엄청 비싸고... 농약값도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종자값이었다..
맘 같아서는 3천평 정도 마늘 농사를 짖고 싶은 맘이 굴뚝 같은데 종자값이 장난이 아니다...
3천평에 마늘을 심자면 필요한 종자량만해도 750접.... 몇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꿈을 그려나가기 위해 당장은 농촌에서 생활하기 위해 버텨야 하며 종자돈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투잡... 철저히 농사를 짓고 싶어... 농촌에서 버티며 살고 싶어... 당장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직장을 찾았다.
급여는 다소 작더라도 농사일을 병행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래서 찾은 곳이 지금의 사무실이다.. 그동안 학원운영, 광고업 같은 자영업만 해보다가 생애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해본다...
격일 근무이고 필요할 경우 휴가, 연월차 등을 이용하거나 직원과 근무일 변경을 하면 농번기에도 농사일을 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반쪽짜리 농부라는 말이다...
하지만 나갈 돈이 워낙 많은 나이에 다달이 받는 월급은 겨우겨우 생활비로 충당하기에 급급할 뿐 월급으로 종자돈을 만들기는 많이 부족했다..
꿈을 그려 나갈 시간을 길게 잡을 수 밖에 없었다..
당장은 종자값이 적게 드는 농사를 위한 작목을 찾았고, 장기 플랜으로 해나가야 할 일을 준비했다..
종자값이 적게 드는 콩을 대량재배하기로 했고, 다소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되는 작물을 찾아 고구마를 심었다.
장기적 플랜을 위해 종자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야콘을 심어 종자를 만들 준비를 했고, 농번기를 피해 일을 할 수 있고 가급적 손이 덜 가며 초보 농군이 재배할 수 있는 매실을 재배하기 위해 매실 묘목을 심을 준비 등을 해 나가고 있다.
사실 콩농사로 큰돈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벼농사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논에 벼대신 콩을 심기로 했다.
또한 벼는 일년에 한번 벼만 재배하지만 콩을 심을 경우 이른 봄에 쪽파를 수확한 후 콩을 심을 수 있으며, 콩 수확 후 마늘, 양파 등의 작물을 심을 경우 일년동안 휴경 기간이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마을 어르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논에 콩을 심었다.
조만간 콩을 수확하고 난 후에 마늘이나 양파를 심어야 하는데 종자값이 너무 비싸 아직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마늘 주아재배다.
비록 수확을 위해서는 마늘 종구를 심는것보다 두배의 기간인 2년이 걸리기는 하지만 마늘 종구에 비해 종자값 부담이 적으며 우량의 종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절이 주절이 사설이 길다..ㅋㅋㅋ
지난달에 구입한 마늘 주아 23kg을 조만간 파종해야 한다.
마늘 주아 파종을 위해 주아를 다듬어야 한다.
마늘 종구처럼 쪽 분리를 하는 것이다.
아내에게 틈나는 대로 심심풀이 삼아 분리 좀 해 놓으라고 했다가 마을 어르신들께 핀잔 꽤나 들었다.ㅋㅋㅋ
"그게 심심 풀이로 될 일이여~? 애비야~ 니가 해봐라~!! 이걸 마누라한테 다 하라고 시켰다가는 마누라 도망가거나 우울증 걸린다!!"
특히 아주머니들에게 몇차례나 장난 섞인 핀잔을 들었다.
니도 막상 해보니 일이 장난이 아니다..
TV보며 슬슬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한참을 분리해도 진전이 없다. 23kg의 양이 엄청나다..
또 마을 어르신들이 도와주신다..
집 앞 나무 그늘에 9명이 둘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몇시간 동안을 했는데도 마무리를 못했다.
이 많을 일을 아내에게 심심풀이로 하라고 했으니..... ㅋㅋㅋ
마을 어르신들께 정말 고맙다...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게 보기 좋아 거들어 주신다고는 하지만 각자의 일들도 많은데 이렇게 많은 일들을 도와주시니 고마움을 어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워낙 나이차이도 많고 공감대도 없어 어르신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쉽게 마음을 열어주신 마을분들께 정말 고맙다..
특히 옆집 나리네는 내가 농담삼아 처가집이라고 한다.
나리할머니가 아내에게 워낙 잘 해주신다..
제주도라 불릴만큼 뚝~ 떨어져 있는 우리 집... 우리 집 근처에는 집이 딱 3채 있다. 나리네는 터주대감이고 우리집을 포함한 두 집은 귀농을 한 집이다.
내가 처음 시골로 이사왔을 때 그중 한 집 아주머니는 우울증에 걸려 다시 도시로 가고 남은 집은 나리네와 우리 집 뿐이다.
본의에 의해 귀농을 한 것도 아니고, 낯선 시골 생활에 친구도 없고 문화공간도 없는 이곳에서 살다가 아내도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닌가 나 또한 많은 걱정을 했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 생활을 하다가 잠시 들러 지내는 시골은 한적하고 여유로와 좋을 수 있지만 늘상 이곳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찌보면 황량할 수도 있는 곳이 시골인 것이다..
그 빈공간을 메꿔 주신 분이 옆집 나리네다.
내가 출근하고 아내 혼자 집에 있는 날이면 항상 불러 함께 식사도하고, 아내와 말동무도 해 주시고 일도 가르쳐 주고 거들어 주신다...
나리 할아버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닭잡고 개 잡고 돼지 잡아 아내를 부르신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다...
정다운 이웃이 있어 행복하다...
정다운 이웃이 있어 이곳에 정착할 수 있고, 오늘도 나는 꿈을 쫒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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