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은 시작되고....
농부에게 있어 풀과의 끝도 없는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것 같다.
풀과의 싸움에서 져 풀이 창궐한 밭에서는 거둘 곡식이 없게되니 농부들은 악착같이 베고 뽑고......
하지만 물밀듯 밀려오는 중공군의 인해전술 보다도 더 무섭게 풀들은 베고 뒤돌아보면 어느새 또다시 그만큼 자라 있다.
특히나 나는 풀과의 대결 전적이 형편없이 나쁘다.
작년 선유콩 밭은 풀 완승-달콩이 참패!!, 고구마 밭도 풀 완승-달콩이 참패!, 참깨밭도 달콩이 패배!, 서리태 밭, 마늘밭도 달콩이 패배!.....
매실밭은 무승부, 겨우 우람콩 밭만 달콩이 판정 승~~!!
작년에 선유콩 밭에서 KO패 당해 콩 수확 도와준다고 오신 마을 어르신들께 얼마나 창피하던지......
이제는 정말 꼭 이기고 싶다.
그래서 올해는 몇가지 다른 전략으로도 작전을 짜 놓았다.
전략 1. 밭둑에는 차광망을 깔아 잡초의 발생을 억제 한다.
- 시범삼아 매실밭 밭둑에 차광망을 깔은 곳은 지금도 깨끗해 제초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밭둑에 차광망을 깔고, 토치램프를 이용해 규격에 맞춰 구멍을 뚫어 밭둑에도 풀 대신 콩을 재배하도록 한다.
2. 잡초가 많이 발생하는 밭은 검정 비닐 멀칭 재배를 한다.
- 작년에 투명비닐을 멀칭하고 풀에게 패배한 참깨밭은 검정 비닐을 멀칭해 재배하고, 풀 발생이 많은 연풍콩 밭도 검정비닐
멀칭재배를 한다.
3. 초전박살!! - 잡초 발생 초기인 경엽초기에 하늘이 두쪽나는 일이 있어도 만사를 제쳐 놓고 풀부터 잡는다.
- 풀이 완전히 자란 상태에서는 뿌리를 튼실히 내려 방제가 어렵다.
아무리 바빠도 풀이 발생하는 초기에 제거를 해야 여름내 풀에 시달리지 않는다.
4. 이초제초(以草制草) -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물리치듯 풀로써 풀을 잡는다.
- 매실, 복숭아, 사과 등 과수재배를 하는 밭에는 풀 대신 콩을 간작해 잡초의 발생을 억제 또는 최소화 한다.
장기 플랜으로는 차후 매실나무가 커져 그림자가 생겨 간작이 어려울 경우 들묵새를 이용한 초생재배를 한다.
5. 잡초 방제 및 증수 효과라는 두마리의 꿩을 잡을 수 있는 관리기를 이용한 북주기 작업을 실시한다.
- 콩은 북주기를 하면 30%의 증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풀관리를 못하면 70%의 감수가 발생한다고 한다.
관리기로 흙을 퍼올리는 북주기를 함으로써 김메기 효과름 겸한다.
6. 매실밭과 텃밭은 헛골에도 차광망을 깔아 잡초의 발생을 억제 한다.
이상 여섯가지의 작전을 짜 놓았다.
이제 작전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되는 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미 투명비닐을 멀칭한 감자밭은 지금 한창 풀과의 혈투가 벌어졌고, 경엽초기인 옥수수밭과 참깨밭도 지금이 공격하기 가장 좋은 때다.
이초제초 전략으로 간작으로 황금올콩을 심을 매실밭도 헛골의 풀들을 지금 제거해 놔야 콩을 파종하고 헛골에 차광망을 절단해 깔아 놓을 텐데.....
풀들의 공격은 사방에서 밀려오고 내 몸은 하나고......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감자밭 전투를 잠시 보류하고 우선 황금올콩을 심을 매실밭 헛골부터 예초기로 베어 나갔다.
작년에 멀칭해 놓은 검정 비닐을 벗겨내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 할 계획이다.
비닐위 콩을 심었던 자리에 난 잡초는 천상 지원군인 아내의 손을 빌려 뽑아 낼 예정이고, 우선 헛골에 차광망을 씌우기 위해 풀들이 더 크기 전에 헛골의 풀부터 짧게 베어냈다.
풀이 길면 차광망이 바닥에 밀착되지 않아 풀들이 차광망을 들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 차광망을 깔아 놓은 매실밭 밭둑은 깨끗하다. ^^*
저만큼은 풀을 베어내는 일이 줄어들었으니 정말 효과 만점이다.
서둘러 다른 밭둑들도 모두 차광망을 깔아야 하는데 당장 밭둑보다 경작물이 있는 밭 안쪽들이 더 급하니 발만 동동 구르며 '밭둑에 차광망 깔아야 하는디, 차광망 서둘러 깔아야 하는디.....'라는 말만 계속 중얼대며 되내인다.
옥수수밭도 이제 한번만 풀을 잡으면 옥수수가 커져 그림자가 생길 것이고, 그러면 풀들은 맥을 못추게 될텐데....
그러다가 옥수수를 수확하며 베어낸 옥수수대를 헛골에 깔아주고, 옥수수 두둑에는 서리태를 심으면 서리태밭 풀 전투는 무조건 승리할텐데....
지난 24일에 파종한 연풍콩 밭도 둘러봤다.
연풍콩이 발아해 예쁜 싹이 올라와 있다. ^^
녀석들을 보면 불끔불끈 힘이 솟으며 엔돌핀이 마구 뿜어져 나와 사기가 충천한다. ^^
아직 연풍콩 밭 풀 제거는 몇일 더 여유가 있다.
이어 참깨밭을 둘러봤다.
참깨도 발아해 이제 본엽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구 이쁜 녀석들~~~~ ^^
참깨 파종은 콩보다 닷새 빠른 5월 19일이었는데 참깨밭에는 잡초들이 막 생겨나기 시작한다.
지금이 잡초방제하기에 제일 좋은 시기다.
긁쟁이로 슬슬 긁어주면 풀들이 쉽게 뽑혀 맥 못추고 죽게된다.
찬상 참개밭 풀 제거는 알콩이에게 맡겨야겠다.
당분간 아내 알콩이는 참깨밭에서 살아야 할것 같다.
헛골 풀 제거를 하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참개 솎아주기를 해야할것 같다.
빨리 풀과의 전쟁을 한차례 치러야 황금올콩도 파종하고, 옥수수 곁순도 따주고, 참깨도 솎아주고, 마늘도 수확하고, 감자도 수확할텐데....
에고.... 밭둑 차광망은 언제나 씌우려나.....
한번에 밭둑 풀을 다 베고 그 다음 차광망을 씌우려 했는데 그러다가는 다른 일들에 밀려 차광망을 씌우기도 전에 또 밭둑은 풀들이 엄청나게 자라 있을것이다.
천상 조금 느린듯 해도 한번에 하지말고 한개 밭둑의 풀을 베고 차광망 씌우고, 그 다음 밭둑 풀 베면 또 하나 씌우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해 나가야 할것 같다.
올해는 예초기를 얼마나 업고 있어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