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북주기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가 있던가!
태풍같던 봄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린 감자 비닐이 꼴도 보기 싫어 한동안 감자밭에는 가보지도 않았었다.
예년과 달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4월의 봄날씨에 비닐이 벗겨져 꽤나 추웠을텐데 그래도 어김없이 감자 새순들은 파릇파릇 올라와 있었다.
투명비닐을 멀칭한 탓에 두둑 가장자리에는 풀까지 엄청나게 나 있어 정말 정내미가 뚝뚝 떨어진다.
비닐을 걷어내자니 감자 알이 작아질까봐 걷어낼 수도 없고....
비닐을 다시 멀칭하자니 엄두가 안나고....
바람에 날려 펄럭이는 비닐도 있는가하면 잠꼬대 심한 아이가 걷어 차낸 이불처럼 베베 꼬이고 말린 비닐도 있고....
저절로 감자밭에만 서면 망연자실 해진다.
그래도 어쩌랴.... 잘났던 못났던 내가 씨앗을 뿌린 내 자식들인 것을....
아내는 벌써 몇일째 돌돌 말린 비닐을 펴서 두둑을 대충 덮으며 북을 줘 가고 있다.
정말 일할 맛 안나지만 아내가 하나하나 펴 놓은 비닐을 보니 더이상 멍때리고만 있어서는 안될것 같다.
이럴때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단이 있는것 같다.
나는 쉽게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을 아내는 해내고 있는것이 아닌가!!
더이상 아내만 쳐다보며 멍때리고 있다가는 아무래도 핵폭탄을 맞을것 같아 나도 이내 동참을 했다.
관리기에 부착된 비닐피복기를 떼어내고 고무바퀴를 달아 감자밭으로 돌진했다.
듬성듬성 임시로 덮은 비닐을 제대로 덮을겸, 헛골 제초작업도 할겸, 두둑 가장자리에 난 비닐속의 풀들을 흙으로 덮을겸 해서 관리기로 헛골을 쳐 나갔다.
사진으로는 군데군데 감자싹이 보이지 않지만 가까이서 보면 작은 순들이 올라와 있다.
몇일만 지나면 듬성듬성 이가 빠진듯한 곳에도 감자싹이 올라 올것 같다.
나는 늘 일을 할 때 남은 양을 보며 도대체 언제 끝낼까만 생각을 하곤 하는데, 아내는 일할때 남은 일감은 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다 보면 자연히 끝이나고, 일을 끝난 후에 뿌듯함으로 힘들었던 과정들을 씻어낸다고 한다.
아직 채 20%도 못했지만 그래도 작업을 해 놓고 보니 벌써부터 뿌듯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앞으로도 몇일 동안은 이 일을 해야 한다.
아내와 단 둘이서 적지 않은 양을 해 나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대견한것 같다. ^^
내년에는 비닐 멀칭을 끝낸 후 바로 관리기로 헛골을 쳐가며 흙을 더 덮어주어 태풍같은 봄바람이 불어도 비닐이 날라가 두번 일을 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까짓꺼! 열심히 하다보면 다 하겠지 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