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수확 / 내년 봄감자 재배시 유념할 사항
올해의 첫 수확을 했다.
처음으로 내 이름이 판매자로 등록되는 농산물을 판매해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첫 수확작물 감자는 그야말로 졸작이었다..
반쪽 농부에 걸맞게 수확도 반쪽이었다... 엉터리 초보농군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수확물이었다.
그래도 시골 와 처음으로 홀로서기하는 첫 수확물이다보니 흐뭇함도 함께 해
설레임과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여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은 감자 수확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이랑 사이로 잡초가 무성하다.... 엉터리 농군의 모습이 슬슬 비춰지기 시작한다..ㅋㅋ
우선 감자순을 뽑아내고 비닐을 걷어낸다..
채리 할아버지가 경운기에 쟁기를 달아 이랑 중간을 쟁기질하며 지나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손으로 흙을 휘휘 저어가며 감자를 골라 낸다..
한쪽에서는 박스를 접어 감자 담을 준비를 한다...
쟁기질 하는 채리 할아버지......
올해 칠순이지만 기운은 왠만한 젊은이는 따라오지도 못할만큼 엄청난 전형적인 농부시다..
이렇게 감자를 모두 이랑 중간중간에 모아 놓고 난 후에는 크기별로 선별작업을 한다.
한두사람은 박스에 생산자 이름을 쓰고 선별된 감자를 크기별로 특대, 대, 중, 소로 구분해 박스에 담고 저울에 무게를 잰다.
박스에는 20kg으로 명기되어 있다. 하지만 박스무게를 감안해 무게는 21kg씩 저울로 재서 크기에 맞게 박스에 "O"표를 하면 박스단위로 선별이 마쳐진 것이다.
선별을 마친 박스는 테이프로 포장을 하고 선적장소에 쌓아놓으면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어제 농협에서 사다 준비한 박스는 40개였는데 수확은 고작 23박스다... 쩝.......
동생들에게 나눠줄 감자를 조금 빼놓기는 했으나 다른 집 수확량의 반토막이다...
수확량이 적을것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기대 이하라 내심 실망감이 많이 남는다....
수확량 반토막의 결정적인 이유
1. 감자는 다비성 작물이다.
밑거름을 충분히 한 농가일수록 수확량이 확실히 많았다.
그에 비해 나의 경우 밑거름을 부산물 퇴비로만 살짝 뿌려놓았으니 수확량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또한 그렇게 밑거름을 충분히 하였음에도 다른집은 추비도 하였다고 하는데 반해 나는 밑거름도 충분치 않은데다 추비도 하지 않았으니
반토막 수확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수확량의 차이는 감자의 크기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특대 사이즈가 많은 집일수록 포장 박스의 수가 많았다.
우리집도 알수는 만만치 않게 많았다.
하지만 채리네는 거의 대부분이 특대 크기였던 반면 우리는 조림용으로나 쓸만한 작은 크기의 감자가 많고, 특대 크기는 단 1박스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 중자 크기의 감자가 주를 이뤘다.
작물의 크기를 크게 만드는 것은 역시 충분한 밑거름이었던 것이다.
2. 씨감자를 너무 크게 잘랐다.
같은 양의 종자로 감자를 심었으나 우리가 이랑 수가 제일 적었다.
이유는 씨감자를 너무 크게 잘랐기 때문이다.
보통 씨감자를 자를 때 눈이 1~2개 정도... 많아야 3개를 넘기지 않게 그다지 크지 않게 씨감자를 잘랐는데 우리는 보통 감자 눈이 3~4개 정도가 보이도록 잘랐으니 같은 양의 감자로 심은 씨감자는 다른 집에 비해 적은 양이었던 것이다.
감자순이 나와 북주기를 할 때 보통 순을 많아야 2~3개 정도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자르던가 흙으로 묻어 보통 2개 정도의 줄기만 남겨 놓는 것이 수확량이 더 좋다.
씨감자의 눈을 많이 보이게 잘라봐야 남겨 놓는 줄기는 2개가 보통인데 구태여 자른 씨감자에 눈이 많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3. 잡초방제를 게을리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농사를 짖는 반토막 농부이다보니 늘 시간에 쫒기며 바쁘다는 핑개로 풀 반 감자 반으로 밭을 만들어 놨으니 수확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다른 집들 감자를 캘때 품앗이를 해보니 우리처럼 풀이 많은 집은 하나도 없었다.
'뿌린만큼 거둔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밑거름, 종자량, 웃거름, 관리...... 그 어느것도 게을리하거나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며 배운 하루였다.
또 한가지....
4. 불필요한 노동력을 투입했다.
먼저 수확할 작물을 맨 구석에 심어놓고 경운기가 들어갈 자리도 만들어 놓지 않다보니 미련하게 포장박스를 들어 날라야 하는 미련을 떨었다.
트렉터, 경운기가 쉽게 들어갈 통로를 만들어 일을 쉽게 하도록 밭작물의 구성을 잘 해야 땡볓에 엉뚱하게 힘을 빼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먼저 수확할 작물일수록 진입로와 가까운 곳에 심어 수확시 작업이 용이하도록 하고, 수확 후 다른 작물을 심을때 농기계 진입이 용이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농지의 작물 배치는 파종 기준이 아니고 수확일 기준으로 해야함을 어리석게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내년도 감자 재배시 유의사항 및 새로운 시도 방안
1. 봄감자 재배시 밑거름은 겨울철에 충분히.....
2. 씨감자는 눈을 2개 정도만 남기도록 자른다...
3. 씨감자를 자를 때마다 칼을 온수로 소독을 실시한다...
4. 산광최아를 시도해 본다....
5. 연간 재배 예정 작물을 미리 계획하고, 수확 일자가 빠른 작물일수록 진입로와 가까운 곳에 파종을 하며,
농기계의 진입이 수월하도록 이랑을 만든다.
6. 수확이 빠를수록 판매가격이 높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심도록 하되 동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한다.
내년도에는 3~4이랑 정도는 시험삼아 파종을 보름 이상 빨리하고, 비닐멀칭 후 터널재배를 시도해 본다....
(2011년도의 경우 3월 17일에 파종을 하였으므로 내년에 터널재배 실험할 것은 3월 2일 정도에 파종)
7. 줄기는 무성해지지 않고 괴경만 비대해지는 웃거름을 추비한다....
(아마도 질소성분은 작고 가리 성분이 많은 비료일것 같다. 자세한 사항은 농협 직원과 상담하여 구매할것)
8. 제초 및 병충해 방제를 철저히 한다....
9. 내년도 수확 목표량
* 씨감자 1 박스(20kg)당 25박스
10. 내년도 수확 예정일
* 터널 시험재배 감자의 경우 5월말~6월 초 수확할 수 있도록 조기 파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