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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만차랑 단호박 수확

달콩이네 농장 2016. 11. 9. 00:18

"살려고 농사지면서 왜 죽어라구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 엄니가 말씀하신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우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농사 일이란게 다 때가 있으니 어쩌랴..

수요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다니 냉해를 입을만한 작물은 서둘러 거둬 들여야했다.

애써 농사진거 늦장부리다가 서리맞아 못쓰게 만들면 안되잖는가~!!


이틀간 정신없이 호박을 땄다.

봄에 호박을 심을땐 '호박에 깔려 죽어도 좋으니 호박 풍년이 들어 호박 폭탄 한번 맞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젠 호박만 보면 할로윈데이의 호박 귀신이 떠오른다. ㅋㅋ


재작년에 우연히 강원도 사는 강백 형님이 만차랑단호박을 10포기 줘서 처음 만차랑 단호박을 심어 봤었다.

노력없이 되는건 아무것도 없다는걸 일깨워 주듯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라는 식으로 심었더니 한포기에 70개 정도까지 수확한다던 만차랑을 겨우 40~50개나 땄을라나???


오기가 생겨 이듬해 밭을 얻어 천여평에 125포기를 심었는데 집과 떨어져 있는 밭인데다 비탈이 심한 밭이어서 가뭄을 탔던 탓인지 작년 작황도 지지부진 했었다.


그래서 올해는 우리 밭에다 또다시 100여 포기를 심었다.

두번을 꽝치다 보니 봄에 만차랑을 심을때 '호박만 먹고 살아도 좋으니 올해는 호박 폭탄 한번 맞아 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이다. ㅎㅎ


이랑간격 5m * 포기간격 5m로 하여 봄에 만차랑단호박 100여 포기와 땅콩호박 열댓 포기를 심었다.

물론 사이사이에 수분수인 지호브라 호박도 좀 심고....


재식간격이 5m*5m니 이건 뭐 다른 작물 심는거에 비하면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땅집고 헤엄치기~


여기서 대박만 난다면 이거야 말로 다른 농사 질것도 없는 태평농사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ㅎㅎ 


호박 심어 놓고 잡초가 나올 즈음에 헛골로 트렉터를 몰고 가 로타리를 한번 치면 잡초 제거 끝~~♬

아니 이렇게 쉬운 농사가 워딨댜~~~♬


땅콩호박은 오이망을 쳐주면 좋다 해서 열심히 오이망을 쳐줬다~

땅콩호박이 조금이나마 만차랑의 수분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며 꿩먹고 알먹자는 심산으로 심어 봤다.


오이망을 타고 올라가 호박을 잔뜩 매달라고 했더니 땅콩호박은 멀미를 하는지 오이망은 쳐다도 안보고 전부 땅바닥에 호박을 맺었당...ㅠㅠ


땅콩호박을 수확할 즈음엔 만차랑단호박이 사방팔방 온 밭을 다 덮어 호박줄기가 다칠까봐 호박밭으로 들어가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에고에고.... 

내년엔 두 연놈을 떨어트려 놔야징~~~!!


지뢰밭에 들어가듯 호박밭에 들어가 땅콩호박을 수확하느라 애를 먹었다.

숙성이 잘된 땅콩호박은 버터맛이 난다고 하여 땅콩호박은 일명 버터넛이라고도 한다.


땅콩호박도 수확량이 만만치않게 많은 품종이라는데 만차랑의 왕성한 수세에 눌렸는지 작황이 썩 좋지는 못했다.

수확한 땅콩호박은 아내가 해미읍성 주말장터에 나가 모두 완판했다.


장맛비를 맞고 난 만차랑단호박은 밭둑도 넘고...

콩밭도 넘보며 자꾸 침범을 해서 몇차레나 줄기를 돌려 주고....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왕성하게 뻗어가는 호박줄기는 감당이 되질 않았다.

나무도 다 덮어 버리겠다는 기세로 기어 오르고....

결국 콩밭으로도 들어가 떡하니 제 집인양 자리를 잡는당...


그러더니 사방팔방 호박꽃을 피우고 또다른 작은 생명을 잉태해 나간다.


호박꽃은 꿀벌들의 아방궁이 되고....


꿀벌들의 중매로 호박꽃은 커다란 호박으로 나무에 매달려 태어나기도 하고....


콩밭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호박꽃은 콩밭에 호박을 잉태하고....


풀숲에서 밀애하던 호박꽃은 수풀 속에 이렇게 만차랑을 싸질러 놨다.


나무에 매달린 놈, 콩밭에 들어간 놈, 풀 속에 꼭꼭 숨은 놈들과 숨바꼭질을 하느라 달콩이는 죽을똥을 쌌당....ㅠㅠ


한차례 된서리를 맞은 호박 줄기는 축축 늘어지고....

호박밭엔 만차랑단호박들이 즐비하게 누워 달콩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바람난 숫캐 처럼 여기저기 씨를 뿌리라고 심어 놓은 지호브라 호박도 노랗게 잘 익고....


달콩이는 정신없이 호박꼭지를 잘라 군데군데 호박을 집결 시킨다..


집결된 호박은 트렉터 로더에도 싣고 트럭에도 싣고....

여름에 만차랑 호박잎에 가려 숨어 있던 땅콩호박도 간간히 눈에 띈다.


풀 속에 숨어 있던 호박을 밟아 몇번씩이나 자빠질뻔하고...

호박꼭지는 또 얼마나 단단하던지.....


해질녁까지호박을 따서 나르고 또 나르고...


트럭도 출동해 타이어가 찌그러질때 까지 싣고 또 싣고...

 


따 온 만차랑 단호박들은 숙성을 위해 따뜻한 하우스로 모셔오고...


노란 콘티박스 100여개에 채워 쌓다가 박스가 모자라 나머지는 그냥 수북히....

덜익은 놈, 상처난 놈, 찌그러진 놈들은 옆으로 열외~~!!


흠미...... 올해는 이정도면 만족 허유~~~!! ㅎㅎ

원하는 폭탄은 맞았는데 이제 새로운 걱정이 시작된다.


이 많은 놈들을 어떻게 다 판댜~~~~@@

말이 씨가 된다고 겨우내 호박만 먹고 살아야하는거 아닌가 몰러....ㅠㅠ